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교과서

과학기술과 음악

대나무 관을 3분의 1씩 자르고 늘이던 옛사람의 셈법에서 오늘날의 신시사이저와 인공지능 작곡까지, 음악은 늘 과학과 함께 변해 왔습니다. 소리를 직접 듣고 만들어 보며 음악 속의 과학을 찾아봅시다.

본문

과학기술과 음악

본문

옛 중국에서는 대나무 관을 3분의 1씩 잘라 내고 늘이기를 되풀이하여 12음을 만들었다(삼분손익법).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도 현의 길이를 3 : 2로 하면 듣기 좋은 5도 음정이 된다는 것을 알고, 5도를 쌓아 음계를 만들었다. 그런데 5도를 열두 번 쌓으면 일곱 옥타브 위의 처음 음과 거의 같아야 하는데, 조금 어긋난다. 왜 그럴까? 그리고 피아노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을까?

그림 1. 진동수 비 3/2인 완전 5도를 쌓고 옥타브(2배) 안으로 접은 음들(점)과 평균율의 12음(회색 눈금). 열두 번 쌓으면 처음 음보다 약간(약 23.5센트) 높은 곳에 닿는다.
먼저 알아야 할 것소리의 진동수와 음높이, 정상파와 배음(물리학), 거듭제곱과 로그(수학), 과학 용어와 사회(과학 용어와 사회).

3.3.1진동수의 비와 음정

두 음의 진동수가 간단한 정수비를 이루면 함께 울릴 때 잘 어울려 들린다. 진동수가 2배이면 한 옥타브, 3/2배이면 완전 5도이다. 현의 길이를 3분의 2로 줄이면 진동수가 3/2배가 되어 5도 위의 음이 난다. 이렇게 5도를 계속 쌓고 옥타브를 넘으면 2로 나누어 접으면, 도–솔–레–라–미–시… 하는 음들이 차례로 생긴다. 이를 피타고라스 음률이라 한다.

정리 3.3.1 피타고라스 콤마

5도를 12번 쌓은 진동수 비는 \(\left(\dfrac{3}{2}\right)^{12} \approx 129.75\)이고, 7옥타브는 \(2^7 = 128\)이다. 둘의 비는 \(\dfrac{129.75}{128} \approx 1.0136\)으로 1이 아니다. 이 작은 차이를 피타고라스 콤마라 한다.

음정의 크기는 센트로 잰다. 1옥타브는 1200센트이고, 평균율의 반음은 100센트이다. 피타고라스 콤마는 약 23.5센트로 반음의 4분의 1쯤이다. 그림 1에서 쌓는 횟수를 바꾸어 보자. 5도 하나는 702센트로 평균율 5도(700센트)보다 2센트 넓고, 이 차이가 열두 번 쌓여 콤마가 된다. 3과 2의 거듭제곱은 결코 같아질 수 없으므로, 5도만으로는 처음 음으로 정확히 돌아올 수 없다.1

3.3.2평균율과 음악 기술

피타고라스 음률로 조율한 악기는 어떤 조에서는 아름답지만, 조를 바꾸면 어떤 음정이 크게 어긋나 듣기 거북하다. 그래서 17~18세기 유럽에서는 한 옥타브를 진동수 비 \(2^{1/12} \approx 1.0595\)인 반음 12개로 똑같이 나누는 평균율이 자리 잡았다. 모든 5도가 조금씩 좁아지는 대신 어느 조로 옮겨도 똑같이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은 24개의 모든 조로 곡을 써서 이 장점을 보여 주었다.

음률5도의 비장점단점 피타고라스3/2 (702센트)5도가 맑음조 바꾸기 어려움 평균율2^(7/12) (700센트)모든 조가 같음조금씩 어긋남
그림 2. 평균율은 모든 음정을 조금씩 양보하여 어느 조에서나 같게 만들었다.

3.3.3예제 풀이

예제 3.3.2

라(440 Hz)에서 피타고라스 5도 위의 미의 진동수와, 평균율 5도 위의 미(\(440 \times 2^{7/12}\))의 진동수를 구하여라. 두 음을 함께 울리면 1초에 몇 번 맥놀이가 들리는가? (\(2^{7/12} \approx 1.4983\))

피타고라스 5도는 \(440 \times 1.5 = 660\) Hz, 평균율 5도는 \(440 \times 1.4983 \approx 659.3\) Hz이다.

