깁스 자유 에너지와 자발성
본문운동하다 다쳤을 때 쓰는 냉찜질 팩은 주머니를 꾹 누르면 안의 칸막이가 터지며 질산 암모늄이 물에 녹는다. 그러면 팩이 몇 초 만에 차가워진다. 질산 암모늄이 녹으면서 주위의 열을 빼앗는 흡열 과정이다. 그런데 흔히 저절로 일어나는 반응은 열을 내놓는다고 배운다. 열을 빼앗는 과정이 어떻게 저절로 일어날까? 그리고 어떤 조건이면 저절로 일어나지 않을까?
3.4.1우주의 엔트로피와 자유 에너지
저절로 일어나는 변화는 우주 전체의 엔트로피를 늘린다. 우주를 반응이 일어나는 계와 그 주위로 나누면, 계의 엔트로피 변화 \(\Delta S\)와 주위의 엔트로피 변화를 더한 값이 양수여야 한다. 일정한 온도와 압력에서 계가 열 \(\Delta H\)를 흡수하면, 주위는 그만큼 열을 잃어 엔트로피가 \(-\Delta H/T\)만큼 변한다. 그래서 우주의 엔트로피 변화는 \(\Delta S - \Delta H/T\)이다. 여기에 \(-T\)를 곱한 양을 깁스 자유 에너지 변화라 한다.
일정한 온도와 압력에서 \[\Delta G = \Delta H - T\Delta S\]이다. \(\Delta G < 0\)이면 반응이 저절로 일어나고, \(\Delta G > 0\)이면 저절로 일어나지 않으며, \(\Delta G = 0\)이면 평형이다. 흡열 과정(\(\Delta H > 0\))이라도 엔트로피가 늘고(\(\Delta S > 0\)) 온도가 \(\Delta H/\Delta S\)보다 높으면 저절로 일어난다.
그림 1에서 온도를 바꾸어 보자. 질산 암모늄이 녹으면 결정 속에 질서 있게 늘어서 있던 이온들이 물속으로 흩어져 엔트로피가 크게 는다. 25 °C(298 K)에서 \(\Delta G = 25.7 - 298 \times 0.1087 \approx -6.7\) kJ/mol로 음수이다. 흡열로 잃는 몫보다 엔트로피 증가로 얻는 몫이 커서 저절로 녹는다. 온도가 낮아질수록 \(T\Delta S\)가 작아져, 약 236 K 아래에서는 \(\Delta G\)가 양수가 된다.1
3.4.2네 가지 경우
\(\Delta H\)와 \(\Delta S\)의 부호에 따라 반응은 네 가지로 나뉜다. 발열이면서 엔트로피가 느는 반응은 어느 온도에서나 저절로 일어나고, 흡열이면서 엔트로피가 주는 반응은 어느 온도에서도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나머지 두 경우는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물이 어는 것은 발열이지만 엔트로피가 주므로 낮은 온도에서만 저절로 일어난다. 얼음이 녹는 것은 흡열이지만 엔트로피가 늘므로 높은 온도에서만 저절로 일어난다. 두 경우가 바뀌는 온도가 0 °C이다.
3.4.3예제 풀이
냉찜질 팩에 25 °C의 물 100 g과 질산 암모늄 30.0 g(몰질량 80.0 g/mol)이 들어 있다. 질산 암모늄이 모두 녹을 때 흡수하는 열을 구하고, 그 열을 모두 용액에서 빼앗는다면 온도가 몇 °C까지 내려가는가? 용액의 비열은 4.0 J/(g·°C)로 한다.
질산 암모늄은 \(30.0 \div 80.0 = 0.375\) mol이므로 흡수하는 열은 \(0.375 \times 25.7 \approx 9.64\) kJ이다.
용액의 질량은 130 g이므로 온도 변화는 \(\Delta T = \dfrac{9640}{130 \times 4.0} \approx 18.5\) °C이다. 따라서 용액은 약 6.5 °C까지 내려간다. 이 온도는 경계 온도 236 K(−37 °C)보다 훨씬 높으므로, 팩이 차가워져도 질산 암모늄은 계속 저절로 녹는다. 즉 팩을 차갑게 만드는 힘은 열이 아니라 엔트로피의 증가에서 나온다. 그래서 흡열 반응도 엔트로피가 충분히 늘면 저절로 일어난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여러 반응의 ΔH와 ΔS로 자발성을 판단하고, 온도에 따라 자발성이 바뀌는 경계를 구해 보자.
- 깁스는 1870년대 미국 예일 대학에서 이 개념을 담은 긴 논문을 지역 학회지에 실었다. 처음에는 유럽 과학자들이 거의 읽지 못했지만, 맥스웰이 그 가치를 알아보고 널리 알렸다.
일정한 온도와 압력에서 반응이 저절로 일어나는지는 계의 엔탈피 변화와 엔트로피 변화를 함께 따진 깁스 자유 에너지 변화 \(\Delta H - T\Delta S\)의 부호가 정한다. 흡열 반응이라도 엔트로피가 늘고 온도가 \(\Delta H/\Delta S\)보다 높으면 \(\Delta G\)가 음수가 되어 저절로 일어난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냉찜질 팩은 질산 암모늄이 녹으며 이온이 흩어지는 엔트로피 증가가 흡열을 이겨, 열을 빼앗으면서도 저절로 반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