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슬릿과 간섭계
본문2015년 미국의 중력파 관측소 라이고는 13억 년 전 두 블랙홀이 합쳐질 때 생긴 시공간의 떨림을 잡아냈다. 이 떨림이 지구를 지나며 길이 4 km인 관측 장치의 팔을 늘이고 줄인 양은 양성자 지름의 100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자로는 도저히 잴 수 없는 이 길이를 무엇으로 쟀을까? 답은 빛의 간섭이다. 빛의 파장을 눈금으로 쓰면 얼마나 작은 길이까지 잴 수 있을까?
3.2.1이중 슬릿과 경로차
1801년 영은 좁은 틈 두 개를 지난 빛이 스크린에 밝고 어두운 줄무늬를 만드는 것을 보였다. 두 틈에서 스크린의 한 점까지 가는 거리가 파장의 정수배만큼 다르면 두 빛의 마루와 마루가 만나 밝아지고, 반파장의 홀수배만큼 다르면 마루와 골이 만나 어두워진다. 이 거리의 차이를 경로차라 한다. 즉 간섭무늬는 경로차를 파장 단위로 보여 주는 눈금이다. 두 빛의 경로차가 파장 하나만큼 변하면 무늬도 한 칸 움직인다.
반투명 거울로 빛을 둘로 나누어 서로 수직인 두 팔 끝의 거울에서 반사시킨 뒤 다시 합친다. 한쪽 거울을 \(d\)만큼 옮기면 빛이 그 팔을 왕복하므로 경로차는 \(2d\)만큼 변하고, 지나가는 무늬의 수는 \[N = \frac{2d}{\lambda}\]이다. 무늬 하나를 셀 때마다 거울은 \(\lambda/2\)만큼 움직인 것이다.
그림 1에서 거울을 옮겨 보자. 633 nm 레이저를 쓰면 거울이 0.32 μm 움직일 때마다 가운데가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한 번씩 되풀이한다. 1 μm를 옮기면 무늬가 약 3.2개 지나간다. 무늬의 밝기 변화를 전자 센서로 세밀하게 읽으면 무늬 한 칸의 100분의 1까지 가를 수 있어, 수 nm의 움직임도 잴 수 있다. 그래서 반도체 공장에서는 이 간섭계로 웨이퍼를 옮기는 장치의 위치를 nm 단위로 조정한다.1
3.2.2중력파를 잡는 간섭계
라이고는 팔 길이 4 km인 거대한 마이컬슨 간섭계이다. 평소에는 두 팔에서 돌아온 빛이 서로 지우도록 맞추어, 검출기에 빛이 거의 오지 않는다. 중력파가 지나가면 한 팔은 늘고 다른 팔은 줄어 경로차가 생기고, 검출기에 빛이 새어 나온다. 그런데 변하는 길이가 \(10^{-18}\) m 정도로 너무 작다. 그래서 팔 속에서 빛을 수백 번 왕복시켜 실제 경로를 1000 km 넘게 늘리고, 레이저의 출력을 높이고, 땅의 진동을 막는 장치를 겹겹이 단다. 같은 신호가 멀리 떨어진 두 관측소에서 함께 잡혀야 중력파로 인정한다.
3.2.3예제 풀이
파장 633 nm 레이저를 쓴 마이컬슨 간섭계의 한쪽 거울을 금속 막대 끝에 붙였다. 막대를 데웠더니 가운데 무늬가 158개 지나갔다. 막대는 얼마나 늘어났는가? 막대의 처음 길이가 10 cm이고 온도가 50 °C 올랐다면, 이 금속의 선팽창 계수는 얼마인가?
무늬 하나가 지나갈 때 거울은 \(\lambda/2 = 316.5\) nm 움직이므로, 늘어난 길이는 \(158 \times 316.5\ \text{nm} \approx 5.0 \times 10^{-5}\) m, 곧 50 μm이다.
선팽창 계수는 \(\alpha = \dfrac{\Delta L}{L\,\Delta T} = \dfrac{5.0 \times 10^{-5}}{0.10 \times 50} = 1.0 \times 10^{-5}\)/K이다. 이는 철이나 구리의 값과 비슷하다. 자로 50 μm를 재기는 어렵지만, 간섭계로는 무늬를 세는 것만으로 쉽게 잰다. 즉 빛의 파장이라는 아주 고른 눈금 덕분에, 간섭계는 작은 길이 변화를 정확하게 재는 도구가 된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이중 슬릿 무늬의 간격을 정하는 요인을 확인하고, 빛의 파장으로 1만분의 1 mm를 재는 방법을 살펴보자.
- 1887년 마이컬슨과 몰리는 이 간섭계로 빛을 전한다고 믿던 '에테르'에 대한 지구의 속도를 재려 했다. 그런데 어느 방향에서도 무늬가 움직이지 않았고, 이 결과는 뒤에 특수 상대성 이론의 실험적 바탕이 되었다.
간섭무늬는 두 빛의 경로차를 파장 단위로 보여 주므로, 경로차가 파장 하나만큼 변할 때마다 무늬가 한 칸 움직인다. 마이컬슨 간섭계에서는 거울이 반파장 움직일 때마다 무늬 하나가 지나가, 무늬를 세거나 밝기를 읽어 nm 이하의 길이 변화를 잰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작은 움직임은 빛을 수백 번 왕복시키는 거대한 간섭계로 경로차를 키워, 무늬 밝기의 아주 작은 변화로 잡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