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에너지와 열역학 제1법칙
본문식품의 열량은 '통 열량계'라는 장치로 잰다. 음식을 단단한 강철 통에 산소와 함께 밀봉하고 태워, 통을 둘러싼 물의 온도가 얼마나 오르는지 본다. 그런데 이렇게 잰 열과, 같은 반응을 대기압의 열린 그릇에서 일으켰을 때 나오는 열은 조금 다르다. 같은 반응인데 왜 두 값이 다를까? 그 차이는 어디로 간 것일까?
3.1.1내부 에너지와 제1법칙
물질 속의 분자는 움직이며 운동 에너지를 가지고, 원자 사이의 결합과 분자 사이의 힘에 따른 위치 에너지도 가진다. 이 모든 에너지의 합을 내부 에너지 \(U\)라 한다. 화학 반응이 일어나면 결합이 끊어지고 새로 생기며 내부 에너지가 변한다. 그 변화량 \(\Delta U\)는 계가 주위와 주고받은 열 \(q\)와 일 \(w\)의 합과 같다. 에너지는 새로 생기거나 사라지지 않는다는 이 원리가 열역학 제1법칙이다.
계가 받은 열을 \(q\), 받은 일을 \(w\)라 하면 \(\Delta U = q + w\)이다. 부피가 일정하면 일이 0이라 \(q_V = \Delta U\)이다. 압력이 일정하면 계가 팽창하며 \(-P\Delta V\)의 일을 하므로, 이때 출입한 열을 엔탈피 변화 \(\Delta H = \Delta U + P\Delta V\)로 정의한다. 기체의 몰수가 \(\Delta n\)만큼 변하면 \(\Delta H = \Delta U + \Delta n RT\)이다.
그림 1에서 기체 몰수 변화를 바꾸어 보자. 통 열량계는 부피가 일정하므로 \(\Delta U\)를 잰다. 수소 연소 H₂ + ½O₂ → H₂O(l)처럼 기체 1.5 mol이 액체로 사라지는 반응은, 열린 그릇에서라면 대기가 줄어든 부피만큼 계를 눌러 \(1.5 \times 8.314 \times 298 \approx 3.7\) kJ의 일을 해 준다. 그 에너지까지 열로 나오므로 \(\Delta H\)가 \(\Delta U\)보다 3.7 kJ 더 음수이다. 포도당의 연소처럼 기체의 몰수가 변하지 않으면 두 값이 같다.1
3.1.2상태 함수
내부 에너지와 엔탈피는 계의 현재 상태만으로 정해지는 상태 함수이다. 산에서 어느 지점의 해발 고도가 그렇듯, 어떤 길로 올라왔는지가 아니라 지금 어디에 있는지만으로 값이 정해진다. 그래서 반응물에서 생성물로 가는 \(\Delta U\)와 \(\Delta H\)는 반응이 어떤 경로로 일어났는지에 상관없다. 반면 열과 일은 경로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연료를 엔진에서 태우면 일부가 일이 되고, 그냥 태우면 모두 열이 된다. 하지만 두 경우의 \(\Delta U\)는 같다.
3.1.3예제 풀이
열용량이 10.0 kJ/K인 통 열량계에서 벤조산(C₆H₅COOH, 몰질량 122.1 g/mol) 1.000 g을 완전히 태웠더니 온도가 2.64 K 올랐다. 벤조산의 몰당 \(\Delta U\)와 25 °C에서의 \(\Delta H\)를 구하여라. 반응식은 C₆H₅COOH(s) + 7.5O₂(g) → 7CO₂(g) + 3H₂O(l)이다.
열량계가 받은 열은 \(10.0 \times 2.64 = 26.4\) kJ이다. 이 열은 반응계가 내놓은 것이므로 1.000 g당 \(\Delta U = -26.4\) kJ, 몰당 \(-26.4 \times 122.1 \approx -3223\) kJ/mol이다.
기체 몰수 변화는 \(7 - 7.5 = -0.5\)이므로 \(\Delta H = \Delta U + \Delta nRT = -3223 + (-0.5)(8.314 \times 10^{-3})(298) \approx -3223 - 1.2 = -3224\) kJ/mol이다. 차이는 0.04%로 아주 작다. 그래서 식품 열량처럼 대략의 값을 쓸 때는 두 값을 구별하지 않지만, 정밀한 열화학 자료에는 \(\Delta n\)의 보정을 반드시 넣는다. 벤조산은 연소열이 정확히 알려져 있어 열량계의 열용량을 맞추는 표준 물질로 쓰인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열량계로 반응열을 재어 보고, 부피가 일정할 때와 압력이 일정할 때의 열이 왜 다른지 정리해 보자.
- 화학에서는 계가 받은 일을 양수로 쓰는 것이 보통이지만, 물리학이나 공학 책에서는 계가 한 일을 양수로 써서 \(\Delta U = Q - W\)로 적기도 한다. 부호의 약속만 다를 뿐 같은 법칙이다.
내부 에너지는 물질 속 입자들의 모든 에너지의 합이며, 그 변화는 주고받은 열과 일의 합과 같다. 부피가 일정한 통 열량계는 내부 에너지 변화를 재고, 압력이 일정한 열린 그릇에서 출입한 열은 엔탈피 변화로, 둘은 기체 몰수 변화만큼 \(\Delta nRT\) 다르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두 연소열은 열린 그릇에서 대기가 계와 주고받는 일만큼 차이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