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교과서

과학 용어와 사회

“기업의 DNA”, “긍정 에너지”, “퀀텀 점프”. 과학 용어는 교과서 밖으로 나와 광고와 뉴스 속을 누빕니다. 같은 낱말이 과학에서는 무엇을 뜻하고, 사회에서는 어떻게 쓰이며, 그 차이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따져 봅시다.

먼저 알면 좋은 것 에너지 보존원자의 에너지 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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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용어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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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제품은 기술의 양자 도약이다." 광고와 기사에서 '양자 도약'은 엄청나게 큰 발전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런데 물리학에서 양자 도약은 원자 속 전자가 한 에너지 준위에서 다른 준위로 옮겨 가는 것으로, 우주에서 가장 작은 변화 가운데 하나이다. 같은 말이 어떻게 정반대의 뜻을 갖게 되었을까? 과학 용어가 사회에서 쓰일 때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그림 1. 수소 원자의 양자 도약 에너지와 일상의 에너지(막대 길이는 로그 눈금). 양자 도약 하나의 에너지는 사과가 1 m 떨어질 때 에너지의 약 10¹⁸분의 1이다.
먼저 알아야 할 것원자의 에너지 준위(물리학, 전자기와 양자), 에너지 보존과 단위, 새로운 문화(과학기술과 새로운 문화).

3.2.1과학에서의 양자 도약

원자 속 전자는 아무 에너지나 가질 수 없고, 정해진 에너지 준위에만 있을 수 있다. 전자가 한 준위에서 다른 준위로 옮겨 갈 때는 중간을 거치지 않고 한꺼번에 옮겨 가며, 그 차이만큼의 빛을 내거나 흡수한다. 이를 양자 도약이라 한다. 이 말의 뜻은 크기가 아니라 '중간 없이 끊어져 있다'는 불연속성이다.

정리 3.2.1 수소의 양자 도약 에너지

수소 원자의 에너지 준위는 \(E_n = -\dfrac{13.6}{n^2}\) eV이고, \(n\)에서 1로 옮겨 갈 때 내는 에너지는 \(13.6\left(1 - \dfrac{1}{n^2}\right)\) eV이다. 1 eV는 \(1.6 \times 10^{-19}\) J이다.

그림 1에서 \(n\)을 바꾸어 보자. \(n = 2\)에서 1로의 도약은 10.2 eV, 곧 약 \(1.6 \times 10^{-18}\) J이다. 사과(0.1 kg)가 1 m 떨어질 때의 에너지 약 1 J과 비교하면 \(10^{18}\)분의 1쯤이다. 즉 과학에서 양자 도약은 엄청나게 큰 것이 아니라 아주 작지만 쪼갤 수 없는 변화이다.1

3.2.2사회 속 과학 용어

과학 용어는 일상으로 들어오며 뜻이 바뀌기도 한다. '양자 도약'은 불연속적인 변화라는 뜻에서 '갑작스럽고 큰 변화'로 바뀌었다. 광고에서 'DNA'는 회사의 타고난 성격을, '에너지'는 기운이나 활력을 뜻한다. '이론'은 과학에서 많은 증거로 뒷받침된 설명 체계이지만, 일상에서는 '그냥 생각'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진화는 이론일 뿐'이라는 말은 두 뜻을 뒤섞은 것이다. 과학 용어가 쓰이는 맥락을 살펴, 과학의 뜻과 비유의 뜻을 구별해야 한다.

용어과학에서일상·광고에서 양자 도약가장 작은 불연속적 변화엄청나게 큰 발전 이론증거로 뒷받침된 설명 체계확인되지 않은 생각 에너지일을 할 수 있는 능력 (J)기운, 활력
그림 2. 같은 낱말이 과학과 일상에서 다른 뜻으로 쓰인다.

3.2.3예제 풀이

예제 3.2.2

수소 원자에서 전자가 \(n = 3\)에서 \(n = 2\)로 옮겨 갈 때 내는 에너지를 eV와 J로 구하여라. 이 에너지를 가진 광자를 \(10^{18}\)개 모으면 대략 사과 한 개가 1 m 떨어지는 에너지와 비슷해지는가? (사과 0.1 kg, \(g = 9.8\) m/s²)

에너지는 \(13.6\left(\dfrac{1}{4} - \dfrac{1}{9}\right) = 13.6 \times \dfrac{5}{36} \approx 1.89\) eV, 곧 \(1.89 \times 1.6 \times 10^{-19} \approx 3.0 \times 10^{-19}\) J이다. 이 빛이 수소가 내는 빨간빛(656 nm)이다.

