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현실·증강 현실
본문가상 현실 헤드셋을 쓰고 고개를 돌리면 눈앞의 가상 세계도 함께 돈다. 그런데 화면이 고개를 아주 조금 늦게 따라오면 많은 사람이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을 느낀다. 그 늦음은 수십 분의 1초에 불과한데 왜 그렇게 불편할까? 그리고 평평한 화면 두 개로 어떻게 깊이를 만들며, 가상 현실과 증강 현실은 사회를 어떻게 바꿀까?
3.5.1평평한 화면으로 만드는 깊이
두 눈은 약 6.5 cm 떨어져 있어 같은 물체를 조금 다른 방향에서 본다. 가까운 물체일수록 두 눈의 상이 많이 다르고, 뇌는 이 차이(양안 시차)로 거리를 느낀다. 가상 현실 헤드셋은 두 눈 앞에 각각 조금 다른 그림을 보여 주어 이 차이를 흉내 낸다. 그래서 평평한 화면 두 개만으로도 물체가 손 닿을 거리에 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고개를 각속도 \(\omega\)로 돌릴 때 센서가 움직임을 감지하여 새 화면을 그리기까지 지연 시간 \(\Delta t\)가 걸리면, 화면은 \(\omega\Delta t\)만큼 늦게 따라온다. 이 어긋남이 귓속 평형 기관이 느끼는 움직임과 눈이 보는 움직임을 다르게 만들어 멀미를 일으킨다.
그림 1에서 두 값을 바꾸어 보자. 고개를 1초에 100° 돌리고 지연이 50 ms이면 화면은 5° 뒤처진다. 이는 손을 뻗었을 때 손가락 세 개 너비쯤이다. 지연을 20 ms 아래로 줄이면 대부분의 사람이 어긋남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헤드셋은 1초에 수백~수천 번 고개의 각도를 재는 센서를 쓰고, 고개가 앞으로 어디 있을지 미리 예측하여 그린다.1
3.5.2가상 현실과 증강 현실의 쓰임
가상 현실은 눈앞을 완전히 가상의 세계로 바꾸고, 증강 현실은 실제 세계 위에 정보를 겹쳐 보여 준다. 의대생은 가상 현실로 수술을 연습하고, 정비사는 증강 현실 안경으로 기계 위에 표시된 순서를 보며 고친다. 소방관과 조종사의 위험한 훈련, 먼 곳의 문화재 체험도 가능하다. 한편 오래 쓰면 눈의 피로와 멀미가 생기고, 카메라가 주변 사람을 계속 찍는 문제, 가상 세계에 지나치게 빠져드는 문제도 함께 따져야 한다.
3.5.3예제 풀이
헤드셋 화면이 1도에 화소 20개를 보여 준다. 고개를 1초에 120° 돌릴 때 지연이 40 ms이면 화면은 몇 도, 몇 화소 뒤처지는가? 뒤처짐을 화소 2개 이하로 줄이려면 지연 시간을 얼마 아래로 해야 하는가?
뒤처짐은 \(120 \times 0.040 = 4.8\)°이고, 화소로는 \(4.8 \times 20 = 96\)개이다. 화면이 화소 100개 가까이 밀려서 그려지는 셈이다.
화소 2개는 0.1°이므로, \(120 \times \Delta t \le 0.1\)에서 \(\Delta t \le 0.00083\) s, 곧 약 0.8 ms이다. 실제로 이렇게 짧게 줄이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헤드셋은 그림을 그린 뒤 화면에 내보내기 직전에 최신 센서 값으로 그림을 살짝 돌려 맞추는 방법을 쓴다. 즉 가상 현실의 편안함은 화려한 그래픽보다, 센서와 계산이 사람의 감각을 얼마나 빨리 따라가느냐에 달려 있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평평한 화면 두 개로 깊이를 만드는 원리, 늦게 따라오는 가상 세계의 문제, 가상·증강 현실이 사회를 바꾸는 방식을 살펴보자.
- 멀미는 배나 자동차에서도 같은 원리로 생긴다. 몸은 흔들리는데 눈은 고정된 실내를 보면, 감각이 서로 맞지 않아 뇌가 혼란을 느낀다. 가상 현실은 그 반대로, 눈은 움직임을 보는데 몸은 가만히 있다.
가상 현실은 두 눈에 조금 다른 그림을 보여 깊이를 만들고, 고개의 움직임을 센서로 재어 화면을 바꾼다. 지연 시간 \(\Delta t\) 동안 화면은 \(\omega\Delta t\)만큼 뒤처지며, 이 어긋남이 눈과 평형 기관의 감각을 다르게 하여 멀미를 일으킨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가상 세계가 늦게 따라오면, 수십 ms의 지연도 몇 도의 어긋남이 되어 어지러움을 일으키므로 지연을 20 ms 아래로 줄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