두 진동수의 차는 약 0.7 Hz이므로, 함께 울리면 1초에 0.7번쯤 소리가 커졌다 작아지는 맥놀이가 들린다. 아주 미세하지만 귀가 예민한 사람은 알아챈다. 조율사는 이 맥놀이의 빠르기를 세어 피아노를 평균율로 맞춘다. 즉 음악의 아름다움 뒤에는 정수비와 거듭제곱이라는 수학이 있고, 평균율은 그 수학적 한계를 받아들인 기술적 타협이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대나무 관으로 12음을 만드는 원리, 악기마다 소리가 다른 까닭, 컴퓨터가 새 선율을 만드는 방법, 기술이 음악을 바꾼 과정을 살펴보자.

  1. 16세기 명나라의 주재육은 평균율을 정확히 계산한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그는 2의 12제곱근을 25자리까지 구하여 율관의 길이를 정했다.
마무리

진동수 비 3/2인 5도를 열두 번 쌓으면 \((\frac{3}{2})^{12}\)이 \(2^7\)과 같지 않아 약 23.5센트의 피타고라스 콤마가 남는다. 그래서 한 옥타브를 \(2^{1/12}\)인 반음 12개로 똑같이 나누는 평균율이 나왔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5도 열두 번이 처음 음으로 딱 돌아오지 않는 것은 3과 2의 거듭제곱이 결코 같아질 수 없기 때문이며, 피아노는 모든 음정을 조금씩 양보하는 평균율로 이를 풀었다.

탐구 1

대나무 관을 3분의 1씩 자르고 늘이면 왜 12음이 나올까?

음률과 수학 · 삼분손익법 · 피타고라스 음률 · 평균율
이번에 얻은 율
황종
율관 길이 (황종 = 81)
81
황종과의 높이 차
0 센트

두 음을 함께 들어 보기 (아래 음 = 황종 ≈ 311 Hz)

진동수비
—
센트 (평균율 반음 = 100)
—
1초당 맥놀이
—

율관 길이는 『회남자』 등 옛 문헌의 관례대로 황종을 81로 둔 상대값이다. 관이 짧을수록 음이 높고, 진동수는 길이에 반비례한다고 보았다(실제 관은 끝 보정 때문에 조금 다르다). 원 위의 회색 눈금은 평균율 12음 자리이다. 소리는 버튼을 누를 때만 난다.

  1. 질문옛 동아시아에서는 대나무 관(율관)의 길이로 음높이를 정했다. 기준 관인 황종을 3분의 1만큼 줄이거나 늘이는 일을 되풀이하면 한 옥타브 안의 12율을 모두 얻는다고 한다. 이렇게 얻은 12음은 다시 처음 음으로 정확히 돌아올까?
  2. 복원관이나 줄의 길이를 절반으로 하면 진동수는 2배가 되고, 한 옥타브 높은 같은 이름의 음으로 들린다. 길이를 2/3로 하면 진동수가 3/2배가 되어 완전5도 위의 음이 된다. 두 음의 진동수가 간단한 정수비일수록 배음이 겹쳐 잘 어울리게 들린다.
  3. 설명삼분손익법은 길이를 1/3 덜어 내는 삼분손일(×2/3, 5도 위)과 1/3 보태는 삼분익일(×4/3, 4도 아래)을 번갈아 써서, 황종 → 임종 → 태주 → 남려 → 고선 → 응종 → 유빈 → 대려 → 이칙 → 협종 → 무역 → 중려를 얻는다.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 음률도 3:2의 5도를 쌓고 옥타브(2:1) 안으로 접어 넣는 같은 원리이다. 두 문명이 같은 수학에 따로 이르렀다. 그런데 (3/2)¹² ≈ 129.75이고 2⁷ = 128이므로, 5도를 12번 쌓으면 출발음보다 약 23.5센트 높아진다. 이 어긋남을 피타고라스 콤마라 한다.
  4. 연결콤마를 12개의 5도에 고루 나누면 모든 반음이 2의 12제곱근(≈ 1.0595)배로 같은 평균율이 된다. 명나라의 주재육이 1584년 무렵 이 값을 정밀하게 계산했고, 유럽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같은 생각이 나왔다. 평균율에서는 어떤 음에서 시작해도 같은 음정이 되어 자유롭게 조를 바꿀 수 있지만, 5도와 3도 모두 정수비에서 조금씩 벗어난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종 때 박연 등이 아악을 정비하며 율관과 편경을 새로 만들어 음높이의 기준을 세웠다.
  5. 적용횟수를 12까지 올리고, 12번째 음이 황종 자리에서 얼마나 벗어나는지 원과 막대에서 확인해 보자. 다음으로 아래쪽에서 체계와 음정을 바꿔 가며 들어 보자. 삼분손익의 5도와 장3도 중 어느 쪽이 더 ‘웅웅’ 떨리는가? 평균율의 5도와 장3도에서 맥놀이 수를 비교해 보자.
  6. 판단‘가장 옳은 음률’은 없다. 순정률은 한 조에서 3도와 5도가 모두 맑지만 다른 조로 옮기면 심하게 어긋나고, 평균율은 어느 조에서나 쓸 수 있는 대신 모든 음정이 조금씩 흐리다. 국악의 가야금이나 대금처럼 연주자가 음높이를 손으로 조절하는 악기는 고정된 음률표를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 음률은 수학과 함께 악기 구조, 음악의 쓰임, 듣는 사람의 취향이 정한 문화적 선택이다.