\(10^{18}\)개를 모으면 \(3.0 \times 10^{-19} \times 10^{18} = 0.3\) J이다. 사과가 1 m 떨어지는 에너지 \(0.1 \times 9.8 \times 1 \approx 0.98\) J의 약 3분의 1이다. 그러니 사과 한 번의 낙하에 맞먹으려면 양자 도약이 약 \(3 \times 10^{18}\)번 일어나야 한다. 즉 '양자 도약'을 큰 발전이라는 뜻으로 쓰는 것은 비유일 뿐이며, 과학적으로는 정반대의 크기이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광고 속 'DNA'와 '에너지'가 교과서 속 뜻과 같은지, 양자 도약이 정말 큰 도약인지 따져 보자.

  1. '양자'는 영어 quantum의 번역어로, 라틴어로 '얼마만큼'이라는 뜻이다. 에너지가 연속적이지 않고 정해진 덩어리 단위로만 주고받아진다는 데서 붙은 이름이다.
마무리

과학에서 양자 도약은 원자 속 전자가 중간 없이 한 준위에서 다른 준위로 옮겨 가는 가장 작은 불연속적 변화로, 수소에서는 수 eV, 곧 \(10^{-18}\) J 정도이다. 과학 용어는 사회에서 비유로 쓰이며 뜻이 바뀌기도 하므로 맥락을 구별해야 한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답은 '아니다'이다. 과학의 양자 도약은 엄청나게 큰 것이 아니라 아주 작지만 쪼갤 수 없는 변화이다.

읽기 1

광고 속 ‘DNA’와 ‘에너지’는 교과서 속 뜻과 같을까?

읽기 · 일상과 미디어 속 과학 용어 · 비유와 오용 · 번역어

“우리 회사의 DNA는 도전입니다.” “이 팔찌가 몸에 좋은 에너지를 보내 줍니다.” “양자 도약 수준의 혁신.” 뉴스와 광고에는 과학 용어가 넘쳐 난다. 이 말들은 과학에서 쓰는 뜻과 얼마나 같을까?

1같은 낱말, 다른 뜻

용어과학에서의 뜻일상·미디어에서의 쓰임어긋나는 점
에너지일을 할 수 있는 능력. 단위는 줄(J)이고, 형태가 바뀌어도 총량은 보존됨활력, 기운, 분위기(“긍정 에너지”)측정 단위도 없이 ‘에너지를 준다’는 제품은 과학의 에너지 개념과 관계가 없음
DNA유전 정보를 담은 분자. 염기 서열이 단백질 합성의 정보가 됨타고난 본질, 바뀌지 않는 정체성(“기업의 DNA”)비유로는 쓸 만하지만, ‘유전자가 모든 것을 정한다’는 생각을 강화할 수 있음
양자더 나눌 수 없는 최소 단위의 양. 양자 도약은 원자 속 전자가 준위 사이를 옮기는 아주 작은 변화엄청난 비약, 신비하고 첨단인 것뜻이 거의 반대. ‘양자’를 붙인 건강 제품은 대부분 과학적 근거가 없음
이론많은 증거로 검증된 설명 체계(진화론, 상대성 이론)아직 확인되지 않은 추측(“그건 이론일 뿐”)과학의 이론을 ‘추측’으로 깎아내리는 데 쓰임
진화세대를 거치며 집단의 유전적 구성이 변하는 것. 정해진 방향이나 목적이 없음더 나아짐, 발전(“스마트폰의 진화”)진화를 ‘진보’로 오해하게 만듦
화학 물질원소와 화합물을 이루는 모든 물질. 물과 산소도 화학 물질인공적이고 해로운 것(“화학 성분 무첨가”)물질의 위험은 ‘화학’인지가 아니라 종류와 양으로 정해짐

2과학 용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과학 용어가 퍼지는 데는 좋은 면이 있다. ‘임계점’, ‘나비 효과’, ‘생태계’, ‘집단 면역’처럼 과학에서 생긴 개념은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새로운 도구가 된다. 어떤 의견이 일정 비율을 넘으면 갑자기 퍼지는 현상을 ‘임계점’으로, 여러 기업과 사용자가 서로 의존하는 관계를 ‘생태계’로 설명하면 복잡한 현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은 과학적 아이디어를 다른 맥락에 적용하는 일이다.

그러나 과학 용어는 권위를 빌리는 데도 쓰인다. 과학 용어를 붙이면 상품이나 주장이 검증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나노’, ‘게르마늄’, ‘음이온’, ‘양자’를 내건 제품 가운데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것이 많다. 또 ‘화학’이라는 말 자체를 두려워하는 태도(케미포비아)는 안전한 물질까지 피하게 하고, 정작 위험의 크기를 따지지 못하게 한다. 과학 용어가 잘못 쓰이면 소비자의 판단, 건강, 공공 정책까지 영향을 받는다.

3과학 용어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들어올까?

새로 이름을 짓기도 한다. 1949년 영국 천문학자 호일이 라디오 방송에서 쓴 ‘빅뱅’은 우주론의 정식 이름이 되었다. 물리학자 겔만은 소설의 한 구절에서 ‘쿼크’라는 이름을 따왔다.

