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와 자발성
본문공은 언덕 아래로 굴러가고, 메테인은 타면서 열을 낸다. 에너지가 낮아지는 쪽으로 저절로 가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런데 실온에 둔 얼음은 주변의 열을 흡수하며 저절로 녹고, 냉찜질 팩 속 질산 암모늄도 열을 빼앗으며 물에 녹는다. 에너지가 높아지는 변화가 어떻게 저절로 일어날까? 그리고 얼음은 왜 0 °C 아래에서는 녹지 않을까?
3.3.1엔트로피
저절로 일어나는 변화를 자발적 변화라 한다. 퍼진 향기가 병 속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자연은 입자와 에너지가 더 흩어져 경우의 수가 많은 쪽으로 간다. 이 흩어진 정도를 나타내는 양이 엔트로피 \(S\)이다. 고체보다 액체, 액체보다 기체의 엔트로피가 크고, 기체 분자 수가 늘어나는 반응은 엔트로피가 커진다.
얼음이 녹으면 규칙적으로 늘어선 분자들이 자유롭게 움직이게 되므로 엔트로피가 커진다(\(\Delta S > 0\)). 한편 녹는 데 열이 필요하므로 엔탈피도 커진다(\(\Delta H > 0\)). 즉 에너지 면에서는 불리하지만 흩어짐 면에서는 유리하다. 둘 가운데 어느 쪽이 이기는지는 온도가 정한다.
일정한 온도와 압력에서 \[\Delta G = \Delta H - T\Delta S\] 가 음수이면 자발적, 양수이면 비자발적이고, 0이면 평형이다.
온도가 높을수록 \(T\Delta S\) 항이 커져 엔트로피의 영향이 강해진다. 그림 1에서 처음 값을 보자. 얼음이 녹는 변화는 \(\Delta H = 6.0\) kJ/mol, \(\Delta S = 22\) J/(mol·K)이다. 273 K보다 높으면 \(T\Delta S\)가 \(\Delta H\)보다 커서 녹고, 낮으면 녹지 않는다.1
3.3.2네 가지 경우
그림 1에서 \(\Delta H\)를 음수로, \(\Delta S\)를 양수로 두면 직선이 모든 온도에서 0 아래에 있다. 반대로 \(\Delta H\)와 \(\Delta S\)가 모두 음수이면 낮은 온도에서만 자발적이다. 물이 0 °C 아래에서 어는 것이 그 예이다.
3.3.3예제 풀이
질산 암모늄이 물에 녹는 변화는 \(\Delta H = +25.7\) kJ/mol, \(\Delta S = +108.7\) J/(mol·K)이다. 25 °C에서 이 변화는 자발적인가? 몇 K보다 높은 온도에서 자발적인가?
단위를 kJ로 맞추면 \(\Delta S = 0.1087\) kJ/(mol·K)이다. 25 °C는 298 K이므로 \(\Delta G = 25.7 - 298 \times 0.1087 \approx 25.7 - 32.4 = -6.7\) kJ/mol이다. 음수이므로 자발적이다.
\(\Delta G = 0\)인 온도는 \(T = \dfrac{\Delta H}{\Delta S} = \dfrac{25.7}{0.1087} \approx 236\) K, 곧 −37 °C이다. 그보다 높은 온도에서는 녹는 것이 자발적이다. 그래서 냉찜질 팩은 실온에서 저절로 녹으며 주변의 열을 빼앗는다. 이온들이 결정에서 풀려나 물속으로 흩어지는 엔트로피 증가가 열을 흡수하는 불리함을 이긴 것이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열을 흡수하는 변화가 저절로 일어나는 조건을 엔탈피와 엔트로피로 직접 따져 보자.
- 자발적이라는 말은 빠르다는 뜻이 아니다. 다이아몬드가 흑연으로 바뀌는 변화는 실온에서 자발적이지만, 너무 느려서 수십억 년이 지나도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반응의 빠르기는 반응 속도에서 따로 다룬다.
자발성은 에너지가 낮아지려는 경향(\(\Delta H\))과 흩어지려는 경향(\(\Delta S\))을 함께 따진 \(\Delta G = \Delta H - T\Delta S\)의 부호로 정해진다. 온도가 높을수록 엔트로피의 영향이 커진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얼음이나 질산 암모늄은 열을 흡수하더라도 엔트로피가 크게 늘어, \(\frac{\Delta H}{\Delta S}\)보다 높은 온도에서는 저절로 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