충돌 이론
본문실온의 공기 속에서 질소 분자 하나는 1초에 약 70억 번 다른 분자와 부딪친다. 만약 부딪칠 때마다 반응한다면, 기체 반응은 모두 10억분의 1초 만에 끝나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많은 기체 반응이 몇 초, 몇 시간이 걸린다. 수많은 충돌 가운데 반응으로 이어지는 것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온도를 조금 올리면 왜 반응이 훨씬 빨라질까?
4.9.1반응으로 이어지는 충돌
충돌 이론은 반응물 분자가 서로 부딪쳐야 반응이 일어난다고 본다. 그런데 부딪친다고 모두 반응하지는 않는다.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첫째, 충돌의 에너지가 낡은 결합을 끊기 시작할 만큼, 곧 활성화 에너지 이상이어야 한다. 둘째, 반응할 원자끼리 마주 보는 알맞은 방향으로 부딪쳐야 한다. 이 두 조건을 만족하는 충돌을 유효 충돌이라 한다. 반응 속도는 전체 충돌 횟수에 이 두 조건을 만족하는 비율을 곱한 것이다.
반응 속도 = (충돌 빈도) × (방향 인자 \(p\)) × (활성화 에너지 이상인 충돌의 비율 \(f\))이다. 비율 \(f\)는 대략 \(e^{-E_a/RT}\)이며, 아레니우스 식의 지수 부분에 해당한다. 충돌 빈도는 온도의 제곱근에 비례할 뿐이라 온도의 영향은 주로 \(f\)를 통해 나타난다.
그림 1에서 온도와 활성화 에너지를 바꾸어 보자. 활성화 에너지가 15 kJ/mol이면 300 K에서 문턱을 넘는 분자가 1%에 조금 못 미치지만, 활성화 에너지를 30 kJ/mol로 올리면 0.1%도 안 된다. 온도를 올리면 분포가 오른쪽으로 퍼지며 꼬리가 두꺼워져, 색칠한 넓이가 몇 배로 커진다. 그런데 평균 에너지는 절대 온도에 비례할 뿐이라 조금만 커진다. 즉 온도가 반응을 빠르게 하는 까닭은 모든 분자가 조금씩 빨라져서가 아니라, 문턱을 넘는 소수의 분자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1
4.9.2방향의 문제
에너지가 충분해도 엉뚱한 방향으로 부딪치면 반응하지 않는다. 일산화 탄소와 이산화 질소의 반응 CO + NO₂ → CO₂ + NO는 CO의 탄소가 NO₂의 산소 쪽으로 부딪쳐야 산소 원자가 옮겨 간다. 질소 쪽으로 부딪치면 그냥 튕겨 나간다. 원자 두 개처럼 작고 둥근 입자는 어느 방향으로 부딪쳐도 되지만, 큰 분자는 반응할 자리가 분자 표면의 작은 부분이라 방향 인자가 아주 작다. 효소는 반응물을 알맞은 방향으로 붙잡아 이 문제를 풀어 준다.
4.9.3예제 풀이
활성화 에너지가 20 kJ/mol인 기체 반응에서 온도를 300 K에서 350 K로 올렸다. 활성화 에너지 이상인 충돌의 비율 \(e^{-E_a/RT}\)과 충돌 빈도(\(\sqrt T\)에 비례)는 각각 몇 배가 되는가? 반응 속도는 대략 몇 배가 되는가?
300 K에서 \(E_a/RT = 20000 \div (8.314 \times 300) \approx 8.02\)이므로 비율은 \(e^{-8.02} \approx 3.3 \times 10^{-4}\)이다. 350 K에서는 \(20000 \div (8.314 \times 350) \approx 6.87\)이므로 \(e^{-6.87} \approx 1.04 \times 10^{-3}\)이다. 비율이 약 3.1배가 되었다.
충돌 빈도는 \(\sqrt{350/300} \approx 1.08\)배로 8%만 늘었다. 따라서 반응 속도는 약 \(3.1 \times 1.08 \approx 3.4\)배가 되며, 그 대부분은 문턱을 넘는 충돌이 늘어난 덕분이다. 그리고 300 K에서 충돌 1만 번 가운데 약 3번만 에너지 조건을 만족한다. 그래서 수십억 번의 충돌 가운데 극히 일부만 반응하여, 기체 반응도 눈에 보이는 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분자 운동 에너지 분포로 온도의 효과를 설명하고, 충돌의 방향이 반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모형으로 확인해 보자.
- 기체 분자 하나가 1초에 부딪치는 횟수는 공기 속에서 수십억 번이지만, 한 번 부딪치고 다음에 부딪치기까지 평균 약 70 nm를 날아간다. 분자 지름의 수백 배이다.
충돌 이론에서 반응은 활성화 에너지 이상의 에너지로 알맞은 방향으로 부딪친 유효 충돌에서만 일어나며, 반응 속도는 충돌 빈도에 방향 인자와 문턱을 넘는 비율을 곱한 것이다. 온도가 오르면 충돌 빈도는 조금 늘지만 문턱을 넘는 분자의 비율이 크게 늘어 반응이 빨라진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분자들은 수십억 번 부딪쳐도 대부분 에너지가 모자라거나 방향이 맞지 않아 반응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