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
본문뜨거운 쇠구슬을 찬물에 넣으면 구슬은 식고 물은 데워져 결국 같은 온도가 된다. 그 반대, 곧 미지근한 물속의 구슬이 저절로 더 뜨거워지고 물이 더 차가워지는 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에너지 보존 법칙은 두 방향을 모두 허락하는데, 자연은 왜 한쪽만 고를까? 금지하는 법칙이 따로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지 한쪽이 압도적으로 일어나기 쉬운 것일까? 에너지를 나누어 갖는 방법의 수를 세어 보면 답이 보인다.
3.3.1미시 상태와 엔트로피
고체 속의 원자는 제자리에서 진동하며, 진동 에너지는 양자라는 일정한 덩어리 단위로만 주고받는다. 진동자 \(N\)개가 양자 \(q\)개를 나누어 갖는 방법의 수는 \(q\)개의 공을 \(N\)개의 상자에 넣는 경우의 수와 같다. 원자들이 에너지를 정확히 어떻게 나누어 가졌는지를 하나하나 정한 것을 미시 상태라 한다. 겉으로 보기에 같은 상태도 그 속의 미시 상태 수는 엄청나게 많을 수 있다. 볼츠만은 이 수의 로그로 엔트로피를 정의했다.
진동자 \(N\)개가 양자 \(q\)개를 나누어 갖는 미시 상태 수는 \(W = \dbinom{q + N - 1}{q}\)이다. 엔트로피는 \(S = k\ln W\)이며, \(k\)는 볼츠만 상수이다. 고립된 계는 미시 상태 수가 가장 많은 상태, 곧 엔트로피가 가장 큰 상태로 간다.
그림 1에서 A가 가진 양자 수를 바꾸어 보자. A가 45개, B가 15개를 가진 상태는 A가 뜨겁고 B가 차가운 상태이다. 그 확률은 고르게 30개씩 나눈 상태의 약 50분의 1에 불과하고, A가 55개를 가지면 약 40만분의 1로 떨어진다. 그래서 두 고체가 에너지를 자유롭게 주고받으면 에너지는 거의 확실하게 고르게 나뉘는 쪽으로 옮겨 간다. 진동자가 30개만 되어도 이렇게 치우치는데, 실제 물체에는 \(10^{23}\)개가 넘는 원자가 있다. 그래서 반대 방향의 변화는 금지된 것이 아니라, 우주의 나이 동안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을 만큼 드물다.1
3.3.2엔트로피를 늘리는 변화
미시 상태 수가 늘어나는 변화는 엔트로피를 늘린다. 고체가 녹아 액체가 되거나 액체가 기체가 되면 분자가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이 크게 늘어 엔트로피가 커진다. 기체가 더 넓은 공간으로 퍼지거나, 두 기체가 섞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반응에서 기체 분자의 수가 늘면 대개 엔트로피가 커진다. 그리고 열을 받으면 에너지 양자가 늘어 미시 상태 수가 늘어난다. 온도 \(T\)에서 열 \(q\)를 가역적으로 받으면 엔트로피는 \(q/T\)만큼 는다. 같은 열이라도 차가운 물체에 들어갈 때 엔트로피가 더 크게 는다.
3.3.3예제 풀이
진동자 3개로 된 고체 A와 B가 에너지 양자 4개를 나누어 가진다. A가 가진 양자 수가 0, 1, 2, 3, 4일 때 전체 미시 상태 수를 각각 구하고, 가장 일어나기 쉬운 나눔과 한쪽에 모두 몰린 나눔의 확률을 구하여라.
진동자 3개가 양자 \(q\)개를 갖는 방법은 \(\dbinom{q+2}{2}\)이므로, \(q = 0, 1, 2, 3, 4\)에 대해 1, 3, 6, 10, 15이다. A가 \(q_A\)개, B가 \(4 - q_A\)개를 가질 때 전체 미시 상태 수는 두 수의 곱이라 차례로 \(1 \times 15 = 15\), \(3 \times 10 = 30\), \(6 \times 6 = 36\), \(10 \times 3 = 30\), \(15 \times 1 = 15\)이다. 모두 합하면 126이다.
가장 일어나기 쉬운 나눔은 2개씩 고르게 나눈 것으로 확률이 \(36 \div 126 \approx 29\)%이다. A에 4개가 모두 몰린 나눔은 \(15 \div 126 \approx 12\)%이다. 이렇게 작은 계에서는 치우친 상태도 꽤 자주 일어난다. 그런데 진동자와 양자가 늘수록 고른 나눔 근처의 미시 상태가 압도적으로 많아진다. 즉 열역학 제2법칙은 수많은 입자가 있을 때 확률이 사실상 확실성으로 바뀐 결과이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미시 상태의 수를 직접 세어 보고, 여러 변화에서 엔트로피가 늘어나는지 줄어드는지 예측해 보자.
- 볼츠만의 묘비에는 그의 엔트로피 식 \(S = k\log W\)가 새겨져 있다. 그가 살던 때에는 원자의 존재를 의심하는 과학자가 많아, 이 생각은 오랫동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엔트로피는 계가 가질 수 있는 미시 상태 수의 로그에 비례하며, 고립된 계는 미시 상태 수가 가장 많은 상태로 간다. 입자가 많을수록 에너지가 고르게 나뉜 상태의 미시 상태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져, 반대 방향의 변화는 사실상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두 물체는 에너지가 고르게 나뉘는 상태가 압도적으로 일어나기 쉬우므로 늘 온도가 같아지는 쪽으로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