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남방진동
본문엘니뇨가 시작되면 동태평양의 바닷물이 데워지고, 그 때문에 무역풍이 약해지며, 약해진 무역풍은 바닷물을 더 데운다. 이렇게 서로를 키우는 되먹임이 있다면 엘니뇨는 한번 시작되면 끝없이 커져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는 1~2년이면 끝나고, 오히려 반대인 라니냐로 넘어가기도 한다. 그리고 이 진동은 2~7년의 불규칙한 주기로 되풀이된다. 무엇이 엘니뇨를 스스로 끝내게 할까?
2.11.1비에르크네스 되먹임
평소 적도 태평양에서는 무역풍이 따뜻한 표층수를 서쪽으로 밀어, 서태평양에는 따뜻한 물이 두껍게 쌓이고 동태평양에서는 차가운 물이 솟아오른다. 동서의 수온 차는 다시 서쪽으로 부는 바람을 키운다. 그런데 무역풍이 약해지면 따뜻한 물이 동쪽으로 퍼지고, 동태평양의 용승이 약해져 바다가 데워진다. 그러면 동서의 수온 차가 줄어 무역풍이 더 약해진다. 바다와 바람이 서로를 키우는 이 양의 되먹임을 비에르크네스 되먹임이라 하며, 엘니뇨가 커지는 원동력이다.
동태평양의 수온 편차를 \(T\)라 하면, 되먹임은 \(T\)를 키우고 지나친 성장은 비선형 항이 억누른다. 그런데 바람의 변화는 적도를 따라 서쪽으로 가는 해양 파동(로스비파)도 만들고, 이 파동이 서쪽 경계에서 반사되어 동쪽으로 돌아오는 파동(켈빈파)이 되어 시간 \(\delta\)가 지난 뒤 \(T\)를 반대로 바꾼다. 그래서 \(\dfrac{dT}{dt} = aT - bT^3 - cT(t - \delta)\)의 꼴로 쓰며, 지연이 진동의 주기를 정한다.
그림 1에서 지연을 바꾸어 보자. 지연이 있으면 수온 편차는 한쪽으로 커지다가, 늦게 도착한 반대 신호에 밀려 줄어들고 반대 부호로 넘어간다. 그 결과 엘니뇨와 라니냐가 번갈아 나타나는 진동이 생긴다. 지연이 길수록 진동의 주기가 길어지며, 주기는 지연의 몇 배이다. 실제 바다에서는 날씨의 무작위한 바람이 이 진동을 끊임없이 흔들어 주기가 2~7년으로 불규칙해진다.1
2.11.2멀리 퍼지는 영향
엘니뇨 때 따뜻한 바다를 따라 대류가 동쪽으로 옮겨 가면, 그 위의 대기가 데워지고 상공에 거대한 대기 파동이 생겨 지구 반대편까지 날씨를 바꾼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의 날씨가 함께 변하는 것을 원격 상관이라 한다. 엘니뇨 때 인도네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는 가뭄과 산불을, 페루와 미국 남부는 큰비를 겪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엘니뇨가 발달한 해의 겨울이 대체로 따뜻하고, 다음 해 여름에 비가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동서 태평양의 기압이 시소처럼 함께 변하는 남방 진동이 엘니뇨와 짝을 이루어, 둘을 합쳐 엘니뇨–남방진동(ENSO)이라 부른다.
2.11.3예제 풀이
적도 태평양의 폭은 약 15000 km이다. 엘니뇨가 시작된 동태평양 근처에서 생긴 로스비파가 0.8 m/s로 서쪽 경계까지 갔다가, 반사된 켈빈파가 2.5 m/s로 동태평양까지 돌아온다면 걸리는 시간은 얼마인가? 이 지연이 엘니뇨의 지속 기간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설명하여라.
로스비파가 서쪽으로 가는 데 \(1.5 \times 10^7 \div 0.8 \approx 1.9 \times 10^7\) s, 켈빈파가 돌아오는 데 \(1.5 \times 10^7 \div 2.5 = 6 \times 10^6\) s가 걸린다. 합하면 약 \(2.5 \times 10^7\) s, 곧 약 290일로 10개월 남짓이다.
엘니뇨가 시작된 지 10개월쯤 지나면, 서쪽에서 반사되어 돌아온 파동이 동태평양의 수온 약층을 다시 얕게 만들어 차가운 물이 솟아오르게 한다. 그래서 엘니뇨는 대개 1년 안팎에 정점을 지나 약해지고, 지나치면 라니냐로 넘어간다. 즉 엘니뇨를 끝내는 것은 바다가 기억하는 늦은 신호이다. 그래서 해양 관측 부표망으로 적도 바닷속의 파동을 추적하면 엘니뇨를 몇 달 앞서 예측할 수 있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엘니뇨와 라니냐 때의 바다와 대기를 비교하고, 그 영향이 우리나라까지 퍼지는 길을 살펴보자.
- 엘니뇨는 '아기 예수'라는 뜻의 에스파냐어로, 성탄절 무렵 페루 앞바다가 따뜻해지는 현상을 어부들이 부르던 이름이다. 그때는 영양염이 풍부한 찬물이 솟지 않아 멸치가 잘 잡히지 않았다.
엘니뇨는 바다의 수온과 무역풍이 서로를 키우는 비에르크네스 되먹임으로 커지지만, 바람이 만든 해양 파동이 대양을 건너 반사되어 늦게 돌아와 반대 방향으로 끌어당긴다. 이 지연된 되먹임이 엘니뇨와 라니냐를 번갈아 일으키는 진동을 만들고, 그 영향은 대기의 파동을 타고 멀리 퍼진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엘니뇨는 10개월 남짓 늦게 돌아오는 해양 파동 때문에 스스로 끝나고 라니냐로 바뀌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