확인조건이 달라지면

황종 율관 길이를 81 대신 90으로 정한 나라가 있다고 하자. 같은 삼분손익법으로 12율을 만들면 어떻게 될까?

탐구 2

같은 ‘라’를 내는데 클라리넷과 바이올린은 왜 다르게 들릴까?

소리 합성 · 배음과 음색 · 푸리에 합성
켜진 배음 수
—
스펙트럼 무게중심 (밝기)
—
파형 모양
—

아래 막대를 위아래로 끌어 n번째 배음(기본음의 n배 진동수)의 진폭을 정해 보자. 프리셋은 실제 악기 녹음이 아니라 배음 구성을 단순화한 모식이다. 소리는 버튼을 누를 때만 난다.

  1. 질문클라리넷과 바이올린이 같은 220 Hz의 ‘라’를 내면 음높이는 같은데, 눈을 감아도 어느 악기인지 알 수 있다. 진동수가 같은 두 소리는 무엇이 다를까?
  2. 복원줄이나 관 속 공기는 기본 진동수 f와 함께 2f, 3f, 4f …의 진동(배음)을 동시에 낸다. 소리의 높이는 주로 기본 진동수가, 세기는 진폭이 정한다.
  3. 설명1822년 푸리에는 주기적인 곡선이 여러 사인 곡선의 합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수학으로 보였고, 1863년 헬름홀츠는 『음 감각론』에서 음색이 배음의 세기 비율로 정해진다고 실험으로 설명했다. 거꾸로 사인파를 골라 더하면 원하는 음색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이 가산 합성이며, 1935년 해먼드 오르간의 음색 조절 막대(드로바) 같은 전자 악기와 오늘날 디지털 음원 합성의 바탕이 되었다. 1960년대 무그 신시사이저는 거꾸로 배음이 많은 파형에서 일부를 걸러 내는 감산 합성을 썼다.
  4. 연결양 끝이 묶인 줄이나 양 끝이 열린 관은 모든 배음을 내고, 한쪽이 막힌 관은 홀수 배음이 두드러진다. 클라리넷이 대표적이다. 높은 배음이 셀수록 소리가 밝고 날카롭게 들리며, 그 정도를 스펙트럼 무게중심으로 나타낼 수 있다.
  5. 적용순음, ‘모든 배음’, ‘홀수 배음만’을 차례로 들어 비교해 보자. 다음으로 ‘위상 뒤섞기’를 켜고 끄며 파형과 소리를 비교해 보자. 파형은 크게 달라지는데 소리도 그만큼 달라지는가? 마지막으로 막대를 끌어 나만의 음색을 만들어 보자.
  6. 판단배음 비율만으로 악기 소리를 다 흉내 낼 수는 없다. 실제 악기 소리는 시작 순간의 잡음(어택), 시간에 따라 변하는 배음, 몸통의 울림이 함께 만든다. 또 파형의 모양이 같아야 같은 소리로 들리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귀는 배음 사이의 위상 차이에는 대체로 둔감하고, 각 배음의 세기에 민감하다.