번역어도 있다. 우리가 쓰는 ‘과학’, ‘물리’, ‘원소’ 같은 한자 번역어 가운데 상당수는 19세기 후반 일본과 중국에서 서양 학문을 옮기며 만든 말이 들어온 것이다. ‘에너지’, ‘엔트로피’처럼 소리 나는 대로 옮긴 말도 있다.

또 학회는 낯설거나 어려운 용어를 정비한다. 대한화학회가 원소 이름을 국제 명명법에 맞추어 정리하면서 ‘나트륨’과 ‘소듐’, ‘칼륨’과 ‘포타슘’이 함께 쓰이게 된 것이 그 예이다. 같은 대상에 이름이 여럿이면 혼란이 생기므로, 용어를 정하는 일은 과학계와 교육계의 중요한 합의 과정이다.

판단과학 용어를 비유로 쓰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비유인지 과학적 주장인지를 구분하지 않을 때이다. 미디어에서 과학 용어를 만나면 “이 말을 과학의 뜻으로 바꾸면 무엇을 측정하거나 확인할 수 있는가?”를 물어보자. 답이 없다면 그것은 과학적 주장이 아니라 수사이다.

확인조건이 달라지면

한 신문 기사가 “선거를 앞두고 여론이 임계점을 넘었다”고 썼다. 이 표현에 대한 판단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탐구 2

‘양자 도약’은 정말 엄청나게 큰 도약일까?

과학 용어의 원래 뜻 · 수소 원자의 에너지 준위 · 로그 눈금 비교
전이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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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J)로 바꾸면
—
나오는 빛의 파장
—
제자리 뛰기의
—

수소 원자의 준위 에너지 Eₙ = −13.6 eV/n², 1 eV = 1.602 × 10⁻¹⁹ J. 비교 값은 어림으로, 실온 분자 하나의 열운동 kT ≈ 4 × 10⁻²¹ J, 몸무게 70 kg인 사람이 0.5 m 뛰어오르기 ≈ 340 J, 스마트폰 배터리 완충(약 15 Wh) ≈ 5 × 10⁴ J, 밥 한 공기(약 300 kcal) ≈ 1.3 × 10⁶ J이다.

  1. 질문신문과 광고에서는 “양자 도약 수준의 성장”, “퀀텀 점프”를 ‘엄청난 비약’이라는 뜻으로 쓴다. 그런데 물리학에서 양자 도약은 원자 속 전자 하나가 하는 일이다. 그 크기는 얼마나 될까?
  2. 복원원자가 내는 빛은 아무 색이나 나오지 않고 정해진 파장의 선 스펙트럼으로 나온다. 빛 알갱이(광자) 하나의 에너지는 진동수에 비례한다. 원자 규모의 에너지는 전자볼트(eV)로 나타내며, 1 eV는 1.6 × 10⁻¹⁹ J이다.
  3. 설명1900년 플랑크는 에너지가 덩어리(양자) 단위로만 주고받아진다고 가정했고, 1913년 보어는 수소 원자의 전자가 정해진 에너지 준위에만 있을 수 있다고 보았다. 전자가 한 준위에서 다른 준위로 옮겨 가며 그 차이만큼의 광자를 내거나 흡수하는 것이 양자 도약이다. 준위 사이의 중간 값은 없다. 그러므로 원래 뜻은 ‘크다’가 아니라 ‘더 나눌 수 없는 최소 단위로, 건너뛰듯 바뀐다’이다.
  4. 연결3 → 2 전이는 656 nm의 빨간빛을 내며, 이것이 수소 스펙트럼의 Hα선이다. 별과 성운의 사진에서 붉은빛을 띠는 수소 기체가 바로 이 빛이다. 양자 도약은 레이저, LED, 형광등처럼 일상 기술의 바탕이기도 하다.
  5. 적용준위를 바꿔 가며 가장 큰 전이와 가장 작은 전이를 찾자. 가장 큰 것도 사람의 제자리 뛰기 에너지의 몇 분의 1인가? 로그 눈금에서 원자 전이와 일상의 에너지가 몇 칸(몇 자릿수) 떨어져 있는지 세어 보자.
  6. 판단일상어의 ‘양자 도약’이 완전히 틀린 비유는 아니다. 중간 단계 없이 다른 상태로 바뀐다는 ‘불연속’의 뜻을 살린다면 쓸 만하다. 문제는 ‘아주 크다’는 뜻으로만 쓰거나, ‘양자’라는 말로 제품에 과학의 권위를 입힐 때이다. 또 양자 도약을 ‘순간 이동’처럼 상상하는 것도 지나친다. 2019년에는 양자 도약이 진행되는 도중을 포착한 실험이 보고되었다.

확인조건이 달라지면

수소 원자 대신, 준위 간격이 훨씬 촘촘한 큰 분자를 생각하자. 이 분자에서 일어나는 ‘양자 도약’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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