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계
본문뜨거운 냄비에 손이 닿으면 '뜨겁다'고 느끼기도 전에 손이 먼저 움츠러든다. 손을 뺀 것은 분명 근육인데, 그 명령은 누가 내렸을까? 뇌가 판단하기 전에 몸이 움직였다면, 뇌 말고 명령을 내리는 곳이 또 있다는 뜻일까?
2.3.1중추 신경계와 말초 신경계
신경계는 정보를 모아 판단하고 명령을 내리는 중추 신경계와, 중추와 몸의 각 부분을 잇는 말초 신경계로 나뉜다. 중추 신경계는 뇌와 척수이다. 대뇌는 감각을 느끼고 생각하며 맘대로 움직이는 운동을 명령한다. 소뇌는 몸의 균형과 정교한 운동을, 간뇌는 체온과 혈당 같은 항상성을, 중간뇌는 눈의 움직임과 동공 크기를, 연수는 호흡과 심장 박동을 조절한다.
말초 신경계는 감각 기관의 정보를 중추로 보내는 구심성 신경과, 중추의 명령을 근육과 기관으로 보내는 원심성 신경으로 이루어진다. 원심성 신경 가운데 골격근을 움직이는 것은 체성 신경, 내장 기관을 조절하는 것은 자율 신경이다. 자율 신경은 대뇌의 명령 없이 일하므로 우리가 마음대로 심장 박동을 멈추거나 소화를 시작할 수는 없다.
2.3.2반사
뜨거운 것에 닿으면 피부의 감각 뉴런이 척수로 신호를 보낸다. 척수의 연합 뉴런은 이 신호를 대뇌로 올려 보내는 한편, 곧바로 운동 뉴런에 전달하여 팔 근육을 수축시킨다. 대뇌의 판단을 기다리지 않고 척수가 직접 명령하는 것이다. 이렇게 의식과 상관없이 일어나는 빠른 반응을 반사라 하고, 그 신호의 경로를 반사궁이라 한다.
감각기 → 감각 뉴런 → 척수(연합 뉴런) → 운동 뉴런 → 근육(반응기)
그림 1에서 두 경로를 비교해 보자. 척수 반사는 길이가 짧고 시냅스가 2개뿐이라 수십 ms 안에 끝난다. 대뇌를 거치면 신호가 더 멀리 가고, 많은 뉴런을 거치며 판단하는 시간까지 더해진다. 그래서 '뜨겁다'는 느낌은 손이 움직인 뒤에 온다.1
2.3.3예제 풀이
손가락에서 척수까지 신경의 길이가 0.8 m이고 전도 속도가 60 m/s이다. 척수 반사에서 신호가 손가락에서 척수로 갔다가 다시 팔 근육(척수에서 0.6 m)으로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구하여라. 시냅스 하나에 0.5 ms가 걸리고, 반사궁에 시냅스가 2개 있다.
감각 뉴런을 따라 가는 시간은 \(\dfrac{0.8}{60} \approx 0.0133\) s, 곧 약 13.3 ms이다. 운동 뉴런을 따라 오는 시간은 \(\dfrac{0.6}{60} = 0.01\) s, 곧 10 ms이다.
시냅스 2개에서 1 ms가 더해지므로 모두 약 24 ms이다. 반면 대뇌까지 신호가 올라가 판단하고 명령을 내리는 데는 보통 150~250 ms가 걸린다. 반사는 그보다 열 배 가까이 빨라, 위험에서 몸을 지키는 데 유리하다.
무릎 반사, 재채기, 동공 반사처럼 척수나 뇌줄기에서 일어나는 반사는 생존에 중요한 반응을 의식과 상관없이 빠르게 처리한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반사, 뇌의 역할 분담, 자율 신경을 직접 따져 보자.
- 반사는 의식과 상관없이 일어나지만 대뇌가 억제할 수는 있다. 뜨거운 국그릇을 들고 있을 때 손을 놓지 않고 버티는 것은 대뇌가 척수 반사를 누르기 때문이다.
신경계는 뇌와 척수의 중추 신경계와 말초 신경계로 이루어지고, 말초의 원심성 신경은 체성 신경과 자율 신경으로 나뉜다. 척수 반사는 감각 뉴런, 연합 뉴런, 운동 뉴런만 거쳐 대뇌의 판단 없이 빠르게 일어난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손을 움츠리게 한 명령은 뇌가 아니라 척수가 내렸고, 뜨겁다는 느낌은 신호가 대뇌에 이른 뒤에야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