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 좌표계와 관성력
본문버스가 출발하면 천장에 매달린 손잡이가 뒤로 기울고, 서 있던 사람도 뒤로 쏠린다. 버스 안의 사람에게는 누군가 뒤로 미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손잡이를 뒤로 미는 것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 가운데 누구의 설명이 맞을까? 가속하는 버스 안에서도 뉴턴 법칙을 쓸 수 있을까?
4.1.1관성 좌표계와 관성력
뉴턴 운동 법칙이 그대로 성립하는 관찰자의 좌표계를 관성 좌표계라 한다. 정지해 있거나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관찰자가 그렇다. 정류장의 관찰자가 보면, 손잡이는 버스와 함께 가속해야 하므로 줄이 기울어 장력의 수평 성분이 손잡이를 앞으로 끌어당긴다. 그런데 버스 안의 관찰자에게 손잡이는 기운 채 멈춰 있다. 장력과 중력만으로는 합력이 0이 아니므로, 뉴턴 법칙을 쓰려면 뒤쪽으로 향하는 힘 \(-m\vec a\)를 하나 더 넣어야 한다. 이 가상의 힘을 관성력이라 한다.
가속도 \(\vec a_0\)로 움직이는 좌표계에서는 실제 힘 \(\vec F\)에 관성력 \(-m\vec a_0\)를 더해 \(m\vec a' = \vec F - m\vec a_0\)으로 쓴다. 가속하는 차 안의 진자는 중력과 관성력의 합인 유효 중력 \(\vec g' = \vec g - \vec a_0\) 방향으로 늘어지며, 연직선과 이루는 각은 \(\tan\theta = a_0/g\)이다.
그림 1에서 가속도를 바꾸어 보자. 버스가 2 m/s²로 가속하면 \(\tan\theta = 2 \div 9.8\)이므로 손잡이가 약 11.5° 뒤로 기운다. 차 안의 사람은 크기 약 10.0 m/s²인 유효 중력을 느끼며, 그 방향이 비스듬히 뒤쪽 아래이다. 가속도가 중력 가속도와 같아지면 진자는 45° 기운다. 즉 두 관찰자의 설명은 모두 맞으며, 관성력은 가속하는 관찰자가 뉴턴 법칙을 쓰기 위해 붙이는 장부의 한 줄이다.1
4.1.2회전 좌표계와 등가 원리
회전하는 관찰자에게도 관성력이 나타난다. 돌고 있는 놀이 기구에 탄 사람은 바깥으로 밀리는 원심력을 느끼고, 회전판 위에서 곧게 굴린 공은 옆으로 휘어 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 옆으로 휘게 하는 관성력을 전향력(코리올리 힘)이라 하며, 북반구의 태풍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것도 지구의 자전 때문에 생기는 전향력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관성력과 중력이 질량에 똑같이 비례한다는 데 주목했다. 창문 없는 엘리베이터 안의 사람은 위로 가속하는 것과 중력이 세진 것을 구별할 수 없다. 이 등가 원리가 일반 상대성 이론의 출발점이 되었다.
4.1.3예제 풀이
질량 60 kg인 사람이 위로 2.0 m/s²로 가속하는 엘리베이터 안의 체중계 위에 서 있다. 엘리베이터 안의 관찰자와 바깥의 관찰자 각각의 설명으로 체중계의 눈금을 구하여라. 엘리베이터가 아래로 9.8 m/s²로 가속하면 눈금은 얼마인가?
바깥의 관찰자는 사람이 위로 가속하므로 \(N - mg = ma\)로 쓴다. 따라서 \(N = 60 \times (9.8 + 2.0) = 708\) N이다. 엘리베이터 안의 관찰자는 사람이 멈춰 있다고 보고, 아래로 향하는 중력 588 N과 관성력 \(60 \times 2.0 = 120\) N의 합을 체중계가 떠받친다고 설명한다. 두 설명 모두 708 N, 곧 약 72 kg에 해당하는 눈금을 준다.
엘리베이터가 아래로 9.8 m/s²로 가속하면, 위로 향하는 관성력 588 N이 중력을 정확히 지워 눈금이 0이 된다. 사람은 몸이 떠오르는 무중력을 느낀다. 우주 정거장의 우주인이 떠다니는 것도 같은 까닭이다. 그곳에서도 중력은 지표의 약 90%나 작용하지만, 정거장 전체가 지구를 향해 함께 떨어지고 있어 관성력이 중력을 지운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돌아가는 회전판 위에서 똑바로 민 공이 왜 휘어 가는지 확인하고, 관성력을 넣어 운동을 설명해 보자.
- 비행기 조종사는 급선회할 때 유효 중력이 몇 배로 커지는 것을 몸으로 겪는다. 9 g에 이르면 피가 다리로 쏠려 시야가 어두워지므로, 다리를 조이는 특수한 옷을 입는다.
뉴턴 법칙은 관성 좌표계에서 그대로 성립하고, 가속하거나 회전하는 관찰자는 질량에 비례하는 관성력을 더해야 같은 법칙을 쓸 수 있다. 관성력과 중력이 구별되지 않는다는 등가 원리는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손잡이는 정류장에서 보면 버스와 함께 가속하려고 줄이 기운 것이고, 버스 안에서 보면 뒤로 향하는 관성력과 중력의 합 방향으로 늘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