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냅스와 약물
본문카페인을 마시면 잠이 깨고, 마취제를 맞으면 아픔을 느끼지 못하며, 어떤 우울증 치료제는 기분을 서서히 끌어올린다. 이 약물들은 모두 신경계에 작용하지만 전선을 끊거나 잇는 식으로 일하지 않는다. 뉴런과 뉴런 사이의 좁은 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기에 약물이 끼어들 수 있을까?
2.2.1시냅스에서의 흥분 전달
한 뉴런의 축삭 돌기 끝과 다음 뉴런의 가지 돌기나 세포체는 20~40 nm 정도의 좁은 틈을 두고 마주한다. 이 연결 부위를 시냅스라 한다. 전기 신호인 활동 전위는 이 틈을 직접 건너지 못하므로, 화학 물질로 바뀌어 건너간다.
활동 전위가 축삭 돌기 끝에 이르면 시냅스 소포가 세포막과 합쳐져 신경 전달 물질을 틈으로 내보낸다(세포외 배출). 물질은 틈을 확산하여 다음 뉴런의 수용체에 결합하고, 이온 통로가 열려 다음 뉴런에 전위 변화가 생긴다. 쓰인 물질은 효소로 분해되거나 앞 뉴런으로 재흡수된다.
신경 전달 물질은 축삭 돌기 끝에만 있고 수용체는 다음 뉴런에만 있다. 그래서 시냅스에서 흥분은 언제나 한 방향으로만 전달된다. 축삭 안에서는 활동 전위가 어느 쪽으로든 퍼질 수 있지만, 시냅스가 방향을 정해 준다. 덕분에 감각 기관에서 뇌로, 뇌에서 근육으로 가는 신호가 뒤섞이지 않는다.1
2.2.2약물이 작용하는 곳
시냅스 전달은 여러 단계로 이루어지므로 약물이 끼어들 곳도 여럿이다. 분비를 늘리거나 막는 약물, 수용체에 대신 결합하여 신호를 흉내 내거나 막는 약물, 분해 효소나 재흡수를 막아 물질이 오래 남게 하는 약물이 있다. 그림 1에서 약물을 바꾸면 다음 뉴런의 반응 곡선이 달라진다. 재흡수 억제제를 쓰면 반응이 길게 이어지고, 수용체 차단제를 쓰면 반응이 약해진다.
카페인은 졸음을 부르는 물질인 아데노신의 수용체에 대신 붙어 신호를 막는다. 국소 마취제는 감각 뉴런의 \(\text{Na}^+\) 통로를 막아 활동 전위 자체를 멈춘다. 일부 우울증 치료제는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막아 시냅스 틈에 세로토닌이 오래 남게 한다. 니코틴처럼 수용체에 직접 붙어 신호를 흉내 내는 물질도 있다.
2.2.3예제 풀이
신경 전달 물질이 시냅스 틈을 건너는 거리가 30 nm이고, 이 물질이 1 ms에 약 1 μm를 확산한다고 하자. 틈을 건너는 데 걸리는 시간을 어림하고, 이것이 활동 전위가 1 m를 가는 시간(10 ms)과 비교해 큰지 작은지 말하여라.
30 nm는 0.03 μm이므로 단순 비례로 보면 \(0.03\) ms쯤이다. 실제로 확산 시간은 거리의 제곱에 비례하여 더 짧지만, 소포가 세포막과 합쳐지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합치면 시냅스 하나를 건너는 데 약 0.5 ms가 걸린다.
시냅스 하나는 0.5 ms 정도로, 1 m를 가는 10 ms보다 훨씬 짧다. 그러나 신호가 뇌에서 여러 단계의 뉴런을 거치면 시냅스 수만큼 지연이 쌓인다. 반사처럼 시냅스 수가 적은 경로가 빠른 까닭이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시냅스의 한 방향 전달과 약물이 끼어드는 단계를 직접 따져 보자.
- 신경 전달 물질에는 아세틸콜린, 도파민, 세로토닌, 글루탐산 등 수십 가지가 있다. 같은 물질도 수용체의 종류에 따라 다음 뉴런을 흥분시키기도 하고 억제하기도 한다.
활동 전위는 시냅스의 좁은 틈을 직접 건너지 못하고 신경 전달 물질로 바뀌어 다음 뉴런의 수용체에 전달되며, 그래서 흥분은 한 방향으로만 간다. 분비, 결합, 분해와 재흡수의 각 단계가 약물이 작용하는 지점이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약물들은 시냅스 틈에서 물질의 양이나 수용체의 반응을 바꾸어 신경 신호에 끼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