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기압 내림
본문밀폐된 유리 덮개 안에 맹물 한 컵과 진한 설탕물 한 컵을 나란히 두었다. 며칠 뒤 맹물 컵은 눈에 띄게 줄었고, 설탕물 컵은 넘칠 듯 불어났다. 두 컵은 서로 닿지 않았고 온도도 같았다. 물 분자가 공기를 지나 한쪽 컵에서 다른 쪽 컵으로 옮겨 간 것이다. 왜 반대 방향이 아니라 설탕물 쪽으로 갔을까? 설탕을 녹이면 물의 무엇이 바뀌는 것일까?
2.12.1표면을 나누어 쓰는 용질
설탕은 거의 증발하지 않는 용질이다. 설탕이 녹으면 용액 표면의 일부를 설탕 분자가 차지하고, 물 분자들은 설탕 분자와도 끌어당겨 붙잡힌다. 그래서 같은 시간 동안 표면에서 날아가는 물 분자가 맹물보다 적어지고, 증기압이 낮아진다. 이 낮아진 정도는 용질이 무엇인지와 상관없이 용액에 든 용질 입자의 수로 정해진다. 입자의 수에만 기대는 이런 성질을 총괄성이라 한다.
비휘발성 용질이 녹은 묽은 용액의 증기압은 용매의 몰 분율 \(x_{\text{용매}}\)에 비례하여 \[p = x_{\text{용매}}\, p^{\circ}\]이다. \(p^{\circ}\)는 순수한 용매의 증기압이다. 따라서 증기압 내림은 \(\Delta p = x_{\text{용질}}\, p^{\circ}\)이다.
덮개 안의 수증기 압력은 한 가지 값으로 맞추어지려 한다. 맹물은 3.17 kPa까지 증기를 채우려 하고, 설탕물은 3.11 kPa에서 이미 포화된다. 그래서 그 사이의 압력에서는 맹물 위의 공기는 덜 차 있어 물이 계속 증발하고, 설탕물 위의 공기는 넘쳐 물이 계속 응결한다. 이 차이가 며칠 동안 이어지며 물이 설탕물 쪽으로 옮겨 간다. 맹물이 모두 사라지거나 두 용액의 농도가 같아질 때까지 이 이동은 멈추지 않는다.1
2.12.2작은 차이를 재려면
증기압 내림은 아주 작다. 설탕 1 mol을 물 1 kg에 녹인 꽤 진한 용액에서도 증기압이 2%도 낮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증기압을 직접 비교하기보다, 같은 온도의 맹물과 용액의 증기압을 압력 센서로 번갈아 재어 그 차를 구하거나, 덮개 실험처럼 시간이 쌓이게 하여 질량 변화로 확인한다. 소금처럼 물에서 이온으로 나뉘는 용질은 한 단위가 입자 두 개가 되므로, 같은 몰수에서 증기압을 두 배 가까이 낮춘다.
2.12.3예제 풀이
설탕 342 g(1.00 mol)을 물 1.00 kg에 녹였다. 25 °C에서 물의 증기압이 3.17 kPa일 때 용액의 증기압과 증기압 내림을 구하여라. 같은 물에 소금 58.5 g(1.00 mol)을 녹이면 어떻게 되는가?
물 1.00 kg은 \(1000/18.02 \approx 55.5\) mol이므로 물의 몰 분율은 \(55.5/(55.5 + 1.00) \approx 0.982\)이다. 증기압은 \(0.982 \times 3.17 \approx 3.11\) kPa이고, 내림은 약 0.056 kPa로 1.8%이다.
소금은 물에서 나트륨 이온과 염화 이온으로 나뉘어 입자가 2.00 mol이 된다. 물의 몰 분율은 \(55.5/(55.5 + 2.00) \approx 0.965\)이고 증기압은 약 3.06 kPa, 내림은 약 0.11 kPa로 설탕의 두 배쯤이다. 무게로는 설탕이 소금의 여섯 배 가까이인데, 증기압을 낮추는 효과는 오히려 소금이 크다. 즉 증기압 내림은 녹인 물질의 질량이 아니라 녹아 있는 입자의 수에 따라 정해진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설탕물과 맹물의 증기압을 비교하고, 녹인 입자의 수에 따라 증기압이 얼마나 낮아지는지 계산해 보자.
- 라울 법칙은 1887년 프랑스의 라울이 여러 용액의 증기압을 재어 찾았다. 꿀이나 잼이 잘 상하지 않는 것도 같은 원리로, 당이 많이 녹은 식품은 증기압이 낮아 미생물이 쓸 수 있는 물이 적다.
비휘발성 용질이 녹으면 표면에서 날아가는 용매 분자가 줄어 증기압이 용매의 몰 분율에 비례하여 \(p = x_{\text{용매}}p^{\circ}\)로 낮아지고, 그 내림은 녹은 입자의 수로 정해진다. 그래서 이온으로 나뉘는 용질은 같은 몰수에서 증기압을 더 많이 낮춘다. 처음 질문에서 물이 설탕물 쪽으로 옮겨 간 것은 설탕물의 증기압이 맹물보다 낮아, 덮개 안에서 맹물은 증발하고 설탕물 위에서는 응결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