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교과서

생명공학기술의 활용과 학문 분야

사람 유전체를 처음 읽는 데는 13년이 걸렸지만, 지금은 하루면 됩니다. 쏟아지는 자료를 해석하려고 생물학은 컴퓨터, 통계, 공학과 손을 잡았고, 그 결과는 약, 작물, 플라스틱 분해 효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본문

생명공학기술의 활용과 학문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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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유전체 31억 염기쌍을 처음 읽는 데는 13년과 수조 원이 들었다. 지금은 기계 한 대가 하루 만에 수십 명의 유전체를 읽는다. 그런데 이 기계는 긴 DNA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지 못하고, 수억 개의 짧은 조각으로 잘라 무작위로 읽은 뒤 컴퓨터로 맞춘다. 유전체 전체 길이만큼만 읽으면 다 읽은 것일까? 몇 배를 읽어야 빠진 곳이 거의 없을까?

그림 1. 짧은 조각을 무작위로 읽을 때, 유전체 길이의 c배만큼 읽으면 한 번도 읽히지 않는 부분의 비율(로그 눈금). 이 비율은 e⁻ᶜ로 줄어든다(랜더–워터먼 모형).
먼저 알아야 할 것유전체와 염기 서열(생명과학), 확률과 지수 함수(수학), 유전자 재조합 기술(유전자 재조합 기술).

4.3.1무작위로 읽을 때의 빈틈

짧은 조각을 유전체의 아무 곳에서나 무작위로 골라 읽으면, 같은 곳이 여러 번 읽히고 어떤 곳은 한 번도 읽히지 않는다. 비 오는 날 땅에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평균으로는 고르게 떨어져도 마른 자리가 남는 것이다. 읽은 염기의 총수를 유전체 길이로 나눈 값을 평균 커버리지라 한다. 어느 한 염기가 몇 번 읽히는지는 평균이 커버리지인 푸아송 분포를 따른다. 그래서 한 번도 읽히지 않을 확률은 \(e^{-c}\)이다.

정리 4.3.1 커버리지와 빠진 비율

평균 커버리지가 \(c\)이면, 유전체에서 한 번도 읽히지 않는 비율은 \(e^{-c}\)이고 \(k\)번 읽히는 비율은 \(\dfrac{c^k e^{-c}}{k!}\)이다. 염기 하나의 서열을 믿으려면 여러 번 읽어 다수결로 정해야 하므로, 실제 분석에는 30배 안팎의 커버리지를 쓴다.

그림 1에서 커버리지를 바꾸어 보자. 유전체 길이만큼만 읽는 1배에서는 \(e^{-1} \approx 37\)%가 한 번도 읽히지 않는다. 3배로 읽어도 5%, 곧 1억 5천만 염기가 빠진다. 10배이면 0.0045%, 약 14만 염기로 줄어든다. 30배이면 빠진 염기가 사실상 0이고, 대부분의 염기가 20번 넘게 읽혀 기계의 읽기 오류도 다수결로 걸러진다. 실제로는 반복 서열처럼 맞추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이보다 조금 더 빠진다.1

4.3.2생물학과 다른 학문의 만남

하루에 수십 명의 유전체를 읽으면 수 테라바이트의 자료가 쏟아진다. 이 조각들을 맞추고, 사람마다 다른 염기를 찾고, 그 차이가 병과 관련 있는지 따지는 일은 생물학만으로는 할 수 없다. 그래서 컴퓨터 과학, 통계학, 수학과 결합한 생물 정보학이 생겼다.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에서 입체 구조를 예측하는 인공지능은 신약 개발을 앞당겼고,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를 설계해 환경 문제에 쓰기도 한다. 생명공학기술은 의약, 농업, 환경, 에너지 분야로 넓어지고 있다.

커버리지빠진 비율사람 유전체에서 빠진 염기 1배37%약 11억 5배0.67%약 2000만 10배0.0045%약 14만
그림 2. 커버리지를 두 배로 하면 빠진 비율은 제곱으로 줄어든다.

4.3.3예제 풀이

예제 4.3.2

길이 150염기의 조각을 읽는 기계로 사람 유전체(31억 염기쌍)를 30배 커버리지로 읽으려면 조각을 몇 개 읽어야 하는가? 이때 한 번도 읽히지 않는 염기는 몇 개로 예상되며, 10번 미만으로 읽히는 염기의 비율은 대략 얼마인가?

