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승, 침강과 엘니뇨-남방 진동
본문페루 앞바다는 적도 가까이 있는데도 바닷물이 차갑고, 영양분이 많아 세계적인 멸치 어장이다. 그런데 몇 년에 한 번씩 크리스마스 무렵 따뜻한 물이 밀려와 멸치가 사라지고, 반대편 인도네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에는 가뭄이 든다. 태평양 양쪽 끝에서 동시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1.5.1용승과 침강
바람이 바다 표면 위로 꾸준히 불면 표층의 물이 끌려간다. 그런데 지구 자전 때문에 북반구에서는 표층 해수 전체가 바람 방향의 오른쪽 직각으로, 남반구에서는 왼쪽 직각으로 이동한다. 해안에서 표층수가 바다 쪽으로 빠져나가면 그 자리를 채우려 아래의 찬 물이 올라오는데, 이를 용승이라 한다. 반대로 표층수가 해안 쪽으로 몰려 쌓이면 아래로 내려가는 침강이 일어난다.
용승이 일어나면 차갑고 영양 염류가 많은 심층수가 표층으로 올라온다. 그래서 표층 수온이 낮아지고 안개가 잦으며, 플랑크톤이 번성하여 좋은 어장이 된다.
적도 태평양에서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무역풍이 분다. 무역풍은 따뜻한 표층수를 서쪽으로 밀어 인도네시아 쪽에 쌓고, 동쪽 페루 연안에서는 그 빈자리를 찬 심층수가 용승하여 채운다. 그래서 평상시 서태평양은 따뜻하고 해수면이 높으며, 동태평양은 차갑다.
1.5.2엘니뇨와 라니냐
무역풍이 평소보다 약해지면 서쪽에 쌓였던 따뜻한 물이 동쪽으로 되돌아온다. 동태평양의 수온 약층이 깊어지고 용승이 약해져, 페루 앞바다의 표층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진다. 이를 엘니뇨라 한다. 무역풍이 평소보다 강해져 동태평양이 더 차가워지는 경우는 라니냐라 한다. 그림 1에서 무역풍의 세기를 바꾸어 보면 수온 약층의 기울기가 달라진다.
해수의 변화는 대기와 짝을 이룬다. 따뜻한 물이 있는 곳에서는 공기가 상승하여 비가 많이 오고 기압이 낮아진다. 엘니뇨 때는 상승 기류의 중심이 동쪽으로 옮겨 가 페루에 폭우가, 인도네시아에 가뭄이 든다. 동시에 태평양 양쪽의 기압 차이가 시소처럼 뒤바뀌는데, 이를 남방 진동이라 한다. 두 현상을 합쳐 엘니뇨-남방 진동(ENSO)이라 부른다.1
1.5.3예제 풀이
엘니뇨 감시 해역의 표층 수온 편차(평년과의 차이)가 3개월 평균으로 +0.5 °C 이상이 5개월 넘게 이어지면 엘니뇨, −0.5 °C 이하가 이어지면 라니냐로 본다. 어느 해 석 달 평균 편차가 차례로 +0.3, +0.7, +1.2, +1.6, +1.4, +0.9 °C였다면 엘니뇨로 볼 수 있는가?
+0.5 °C 이상인 값은 둘째부터 여섯째까지 다섯 번 연속이다. 이 값들이 각각 이어진 석 달 평균이므로 기준을 넘는 기간이 5개월 넘게 이어졌다.
따라서 엘니뇨로 볼 수 있다. 최고 편차가 +1.6 °C이므로 꽤 강한 엘니뇨이다. 이 시기에는 페루 연안의 용승이 약해져 멸치 어획량이 줄고, 서태평양에는 가뭄과 산불이 잦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엘니뇨는 태평양에서 시작되지만 대기의 흐름을 통해 전 세계의 날씨에 영향을 준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용승, 엘니뇨, 실제 관측 지수를 직접 다루어 보자.
- 엘니뇨는 에스파냐 말로 '남자아이'를 뜻하며, 페루 어부들이 크리스마스 무렵 나타나는 따뜻한 해류를 아기 예수에 빗대어 부른 데서 왔다. 라니냐는 '여자아이'라는 뜻이다.
바람에 밀린 표층수가 해안에서 빠져나가면 찬 심층수가 올라오는 용승이 일어난다. 적도 태평양에서 무역풍이 약해지면 따뜻한 물이 동쪽으로 퍼져 용승이 약해지는 엘니뇨가, 강해지면 라니냐가 나타나며, 대기의 기압 분포도 함께 바뀐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페루 앞바다가 따뜻해지고 인도네시아가 가무는 것은 무역풍이 약해져 따뜻한 물과 비구름의 중심이 동쪽으로 옮겨 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