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기체
본문탄산음료 공장과 소화기에는 이산화 탄소를 높은 압력으로 담은 강철 통이 쓰인다. 이상 기체 상태 방정식으로 통에 들어갈 양을 계산하면, 실제로 들어가는 양보다 꽤 적게 나온다. 압력을 높일수록 차이가 더 커진다. 이상 기체 상태 방정식이 틀린 것일까? 아니면 어떤 조건에서만 잘 맞는 것일까? 실제 기체는 이상 기체와 무엇이 다를까?
2.3.1이상 기체의 두 가정
이상 기체 상태 방정식은 분자 자체의 부피가 없고 분자 사이에 힘이 작용하지 않는다는 두 가정에서 나온다. 압력이 낮아 분자들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 두 가정이 거의 맞는다. 그런데 압력이 높아지면 분자 사이 거리가 줄어, 분자끼리 끌어당기는 힘이 커진다. 벽으로 다가가던 분자가 뒤쪽 분자에게 끌려 벽을 약하게 치므로 압력이 이상 기체보다 낮아진다. 그리고 더 높은 압력에서는 분자 자체의 부피가 용기의 상당한 몫을 차지해, 분자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든다.
분자 사이의 인력과 분자의 부피를 고쳐 넣은 식은 \[\left(P + \frac{an^2}{V^2}\right)(V - nb) = nRT\]이다. \(a\)는 분자 사이 인력의 세기를, \(b\)는 분자 1몰이 차지하는 부피를 나타낸다. 이산화 탄소는 \(a = 3.64\ \text{L}^2\cdot\text{bar/mol}^2\), \(b = 0.0427\ \text{L/mol}\)이다.
그림 1에서 온도와 압력을 바꾸어 보자. 300 K에서 압력이 높아지면 Z가 빠르게 작아져, 30 bar에서 약 0.86이다. 같은 압력, 같은 온도에서 실제 이산화 탄소의 부피가 이상 기체의 86%라는 뜻이다. 그래서 같은 통에 이상 기체 계산보다 약 16% 더 들어간다. 온도를 600 K로 높이면 분자가 빨라 인력의 영향이 줄어 Z가 1에 가까워진다. 즉 실제 기체는 높은 온도와 낮은 압력에서 이상 기체처럼 행동한다.1
2.3.2기체가 액체로 바뀔 때
이산화 탄소를 31 °C보다 낮은 온도에서 계속 압축하면, 분자 사이 인력이 이겨 기체가 액체로 응축한다. 실온의 이산화 탄소 통 속에는 실제로 액체가 들어 있다. 그런데 31 °C보다 높은 온도에서는 아무리 압축해도 액체가 되지 않는다. 이 온도를 임계 온도라 한다. 분자의 운동 에너지가 인력을 늘 이기기 때문이다. 판데르발스 상수 \(a\)가 클수록 분자 사이 인력이 커서 임계 온도가 높고 액화하기 쉽다. 수소나 헬륨처럼 \(a\)가 아주 작은 기체는 영하 200 °C 아래로 식혀야 액체가 된다.
2.3.3예제 풀이
이산화 탄소 1.00 mol을 300 K에서 부피 1.00 L의 통에 담았다. 이상 기체 상태 방정식과 판데르발스 식으로 각각 압력을 구하고, 압축 인자를 계산하여라. \(R = 0.0831\ \text{L·bar/(mol·K)}\)이다.
이상 기체라면 \(P = nRT/V = 0.0831 \times 300 \div 1.00 \approx 24.9\) bar이다. 판데르발스 식에서는 \(P = \dfrac{nRT}{V - nb} - \dfrac{an^2}{V^2} = \dfrac{24.9}{1.00 - 0.0427} - 3.64 \approx 26.0 - 3.64 = 22.4\) bar이다.
분자의 부피 때문에 압력이 1.1 bar 올라가지만, 분자 사이 인력 때문에 3.6 bar 내려가서 전체로는 이상 기체보다 약 10% 낮다. 압축 인자는 \(Z = 22.4 \times 1.00 \div (1.00 \times 0.0831 \times 300) \approx 0.90\)이다. 즉 이 조건에서는 인력의 효과가 부피의 효과보다 크다. 그래서 고압 기체 통을 설계할 때는 이상 기체 계산 대신 실제 기체의 식이나 측정 자료를 쓴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여러 기체의 압축 인자를 비교하고, 온도와 압력에 따라 실제 기체가 이상 기체에서 벗어나는 정도를 확인해 보자.
- 판데르발스는 1873년 박사 논문에서 이 식을 발표했다. 분자의 존재조차 확실하지 않던 시절에, 그는 분자에 크기와 인력이 있다고 가정하여 기체와 액체의 행동을 한 식으로 설명했다.
실제 기체는 분자 사이의 인력과 분자 자체의 부피 때문에 이상 기체에서 벗어나며, 판데르발스 식은 이 두 효과를 상수 \(a\)와 \(b\)로 고쳐 넣는다. 낮은 온도와 높은 압력에서는 인력의 효과가 커져 압축 인자가 1보다 작아지고, 임계 온도 아래에서는 기체가 액화한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이산화 탄소 통에는 분자 사이 인력 때문에 부피가 줄어든 만큼 이상 기체 계산보다 더 많은 기체가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