읽어야 할 염기의 총수는 \(31 \times 10^8 \times 30 = 9.3 \times 10^{10}\)이므로, 조각은 \(9.3 \times 10^{10} \div 150 \approx 6.2 \times 10^8\)개, 곧 약 6억 개이다.

한 번도 읽히지 않는 비율은 \(e^{-30} \approx 9 \times 10^{-14}\)이므로 빠진 염기는 \(3.1 \times 10^9 \times 9 \times 10^{-14} \approx 0.0003\)개로 사실상 없다. 10번 미만으로 읽히는 비율은 평균 30인 푸아송 분포에서 \(10^{-5}\) 정도로, 수만 염기에 불과하다. 즉 커버리지를 충분히 높이면 무작위 읽기의 빈틈은 거의 사라진다. 그래서 의학 연구에서는 30배를, 암세포의 드문 돌연변이를 찾을 때는 100배 넘게 읽는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유전체 분석과 생물 정보학이 의약, 농업, 환경에 어떻게 쓰이는지 조사해 보자.

  1. 2003년 인간 유전체 사업이 끝났을 때도 반복 서열이 많은 염색체 끝과 가운데 부분 약 8%는 비어 있었다. 2022년 수만 염기를 한 번에 읽는 기술로 처음으로 빈틈없는 사람 유전체 서열이 발표되었다.
마무리

유전체를 짧은 조각으로 무작위로 읽으면 염기마다 읽힌 횟수가 푸아송 분포를 따라, 평균 커버리지 \(c\)에서 한 번도 읽히지 않는 비율이 \(e^{-c}\)이다. 그래서 유전체 길이만큼만 읽으면 37%가 빠지고, 30배쯤 읽어야 빈틈과 읽기 오류가 거의 사라진다. 이렇게 쏟아지는 자료를 다루려고 생물학은 컴퓨터와 통계와 손잡았다. 처음 질문의 '한 번 읽기'는 무작위 읽기의 빈틈 때문에 유전체의 3분의 1 남짓을 빠뜨린다.

읽기 1

유전체를 다 읽은 뒤, 생명과학은 무엇을 더 알아내야 했을까?

읽기 · 생명공학의 활용 분야 · 단백체학, 생물정보학, 시스템생물학

2003년 인간 유전체 사업은 약 30억 염기쌍의 서열을 거의 다 읽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서열을 안다고 해서 세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게 된 것은 아니었다. 어떤 유전자가 언제 켜지는지, 단백질이 무엇과 결합하는지, 수천 개의 반응이 어떻게 엮여 있는지를 알아야 했다. 그래서 ‘전체를 한꺼번에 재는’ 새 학문들이 생겨났다.

유전체 (DNA)염기 서열 분석 전사체 (RNA)RNA-seq, 단일 세포 분석 단백체 (단백질)질량 분석, 구조 예측 대사체 (대사 물질)질량 분석, NMR 생물정보학(자료를 저장·비교·해석) + 시스템생물학(층 사이의 연결망을 모형으로)
‘-체(-ome)’는 한 세포나 생물이 가진 그 분자 전체를, ‘-체학(-omics)’은 그것을 한꺼번에 재고 분석하는 학문을 뜻한다.

1단백체학, 실제로 일하는 분자를 센다

같은 유전체를 가진 간세포와 신경 세포도 만드는 단백질은 크게 다르다. 또 mRNA 양과 단백질 양은 꼭 비례하지 않고, 단백질은 인산화 같은 번역 후 변형으로 기능이 바뀐다. 그래서 단백질을 직접 재야 한다. 대표 방법은 질량 분석이다. 세포의 단백질을 트립신으로 잘라(라이신·아르지닌 뒤를 자름) 펩타이드로 만들고, 액체 크로마토그래피로 나눈 뒤 질량 분석기로 각 펩타이드의 질량과 조각 질량을 잰다. 이 값을 유전체에서 예측한 단백질 서열 목록과 컴퓨터로 대조해 어떤 단백질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낸다. 유전체 정보가 없으면 단백체 분석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두 분야는 이어져 있다.