확인조건이 달라지면

두 전자 악기 A, B가 같은 440 Hz 음을 낸다. 오실로스코프로 보니 파형 모양이 꽤 다른데, 분석해 보니 각 배음의 세기는 서로 같고 위상만 다르다. 두 소리는 어떻게 들릴까?

탐구 3

컴퓨터는 들은 노래로 어떻게 새 선율을 만들까?

인공지능 작곡의 원리 · 마르코프 연쇄 · 학습 자료와 표절
학습 자료
앞의 몇 음을 볼까
학습한 음의 개수
—
원곡에 있는 4음 조각의 비율
—
원곡에 없던 4음 조각
—

리듬은 무시하고 음높이만 다룬 단순화 모형이다. 두 곡 모두 저작권 보호 기간이 지난 선율이며, 다장조로 옮겨 적었다. 오른쪽 그림의 주황 막대는 ‘바로 앞 세 음과 이어진 네 음’이 원곡 어디에도 없는 음이다. 표의 칸이 진할수록 그 이어짐이 원곡에 자주 나온다(왼쪽 표는 언제나 ‘1음’ 기준).

  1. 질문요즘은 인공지능이 몇 초 만에 노래를 만들어 낸다. 컴퓨터는 음악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럴듯한 선율을 만들까?
  2. 복원‘도 다음에 레가 올 확률’처럼 어떤 일이 일어난 뒤에 다른 일이 일어날 확률을 조건부 확률이라 한다. 많은 자료에서 횟수를 세면 이 확률을 어림할 수 있다.
  3. 설명바로 앞의 몇 음만 보고 다음 음을 확률로 고르는 모형을 마르코프 연쇄라 한다. 학습 자료에서 ‘앞 음 → 다음 음’의 횟수를 세어 표를 만들고, 그 비율대로 주사위를 굴려 한 음씩 이어 붙인다. 1957년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힐러와 아이작슨은 컴퓨터 일리악(ILLIAC)으로 규칙과 확률을 써서 현악 4중주 「일리악 모음곡」을 만들었고, 이 곡은 컴퓨터로 작곡한 초기 작품으로 꼽힌다.
  4. 연결오늘날의 생성형 음악 인공지능도 ‘지금까지의 맥락을 보고 다음에 올 것을 확률로 고른다’는 점은 같다. 다만 훨씬 긴 맥락과 화음·리듬·음색까지 다루며, 수많은 곡으로 학습한 거대한 신경망을 쓴다. 그래서 무엇을 학습시켰는지가 결과의 성격을 정한다.
  5. 적용‘1음’으로 선율을 여러 번 만들어 들어 보고, ‘2음’, ‘3음’으로 바꿔 비교해 보자. 원곡에 있는 4음 조각의 비율은 어떻게 변하는가? 학습 자료를 ‘두 곡 모두’로 늘리면 같은 ‘3음’에서도 새로운 조각이 늘어나는가?
  6. 판단앞을 길게 볼수록 선율은 자연스러워지지만 원곡을 그대로 베끼는 부분이 늘어난다. 학습 자료가 적을 때 특히 그렇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기존 곡과 거의 같은 선율을 내놓아 표절과 저작권 문제가 생기는 것도 같은 까닭이다. 또 확률이 높은 이어짐이 곧 아름다운 음악은 아니다. 무엇이 좋은 음악인지는 여전히 사람이 판단한다.

확인조건이 달라지면

어떤 회사가 가수 한 명의 노래 다섯 곡만으로 ‘앞의 8음을 보는’ 모형을 학습시켰다. 이 모형이 만든 선율에 대한 예상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읽기 4

악기, 녹음기, 컴퓨터, 로봇은 음악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읽기 · 과학기술과 음악의 역사 · 인공지능 작곡과 로봇 연주 · 음악의 심미적 가치

음악은 감성의 영역이고 과학은 이성의 영역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음계는 수학에서, 악기는 재료 과학에서, 녹음과 스트리밍은 전자기학과 정보 기술에서 나왔다. 과학기술은 음악을 어떻게 바꾸어 왔을까?

