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용어와 사회
본문"이번 신제품은 기술의 양자 도약이다." 광고와 기사에서 '양자 도약'은 엄청나게 큰 발전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런데 물리학에서 양자 도약은 원자 속 전자가 한 에너지 준위에서 다른 준위로 옮겨 가는 것으로, 우주에서 가장 작은 변화 가운데 하나이다. 같은 말이 어떻게 정반대의 뜻을 갖게 되었을까? 과학 용어가 사회에서 쓰일 때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3.2.1과학에서의 양자 도약
원자 속 전자는 아무 에너지나 가질 수 없고, 정해진 에너지 준위에만 있을 수 있다. 전자가 한 준위에서 다른 준위로 옮겨 갈 때는 중간을 거치지 않고 한꺼번에 옮겨 가며, 그 차이만큼의 빛을 내거나 흡수한다. 이를 양자 도약이라 한다. 이 말의 뜻은 크기가 아니라 '중간 없이 끊어져 있다'는 불연속성이다.
수소 원자의 에너지 준위는 \(E_n = -\dfrac{13.6}{n^2}\) eV이고, \(n\)에서 1로 옮겨 갈 때 내는 에너지는 \(13.6\left(1 - \dfrac{1}{n^2}\right)\) eV이다. 1 eV는 \(1.6 \times 10^{-19}\) J이다.
그림 1에서 \(n\)을 바꾸어 보자. \(n = 2\)에서 1로의 도약은 10.2 eV, 곧 약 \(1.6 \times 10^{-18}\) J이다. 사과(0.1 kg)가 1 m 떨어질 때의 에너지 약 1 J과 비교하면 \(10^{18}\)분의 1쯤이다. 즉 과학에서 양자 도약은 엄청나게 큰 것이 아니라 아주 작지만 쪼갤 수 없는 변화이다.1
3.2.2사회 속 과학 용어
과학 용어는 일상으로 들어오며 뜻이 바뀌기도 한다. '양자 도약'은 불연속적인 변화라는 뜻에서 '갑작스럽고 큰 변화'로 바뀌었다. 광고에서 'DNA'는 회사의 타고난 성격을, '에너지'는 기운이나 활력을 뜻한다. '이론'은 과학에서 많은 증거로 뒷받침된 설명 체계이지만, 일상에서는 '그냥 생각'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진화는 이론일 뿐'이라는 말은 두 뜻을 뒤섞은 것이다. 과학 용어가 쓰이는 맥락을 살펴, 과학의 뜻과 비유의 뜻을 구별해야 한다.
3.2.3예제 풀이
수소 원자에서 전자가 \(n = 3\)에서 \(n = 2\)로 옮겨 갈 때 내는 에너지를 eV와 J로 구하여라. 이 에너지를 가진 광자를 \(10^{18}\)개 모으면 대략 사과 한 개가 1 m 떨어지는 에너지와 비슷해지는가? (사과 0.1 kg, \(g = 9.8\) m/s²)
에너지는 \(13.6\left(\dfrac{1}{4} - \dfrac{1}{9}\right) = 13.6 \times \dfrac{5}{36} \approx 1.89\) eV, 곧 \(1.89 \times 1.6 \times 10^{-19} \approx 3.0 \times 10^{-19}\) J이다. 이 빛이 수소가 내는 빨간빛(656 nm)이다.
\(10^{18}\)개를 모으면 \(3.0 \times 10^{-19} \times 10^{18} = 0.3\) J이다. 사과가 1 m 떨어지는 에너지 \(0.1 \times 9.8 \times 1 \approx 0.98\) J의 약 3분의 1이다. 그러니 사과 한 번의 낙하에 맞먹으려면 양자 도약이 약 \(3 \times 10^{18}\)번 일어나야 한다. 즉 '양자 도약'을 큰 발전이라는 뜻으로 쓰는 것은 비유일 뿐이며, 과학적으로는 정반대의 크기이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광고 속 'DNA'와 '에너지'가 교과서 속 뜻과 같은지, 양자 도약이 정말 큰 도약인지 따져 보자.
- '양자'는 영어 quantum의 번역어로, 라틴어로 '얼마만큼'이라는 뜻이다. 에너지가 연속적이지 않고 정해진 덩어리 단위로만 주고받아진다는 데서 붙은 이름이다.
과학에서 양자 도약은 원자 속 전자가 중간 없이 한 준위에서 다른 준위로 옮겨 가는 가장 작은 불연속적 변화로, 수소에서는 수 eV, 곧 \(10^{-18}\) J 정도이다. 과학 용어는 사회에서 비유로 쓰이며 뜻이 바뀌기도 하므로 맥락을 구별해야 한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답은 '아니다'이다. 과학의 양자 도약은 엄청나게 큰 것이 아니라 아주 작지만 쪼갤 수 없는 변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