2생물정보학, 자료를 비교하고 예측한다

서열 비교

BLAST 같은 프로그램으로 새 유전자를 데이터베이스의 수억 개 서열과 비교해 기능을 짐작하고, 종 사이의 진화 관계를 추정한다.

유전체 조립과 변이 찾기

잘게 읽은 조각을 이어 붙이고, 환자와 기준 유전체를 비교해 병과 관련된 변이를 찾는다.

구조 예측

2020년 알파폴드 2는 아미노산 서열만으로 많은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실험에 가까운 정확도로 예측했다. 2024년 노벨 화학상은 단백질 설계(베이커)와 구조 예측(허사비스, 점퍼)에 주어졌다. 다만 예측 구조는 여전히 실험으로 검증해야 하고, 단백질의 움직임이나 복합체는 예측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3시스템생물학, 부품 목록에서 작동 원리로

부품 목록만으로는 기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수 없다. 시스템생물학은 유전자, 단백질, 대사 물질 사이의 상호 작용을 연결망으로 그리고, 이를 미분 방정식이나 확률 모형으로 바꾸어 세포의 행동을 예측한다. 예측과 실험을 비교해 모형을 고치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대장균의 대사 연결망 모형으로 어떤 유전자를 없애면 원하는 물질이 더 많이 나올지 예측하거나, 2012년처럼 마이코플라스마 한 종의 유전자 525개를 모두 넣은 ‘전체 세포 모형’을 만드는 연구가 그 예이다. 음성 되먹임이 농도를 안정시키고 양성 되먹임이 스위치처럼 작동하는 것 같은 원리는 연결망 구조에서 나온다.

4생명공학기술은 어디에 쓰일까

분야사례바탕 기술
의약대장균이 만든 사람 인슐린(1982년 승인), 단일 클론 항체 치료제, mRNA 백신(2020년), 환자 T 세포를 고친 CAR-T 치료(2017년 첫 승인), 유전자 편집 치료제(2023년 첫 승인)유전자 재조합, 세포 융합, 세포 배양, 유전자 편집
진단·법의학PCR 감염병 검사, 유전체 기반 암 진단과 맞춤 치료, STR을 이용한 DNA 감식PCR, 염기 서열 분석, 생물정보학
농업·식품해충 저항성(Bt) 작물, 비타민 A 전구체를 만드는 황금쌀, 유전자 편집 작물, 무병묘 대량 생산, 배양육 연구형질 전환, 유전자 편집, 조직 배양
환경·에너지오염 물질을 분해하는 미생물(생물 정화), PET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2016년 발견된 세균의 PETase) 개량, 바이오 연료효소 공학, 대사 공학, 시스템생물학
산업 소재세제 효소, 미생물로 만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거미줄 단백질 섬유, 효모로 만든 말라리아 약 전구체합성생물학, 대사 공학

5생명공학과 이어진 학문 분야

자연과학은 분자생물학, 유전체학·단백체학·대사체학, 구조생물학, 생화학, 통계학이다.

공학은 생명 공학(생물 공정, 배양기 설계), 화학 공학, 합성생물학, 의공학, 전산학(인공지능, 데이터베이스)이다.

의약·농학은 약학, 의학(정밀 의료), 수의학, 작물 육종학, 식품 공학이다.

인문·사회는 생명윤리학, 법학(특허, 규제), 경제학(의약품 가격, 보험), 과학 커뮤니케이션이다.

조사 과제

  • 관심 있는 학문 분야 하나를 골라 ① 무엇을 측정하거나 만드는지 ② 대표 연구 방법 ③ 생명공학의 어떤 활용 분야와 이어지는지를 한 쪽으로 정리해 발표해 보자.
  • 출처(논문, 학회, 공공 기관 자료)와 발표 날짜를 함께 적고, 아직 연구 단계인 것과 이미 쓰이는 것을 구분해 보자.

판단‘유전자를 알면 생명을 안다’는 생각은 지나친 단순화이다. 같은 유전체에서도 발현량, 단백질 변형, 환경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또 오믹스 자료는 한 번에 수만 개의 값을 재므로 우연히 의미 있어 보이는 결과가 쉽게 생긴다. 통계적 보정과 독립된 실험으로 다시 확인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

확인조건이 달라지면

어떤 암세포에서 유전자 X의 mRNA 양은 정상 세포와 같았지만, 세포의 성장 신호는 크게 늘어 있었다. 원인을 찾으려 할 때 가장 알맞은 접근은?

