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체 분자 운동론과 속력 분포
본문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는 수소이다. 태양과 목성은 대부분 수소로 되어 있다. 그런데 지구의 대기에는 수소 기체가 100만분의 1도 안 된다. 지구가 처음 생길 때 수소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우주로 새어 나갔다. 질소와 산소는 남았는데 수소만 빠져나간 까닭은 무엇일까? 같은 온도의 공기 속에서 기체 분자들은 모두 같은 빠르기로 움직일까?
2.1.1기체 분자 운동론
기체 분자 운동론은 기체를 끊임없이 무질서하게 움직이는 아주 작은 입자들의 모임으로 본다. 분자들은 서로, 그리고 벽과 탄성 충돌을 하며, 분자 자체의 부피와 분자 사이의 힘은 무시할 만하다고 가정한다. 이 가정에서 출발하면, 벽에 부딪치는 분자들의 운동량 변화로 압력을 계산할 수 있고, 분자 하나의 평균 운동 에너지가 절대 온도에 비례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즉 온도는 분자들이 얼마나 활발하게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 양이다.
기체 분자 1몰의 평균 운동 에너지는 \(\dfrac{3}{2}RT\)로 분자의 종류에 관계없다. 몰질량이 \(M\)이면 제곱 평균 제곱근 속력은 \[v_{\text{rms}} = \sqrt{\frac{3RT}{M}}\]이다. 분자의 속력은 하나로 정해지지 않고 맥스웰–볼츠만 분포를 이루며, 가장 흔한 속력은 \(\sqrt{2RT/M}\)이다.
그림 1에서 몰질량과 온도를 바꾸어 보자. 300 K의 질소 분자는 대부분 초속 수백 m로 움직이고, 가장 흔한 속력은 약 422 m/s이다. 같은 온도의 수소는 질소보다 14배 가벼워 \(\sqrt{14} \approx 3.7\)배 빠르고, 분포가 훨씬 넓게 퍼진다. 그래서 분포의 꼬리 쪽에는 평균보다 몇 배 빠른 분자가 늘 조금씩 있다. 대기 꼭대기의 1000 K 가까운 곳에서 이 꼬리의 수소 분자 일부는 지구의 탈출 속도 11.2 km/s를 넘어 우주로 빠져나간다.1
2.1.2분포가 만드는 현상
속력 분포는 많은 현상을 설명한다. 물이 끓는점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증발하는 것은, 분포의 꼬리에 있는 빠른 분자가 표면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빠른 분자가 떠나면 남은 분자의 평균 운동 에너지가 줄어 온도가 내려가므로, 땀이 마르면 몸이 식는다. 화학 반응도 활성화 에너지보다 큰 에너지로 부딪치는 분자만 반응하므로, 온도가 조금 올라 꼬리가 두꺼워지면 반응 속도가 크게 빨라진다. 기체가 작은 구멍으로 새어 나가는 빠르기도 분자의 평균 속력에 비례하여 \(1/\sqrt M\)을 따른다.
2.1.3예제 풀이
300 K에서 산소 분자와 수소 분자의 제곱 평균 제곱근 속력을 구하고, 두 속력의 비를 몰질량의 비로 설명하여라. 수소의 속력이 산소의 300 K 속력과 같아지려면 수소의 온도가 얼마여야 하는가?
산소는 \(v_{\text{rms}} = \sqrt{3 \times 8.314 \times 300 \div 0.032} \approx 483\) m/s이다. 수소는 \(\sqrt{3 \times 8.314 \times 300 \div 0.002} \approx 1934\) m/s이다. 두 속력의 비는 \(1934 \div 483 \approx 4.0\)이고, 이는 몰질량의 비 \(32 \div 2 = 16\)의 제곱근과 같다.
속력이 \(\sqrt{T/M}\)에 비례하므로 수소가 같은 속력을 가지려면 \(T/2 = 300/32\), 곧 \(T \approx 19\) K이어야 한다. 즉 수소는 영하 254 °C까지 식혀야 실온의 산소만큼 느려진다. 그래서 가벼운 기체는 행성의 중력에 붙잡혀 있기 어렵고, 지구보다 무겁고 차가운 목성은 수소를 지금까지 붙잡아 두었다. 헬륨 풍선이 하룻밤 사이에 쪼그라드는 것도 가벼운 헬륨이 고무의 틈으로 빠르게 새어 나가기 때문이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기체 분자의 속력 분포가 온도와 질량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고, 그 분포로 증발과 반응 속도를 설명해 보자.
- 1920년 스턴은 회전하는 원통 속에서 은 원자를 쏘아, 원통 안쪽에 내려앉은 위치로 원자의 속력 분포를 직접 재었다. 결과는 맥스웰이 1860년 계산으로 예측한 분포와 잘 맞았다.
기체 분자의 평균 운동 에너지는 절대 온도에 비례하고 분자의 종류에 관계없으므로, 가벼운 분자일수록 빠르며 속력은 \(\sqrt{T/M}\)에 비례한다. 분자의 속력은 맥스웰–볼츠만 분포를 이루어, 평균보다 훨씬 빠른 분자가 늘 조금씩 있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수소는 질소와 산소보다 몇 배 빨라, 분포 꼬리의 분자가 탈출 속도를 넘어 오랜 세월 동안 우주로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