1음악을 바꾼 과학기술

시기과학기술음악에 생긴 변화
고대현의 길이와 음높이의 정수비(피타고라스 학파), 율관의 삼분손익법(중국)음계와 조율의 수학적 기준이 생김
15세기세종 때 율관과 편경 제작, 정간보 창안음높이 기준을 세우고, 음의 길이까지 적는 악보가 생김
16~18세기평균율의 계산(주재육 등), 건반 악기의 기계 장치(피아노는 1700년 무렵 크리스토포리가 만듦)여러 조를 자유롭게 오가는 작곡, 셈여림을 손끝으로 조절하는 연주
1877년~에디슨의 축음기, 이후 레코드와 라디오음악을 기록·복제·판매할 수 있게 됨. 연주회장에 가지 않아도 음악을 들음
20세기전기 기타와 증폭기, 테레민, 신시사이저(1960년대 무그 등)자연에 없던 소리와 음색, 록과 전자 음악
1980년대~디지털 표본화(CD는 1982년 상용화), 악기끼리 신호를 주고받는 MIDI 표준(1983)컴퓨터로 녹음·편집·작곡. 집에서도 음반을 만듦
2000년대~음원 압축, 인터넷 스트리밍, 음높이 보정 소프트웨어음악을 ‘소유’하지 않고 ‘접속’해 들음. 추천 알고리즘이 듣는 음악을 정하기도 함
2010년대~기계 학습과 생성형 인공지능, 로봇 공학인공지능 작곡·편곡·목소리 합성, 로봇 연주와 지휘

2인공지능으로 만든 음악

컴퓨터 작곡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1957년 힐러와 아이작슨이 컴퓨터 일리악으로 만든 「일리악 모음곡」은 무작위로 음을 고른 뒤 화성 규칙에 맞지 않는 음을 걸러 내는 방식을 썼다. 오늘날의 생성형 인공지능은 방대한 음악 자료에서 패턴을 학습해, 글로 적은 요청만으로 가사·반주·노래가 붙은 곡을 만든다. 원리는 여전히 ‘학습한 자료를 바탕으로 다음에 올 것을 확률로 고르기’이다.

그래서 새로운 질문이 생겼다. 학습에 쓴 곡의 창작자에게 허락을 받아야 할까? 인공지능이 만든 곡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여러 나라의 저작권 제도는 대체로 사람이 창작한 부분만 보호하며,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아직 만들어지는 중이다.

3로봇이 연주하고 지휘하면

로봇 연주는 사람의 손으로 어려운 속도와 정확도를 낼 수 있고, 같은 연주를 똑같이 되풀이할 수 있다. 2023년에는 우리나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개발한 로봇 ‘에버6’이 국립국악관현악단 공연에서 지휘를 맡아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로봇 지휘자는 미리 입력한 박자와 동작을 따를 뿐, 연주자의 소리를 듣고 그 자리에서 해석을 바꾸지는 못한다는 평가도 함께 나왔다.

4과학이 보여 주는 음악의 아름다움

  • 배음이 겹치는 정수비가 어울림을 만들고, 그 수학이 동서양에서 따로 발견되었다는 사실
  • 푸리에 분석이 보여 주듯, 복잡한 소리도 단순한 사인파의 합으로 풀린다는 사실
  • 인공지능의 결과물을 들으며 ‘사람이 만든 음악은 무엇이 다른가’를 다시 묻게 되는 경험

인공지능 작곡 도구로 짧은 곡을 만들어 보거나 로봇·컴퓨터 연주를 감상할 때는, 결과물만 평가하지 말고 어떤 자료와 규칙이 그 소리를 만들었는지 함께 살펴보자. 과학의 심미적 가치는 원리를 알 때 더 잘 보인다.

판단“인공지능이 작곡하면 작곡가는 필요 없다”거나 “기계가 만든 음악은 예술이 아니다”는 양극단의 주장은 모두 근거가 약하다. 사진기가 화가를 없애지 않고 사진이라는 새 예술을 만든 것처럼, 새 도구는 창작의 방식과 역할을 바꾼다. 무엇을 학습시키고 결과물에서 무엇을 고를지는 여전히 사람의 판단이다.

확인조건이 달라지면

어떤 학생이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만든 곡을 학교 축제에서 발표하려 한다. 가장 바람직한 태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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