탐구 2

유전체를 잘게 잘라 읽은 뒤, 컴퓨터는 어떻게 다시 이어 붙일까?

생물정보학 · 산탄총 염기 서열 분석과 조립 · 랜더–워터먼 모형
읽기 수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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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읽힌 염기 / 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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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티그 수 (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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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N e−c(1−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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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체 길이는 대장균 K-12 MG1655의 4,641,652 bp, rRNA 오페론은 이 균주의 실제 수인 7벌이다. 읽기 시작 위치를 무작위로 뽑아 실제로 이어 붙인 모의 결과이며, 두 읽기가 읽기 길이의 20 % 이상(θ = 0.2) 겹쳐야 잇는다고 두었다. 시퀀싱 오류는 없다고 가정했고, 반복 서열은 7벌을 모두 끊는 것으로 단순화했다(모식).

  1. 질문오늘날의 시퀀서는 DNA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지 못한다. 유전체를 무작위로 잘게 부숴 수백만 조각을 읽은 뒤, 겹치는 부분을 찾아 컴퓨터로 이어 붙인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이 읽어야 빈틈없이 이어질까? 아무리 많이 읽어도 이어지지 않는 곳도 있을까?
  2. 복원DNA 염기 서열은 A, T, G, C 네 글자로 된 긴 문자열이다. 서로 다른 두 조각의 끝부분 서열이 같으면, 두 조각이 유전체에서 이웃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어 붙여 만든 끊김 없는 서열을 콘티그라 한다.
  3. 설명길이 G인 유전체에서 길이 L인 읽기 N개를 무작위로 얻으면, 평균 커버리지는 c = NL / G이다. 한 염기가 한 번도 읽히지 않을 확률은 푸아송 분포로 e−c이다. 콘티그가 끊기는 곳은 ‘다음 읽기가 충분히 겹치지 않는 곳’이므로, 콘티그 수는 대략 N e−c(1−θ)이다(θ는 잇는 데 필요한 최소 겹침 비율). 이것이 1988년의 랜더–워터먼 모형이다. 커버리지가 늘수록 빈틈은 지수적으로 줄어든다.
  4. 연결모형이 놓친 장애물은 반복 서열이다. 같은 서열이 여러 곳에 있으면, 반복보다 짧은 읽기로는 반복의 양쪽 이웃이 어느 것끼리 짝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짧은 읽기만 쓴 유전체는 반복마다 끊긴다. 수십 kb를 한 번에 읽는 긴 읽기 기술이 나오면서, 2022년에는 사람 유전체의 남은 빈틈을 메운 ‘끝에서 끝까지(T2T)’ 서열이 발표되었다. 이렇게 생물 자료를 수학, 통계, 컴퓨터로 해석하는 분야가 생물정보학이다.
  5. 적용짧은 읽기로 커버리지를 1×, 3×, 8×, 20×로 올리며 콘티그 수를 이론값과 비교해 보자. 반복 서열을 켜면 커버리지를 40×로 올려도 콘티그가 몇 개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가? 긴 읽기로 바꾸면 같은 커버리지에서 읽기 수 N과 콘티그 수가 어떻게 달라지는가?
  6. 판단커버리지를 높이면 빈틈은 줄지만 반복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반복을 풀려면 반복보다 긴 읽기가 필요하다. 또 실제 읽기에는 오류가 있다. 짧은 읽기는 정확도가 높고 값이 싸며, 긴 읽기는 오류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최근에는 크게 낮아졌다. 그래서 실제 연구에서는 두 방법을 섞기도 한다. 랜더–워터먼 모형은 읽기 위치가 완전히 무작위라고 가정하지만, GC 함량 등에 따라 잘 읽히지 않는 구간이 있어 실제 빈틈은 이론보다 많기 쉽다.

확인조건이 달라지면

길이 3 × 109 bp인 유전체를 150 bp 읽기로 30× 커버리지만큼 읽었다. 다음 중 옳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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