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와 비가역 현상
본문방 한구석에서 향수병을 열면 향기가 곧 방 전체로 퍼진다. 그런데 퍼진 향기가 저절로 다시 병 속으로 모여드는 일은 본 적이 없다. 뜨거운 커피는 식지만 식은 커피가 저절로 데워지지는 않는다. 에너지 보존 법칙은 어느 쪽도 막지 않는데, 자연은 왜 한쪽 방향으로만 일어날까?
2.5.1가역 현상과 비가역 현상
진자의 운동을 찍은 영상을 거꾸로 돌려도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마찰이 없다면 거꾸로 일어나는 운동도 물리 법칙에 맞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꾸로도 저절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을 가역 현상이라 한다. 반대로 잉크가 물에 퍼지는 영상을 거꾸로 돌리면 금방 이상하다는 것을 안다. 저절로는 한 방향으로만 일어나는 현상을 비가역 현상이라 한다. 열이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흐르는 것, 마찰로 운동 에너지가 열이 되는 것은 모두 비가역 현상이다.
2.5.2경우의 수로 본 방향
분자 4개가 상자에 있으면, 각 분자가 왼쪽이나 오른쪽에 있는 배치는 \(2^4 = 16\)가지이다. 모두 왼쪽에 있는 배치는 1가지뿐이고, 2개씩 나뉜 배치는 \({}_4\mathrm{C}_2 = 6\)가지이다. 분자는 무작위로 움직이므로 모든 배치가 똑같이 일어나기 쉽고, 따라서 경우의 수가 많은 고르게 퍼진 상태가 더 자주 나타난다.
그림 1에서 분자 수를 늘려 보자. 10개이면 모두 왼쪽에 모일 확률이 약 1000분의 1, 60개이면 \(10^{-18}\)쯤이다. 실제 방 안의 공기 분자는 \(10^{27}\)개쯤이므로 저절로 한쪽에 모이는 일은 사실상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자연은 경우의 수가 적은 상태에서 많은 상태로 나아간다.
무질서한 정도, 곧 한 상태가 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나타내는 양을 엔트로피라 한다. 고립된 계에서 자연 현상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일어난다.
열기관이 열을 모두 일로 바꿀 수 없는 것도 같은 까닭이다. 질서 있게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일은 무질서한 분자 운동인 열로 쉽게 바뀌지만, 그 반대는 엔트로피를 줄이므로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반드시 일부 열을 저온으로 버려 엔트로피를 늘려야 한다.1
2.5.3예제 풀이
상자 속 분자 10개가 무작위로 왼쪽, 오른쪽에 있다. 모두 왼쪽에 있을 확률과 정확히 5개씩 나뉠 확률을 구하여라.
전체 배치는 \(2^{10} = 1024\)가지이다. 모두 왼쪽인 배치는 1가지이므로 확률은 \(\dfrac{1}{1024} \approx 0.001\)이다.
5개씩 나뉘는 배치는 \({}_{10}\mathrm{C}_5 = 252\)가지이므로 확률은 \(\dfrac{252}{1024} \approx 0.25\)이다. 반반인 상태가 모두 한쪽인 상태보다 252배 일어나기 쉽다. 분자 수가 많아질수록 이 비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져, 퍼진 향기가 병으로 돌아올 확률은 0과 다름없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분자 수를 바꾸며 한쪽에 모일 확률이 얼마나 빨리 작아지는지 직접 계산해 보자.
- 냉장고는 안쪽의 열을 바깥으로 내보내 안쪽의 엔트로피를 줄인다. 그러나 전기 에너지를 써서 바깥에 더 많은 열을 버리므로, 냉장고와 주변을 합한 전체의 엔트로피는 늘어난다.
저절로 한 방향으로만 일어나는 현상을 비가역 현상이라 한다. 분자 배치의 경우의 수로 보면 고르게 퍼진 상태가 압도적으로 많으므로, 자연은 경우의 수, 곧 엔트로피가 커지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향기는 모두 병 속에 모일 확률이 사실상 0이라 돌아오지 않으며, 이것이 열역학 제2법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