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모형과 탐구 설계
본문80 °C의 물을 컵에 담아 실온 20 °C인 교실에 두었다. 한 학생은 물이 일정한 빠르기로 식는다고 생각하고, 다른 학생은 처음에는 빨리 식다가 실온에 가까워질수록 천천히 식는다고 생각한다. 처음 10분 동안 두 가설은 거의 같은 온도를 예측한다. 그렇다면 둘 가운데 무엇이 맞는지 알려면 몇 분 동안, 얼마나 정확하게 재야 할까? 실험을 하기 전에 그것을 미리 정할 수 있을까?
2.2.1가설과 모형
가설은 '무엇이 왜 그렇게 되는가'에 대해 시험할 수 있게 세운 잠정적인 답이다. 그리고 가설을 수식이나 그래프로 나타내어 구체적인 값을 예측하게 만든 것이 모형이다. 뉴턴은 물체가 식는 빠르기가 물체와 주변의 온도 차에 비례한다고 생각했다. 온도 차가 크면 열이 빨리 빠져나가고, 차이가 줄면 천천히 빠져나간다. 따라서 온도 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지수 함수를 따른다.
처음 온도 \(T_0\)인 물체를 온도 \(T_s\)인 곳에 두면 \(t\)분 뒤의 온도는 \(T(t) = T_s + (T_0 - T_s)\,e^{-kt}\)이다. \(k\)는 그릇의 모양과 재질, 바람 등에 따라 정해지는 상수이다. 온도 차가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은 늘 \(\dfrac{\ln 2}{k}\)로 같다.
그림 1에서 측정 시간을 바꾸어 보자. \(k = 0.05\)/분으로 두면 물은 10분 뒤 약 56 °C가 되고, 일정한 빠르기 가설도 이 값에 맞추면 1분에 약 2.4 °C씩 식는다. 10분까지 재면 두 예측의 차이가 가장 커도 약 1.5 °C라서, 온도계의 오차가 ±0.5 °C이면 가리기 빠듯하다. 그런데 30분까지 재면 일정한 빠르기 가설은 25분 무렵에 실온에 닿는 반면 뉴턴 법칙은 아직 33 °C를 예측해 13 °C 넘게 벌어진다.1
2.2.2실험 전에 정하는 것
탐구 설계는 실험을 하기 전에 무엇을, 얼마나 오래, 얼마나 자주, 얼마나 정확하게 잴지를 정하는 일이다. 두 가설의 예측이 측정 오차보다 크게 다른 조건을 찾아야 실험이 답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먼저 두 모형으로 예측을 계산해 보고, 그 차이가 가장 커지는 구간을 측정 범위에 넣는다. 그리고 컵의 크기, 물의 양, 주변 바람처럼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인은 일정하게 통제한다. 이렇게 하면 실험이 끝난 뒤 '자료가 부족해 판단할 수 없다'는 일을 줄일 수 있다.
2.2.3예제 풀이
80 °C의 물이 실온 20 °C에서 10분 뒤 50 °C가 되었다. 뉴턴 냉각 법칙이 맞다면 20분 뒤와 30분 뒤의 온도는 각각 얼마인가? 일정한 빠르기 가설로는 각각 얼마인가?
뉴턴 법칙에서는 온도 차가 10분마다 같은 비율로 줄어든다. 처음 차이 60 °C가 10분 뒤 30 °C로 반이 되었으므로, 20분 뒤에는 15 °C 차이로 35 °C이고, 30분 뒤에는 7.5 °C 차이로 27.5 °C이다.
일정한 빠르기 가설에서는 10분마다 30 °C씩 떨어지므로 20분 뒤 20 °C에 닿고, 그 뒤로는 실온보다 낮아질 수 없으니 30분 뒤에도 20 °C이다. 20분 뒤 두 예측은 15 °C나 차이 나므로, 오차가 ±0.5 °C인 온도계로도 쉽게 가릴 수 있다. 따라서 이 실험은 적어도 20분 넘게 재도록 설계해야 한다. 실제로 재어 보면 물은 뉴턴 법칙에 가깝게 식는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냉각 실험을 직접 설계하고, 두 가설의 예측을 측정 자료와 견주어 보자.
- 법의학에서는 시신의 체온이 이 법칙에 가깝게 떨어지는 것을 이용해 사망 시각을 어림한다. 다만 옷, 몸집, 주변 온도에 따라 \(k\)가 달라 오차가 몇 시간에 이를 수 있다.
가설을 모형으로 나타내면 구체적인 값을 예측할 수 있고, 서로 다른 가설의 예측이 측정 오차보다 크게 갈리는 조건을 찾아 실험을 설계한다. 뉴턴 냉각 법칙과 일정한 빠르기 가설은 처음 몇 분 동안은 비슷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크게 벌어진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식어 가는 물은 적어도 20분 넘게 재야 두 가설을 확실히 가릴 수 있고, 그 시간은 실험 전에 모형으로 미리 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