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마토그래피
본문시금치 잎을 갈아 짠 초록 즙을 크로마토그래피 종이의 아래쪽에 작은 점으로 찍고, 비극성 용매에 종이 끝을 담갔다. 용매가 종이를 타고 8.0 cm 올라가는 동안 초록 점은 네 개의 띠로 갈라졌다. 맨 위에는 주황색, 그 아래 노란색, 청록색, 가장 아래 황록색 띠가 생겼다. 모두 같은 용매에 실려 같은 시간 동안 움직였는데 왜 서로 다른 거리를 갔을까? 띠의 위치로 물질을 알아볼 수 있을까?
2.9.1붙잡는 쪽과 끌고 가는 쪽
크로마토그래피에는 움직이지 않는 정지상과 그 위를 흐르는 이동상이 있다. 종이 크로마토그래피에서 정지상은 종이의 섬유와 거기에 붙은 물이고, 이동상은 종이를 타고 오르는 용매이다. 색소 분자는 두 상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이동상에 녹아 있는 동안만 앞으로 나아간다. 이동상과 잘 맞는 분자는 오래 실려 가서 멀리 가고, 정지상에 잘 붙는 분자는 자주 붙잡혀 조금만 간다. 앞에서 본 두 용매 사이의 분배가 종이 위에서 수없이 되풀이되는 셈이다.
출발선에서 물질의 띠까지의 거리를 출발선에서 용매 앞까지의 거리로 나눈 값을 \[R_f = \frac{\text{물질이 이동한 거리}}{\text{용매가 이동한 거리}}\]라 한다. 같은 정지상, 이동상, 온도에서 \(R_f\)는 물질마다 거의 일정하여 물질을 알아보는 데 쓴다.
시금치의 색소 가운데 카로틴은 탄소와 수소로만 된 극성이 아주 작은 분자여서, 비극성 용매에 잘 녹고 극성인 종이에는 잘 붙지 않아 용매와 거의 함께 올라간다. 잔토필은 산소를 가진 작용기가 있어 조금 더 붙잡히고, 엽록소는 극성 부분이 커서 더 많이 붙잡힌다. 엽록소 b는 엽록소 a보다 극성 작용기가 하나 더 있어 가장 느리다. 그래서 분자의 극성 순서가 띠의 순서가 된다.1
2.9.2\(R_f\)로 물질 확인하기
띠까지의 거리는 용매가 얼마나 올라갔는지에 따라 달라지지만, 그 비인 \(R_f\)는 거의 같다. 그래서 \(R_f\)를 쓰면 실험마다 용매가 올라간 거리가 달라도 결과를 비교할 수 있다. 확인하고 싶은 물질의 순수한 표준 시료를 같은 종이에 나란히 찍고 함께 전개하면, 미지 시료의 띠가 표준과 같은 높이에 있는지 바로 비교할 수 있다. 용매의 극성을 바꾸면 모든 \(R_f\)가 달라지므로, 같은 조건에서 잰 값끼리만 비교한다.
2.9.3예제 풀이
그림 2의 값으로 각 색소의 \(R_f\)를 확인하여라. 같은 조건에서 다른 종이로 전개했더니 용매가 6.0 cm 올라갔다. 엽록소 a의 띠는 출발선에서 몇 cm에 있겠는가? 또 어떤 식물의 즙에서 \(R_f = 0.65\)인 노란 띠가 나왔다면 무엇이라 판단할 수 있는가?
카로틴은 \(7.6/8.0 = 0.95\), 잔토필은 \(5.2/8.0 = 0.65\), 엽록소 a는 \(3.6/8.0 = 0.45\), 엽록소 b는 \(2.8/8.0 = 0.35\)이다. 용매가 6.0 cm 올라갔다면 엽록소 a는 \(0.45 \times 6.0 = 2.7\) cm에 있을 것이다.
\(R_f = 0.65\)인 노란 띠는 같은 조건에서 잔토필과 같은 위치이므로 잔토필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R_f\)가 같다는 것만으로 같은 물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른 물질이 우연히 같은 \(R_f\)를 가질 수 있으므로, 표준 잔토필을 나란히 전개하거나 극성이 다른 용매로 한 번 더 전개해 두 조건 모두에서 같은지 확인한다. 즉 크로마토그래피는 극성의 차이로 혼합물을 나누고, 같은 조건의 \(R_f\) 비교로 물질을 알아본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잎의 색소를 종이 크로마토그래피로 나누고, 각 띠의 \(R_f\)를 구해 보자.
- 크로마토그래피는 1906년 러시아의 식물학자 츠베트가 식물 색소를 분리하며 처음 이름 붙였다. 그리스어로 '색'과 '기록'을 합친 말로, 색소가 색깔 띠로 나뉘어 기록된다는 뜻이다.
크로마토그래피에서 물질은 정지상과 이동상 사이를 오가며 이동상에 있는 동안만 나아가므로, 이동상과 잘 맞는 물질일수록 멀리 간다. 종이와 비극성 용매에서는 극성이 작은 분자가 멀리 가고, 이동 거리를 용매의 이동 거리로 나눈 \(R_f\)가 같은 조건에서 물질마다 일정하다. 처음 질문의 네 띠는 극성 순서대로 카로틴, 잔토필, 엽록소 a, 엽록소 b가 나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