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첩과 측정, 양자 기술
본문컴퓨터의 비트는 0이나 1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양자 컴퓨터의 큐비트는 0과 1이 겹친 상태에 있을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측정하면 0.5가 나올까? 아니다. 측정하면 늘 0이나 1 가운데 하나가 나온다. 겹쳐 있다는 말은 무슨 뜻이며, 이 성질로 어떻게 새로운 계산과 도청할 수 없는 암호를 만들까?
3.2.1중첩 상태
전자가 두 슬릿을 동시에 지나는 것처럼, 양자 세계의 대상은 두 상태가 겹친 상태에 있을 수 있다. 이를 중첩이라 한다. 큐비트는 0 상태와 1 상태를 가진 양자계로, 일반적인 상태는 \(\alpha|0\rangle + \beta|1\rangle\)로 쓴다. \(\alpha\), \(\beta\)는 각 상태의 진폭이다.
상태 \(\alpha|0\rangle + \beta|1\rangle\)인 큐비트를 측정하면 0이 나올 확률은 \(|\alpha|^2\), 1이 나올 확률은 \(|\beta|^2\)이며 \(|\alpha|^2 + |\beta|^2 = 1\)이다. 측정한 뒤의 큐비트는 나온 결과의 상태로 바뀐다.
그러므로 중첩은 '0과 1의 중간값'이 아니라, 측정하면 어느 쪽이 나올지 확률로만 정해진 상태이다. 그리고 한 번 측정하면 중첩이 깨져 다시 측정해도 같은 값만 나온다. 그림 1에서 \(\theta = 90°\)이면 0과 1이 반반으로 나오고, \(\theta = 60°\)이면 0이 75% 나온다. 측정 횟수가 적으면 비율이 출렁이지만 많을수록 확률에 가까워진다.
3.2.2양자 기술
큐비트 \(n\)개는 \(2^n\)가지 상태의 중첩을 한꺼번에 가질 수 있다. 양자 컴퓨터는 간섭을 이용해 틀린 답의 진폭은 서로 지우고 맞는 답의 진폭은 키워, 측정할 때 맞는 답이 나올 확률을 높인다. 그래서 큰 수의 소인수 분해나 분자 구조 계산처럼 일반 컴퓨터로 매우 오래 걸리는 문제를 빠르게 풀 가능성이 있다.
한편 양자 암호는 측정이 상태를 바꾼다는 성질을 쓴다. 광자의 편광에 열쇠를 실어 보내면, 도청자가 중간에 측정하는 순간 일부 광자의 상태가 바뀌어 오류가 생긴다. 보내는 쪽과 받는 쪽이 일부를 비교하면 도청을 알아챌 수 있다.1
3.2.3예제 풀이
큐비트의 상태가 \(0.6|0\rangle + 0.8|1\rangle\)이다. 측정할 때 0과 1이 나올 확률을 구하여라. 같은 상태로 준비한 큐비트 1000개를 측정하면 0은 대략 몇 번 나오는가? 첫 측정에서 1이 나온 큐비트를 바로 다시 측정하면 어떻게 되는가?
0이 나올 확률은 \(0.6^2 = 0.36\), 1이 나올 확률은 \(0.8^2 = 0.64\)이고, 합은 1이다. 1000개를 측정하면 0은 대략 360번 나온다. 실제로는 이항 분포에 따라 표준편차 \(\sqrt{1000 \times 0.36 \times 0.64} \approx 15\)만큼 출렁여 345~375번 정도가 흔하다.
첫 측정에서 1이 나온 큐비트는 이미 \(|1\rangle\) 상태로 바뀌었으므로, 다시 측정하면 반드시 1이 나온다. 즉 측정 전의 진폭 0.6과 0.8은 한 번의 측정으로 알아낼 수 없고, 같은 상태를 많이 준비해 통계를 내야만 알 수 있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큐비트의 상태를 바꾸며 측정 결과의 비율을 직접 확인하고, 양자 컴퓨터와 양자 암호가 하는 일을 살펴보자.
- 양자 상태는 복제할 수 없다는 '복제 불가 정리'가 있다. 그래서 도청자는 광자를 몰래 복사해 두고 원본을 그대로 보낼 수 없다.
큐비트는 0과 1이 겹친 중첩 상태 \(\alpha|0\rangle + \beta|1\rangle\)에 있을 수 있고, 측정하면 확률 \(|\alpha|^2\), \(|\beta|^2\)로 0이나 1 가운데 하나가 나오며 상태가 그 결과로 바뀐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답은 '둘 다 아니다'이다. 측정 전의 큐비트는 어느 쪽이 나올지 확률만 정해진 중첩 상태이고, 이 성질이 양자 계산과 양자 암호의 바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