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 증류
본문에탄올이 질량으로 약 5% 든 막걸리를 끓여 나온 김을 식히면 에탄올이 30% 넘는 독한 술이 된다. 이것을 다시 끓여 식히면 70% 넘게, 또 하면 80% 넘게 진해진다. 이렇게 되풀이하면 언젠가 순수한 에탄올이 될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는 아무리 되풀이해도 95.6%에서 더 진해지지 않는다. 에탄올은 물보다 끓는점이 낮을 뿐 둘 다 함께 끓는데, 왜 증기에 에탄올이 더 많을까? 그리고 왜 95.6%에서 멈출까?
2.10.1증기는 끓는점이 낮은 쪽이 많다
에탄올과 물의 혼합물이 끓을 때 두 성분은 함께 증발한다. 그런데 같은 온도에서 에탄올이 물보다 증기압이 커서 더 잘 증발하므로, 증기 속에는 에탄올이 액체보다 많이 들어 있다. 이 증기를 식혀 액체로 모으면 처음보다 진한 액체가 되고, 그것을 다시 끓이면 더 진한 증기가 나온다. 분별 증류는 이 과정을 한 장치 안에서 거듭하게 한다. 끓는 플라스크 위의 분별관 안에서 증기가 올라가다 식어 응결하고, 위에서 흘러내리는 액체와 만나 다시 증발하기를 여러 번 되풀이하며 꼭대기로 갈수록 에탄올이 진해진다.
액체의 조성 \(x\)와 그와 평형인 증기의 조성 \(y\)를 이은 곡선에서, 한 번의 증발과 응결은 \(x\)에서 \(y\)로 옮겨 가는 계단 하나이다. 곡선이 대각선 \(y = x\)와 만나는 조성에서는 증기와 액체의 조성이 같아져 더 진해지지 않는다. 이 혼합물을 공비 혼합물이라 한다.
그림 1에서 에탄올이 질량 약 5%(몰 분율 0.019)인 액체로 시작하면, 첫 계단에서 증기의 몰 분율이 0.17, 둘째에서 0.51, 셋째에서 0.66으로 진해진다. 그러나 계단은 점점 짧아지고, 몰 분율 0.894에서 곡선이 대각선과 만난다. 이 조성의 액체를 끓이면 같은 조성의 증기가 나오므로, 아무리 되풀이해도 그 이상 진해지지 않는다. 에탄올과 물 사이의 특별한 분자 간 힘 때문에 이 조성의 혼합물은 순수한 에탄올보다도 조금 낮은 78.2 °C에서 끓는다.1
2.10.2분별관의 구실
분별관 안에 유리 구슬이나 굴곡을 넣으면 증기와 액체가 만나는 넓이가 넓어져, 한 장치 안에서 여러 번의 계단이 일어난다. 이 계단의 수를 이론단이라 한다. 이론단이 많을수록 꼭대기의 증기가 진해지지만, 공비점을 넘을 수는 없다. 그래서 99% 넘는 에탄올이 필요하면 물을 흡수하는 물질을 넣거나, 제3의 물질을 더해 공비점을 옮기는 다른 방법을 쓴다. 증류할 때는 꼭대기 온도계를 보며 끓는점이 낮은 성분이 나오는 동안 모으고, 온도가 오르기 시작하면 받는 그릇을 바꾼다.
2.10.3예제 풀이
그림 2에서 1단 증기의 몰 분율 0.17을 질량 백분율로 바꾸어 확인하여라. 에탄올과 물의 몰 질량은 46.07과 18.02 g/mol이다. 공비점의 몰 분율 0.894는 질량으로 몇 %인가? 이 조성의 액체를 증류하면 왜 더 진해지지 않는가?
몰 분율 0.17이면 에탄올 0.17 mol과 물 0.83 mol이므로, 질량은 \(0.17 \times 46.07 = 7.83\) g과 \(0.83 \times 18.02 = 14.96\) g이다. 에탄올의 질량 백분율은 \(7.83/(7.83 + 14.96) \approx 34\)%이다. 공비점은 \(0.894 \times 46.07 = 41.19\) g과 \(0.106 \times 18.02 = 1.91\) g에서 \(41.19/43.10 \approx 95.6\)%이다.
공비점에서는 그림 1의 곡선이 대각선 위에 있으므로, 액체와 평형인 증기의 조성이 액체와 똑같다. 증발시켜 모은 액체가 처음 액체와 같으므로 증류를 아무리 되풀이해도 조성이 바뀌지 않는다. 즉 분별 증류는 증기가 액체보다 진할 때만 진해지며, 그 차이가 사라지는 공비점이 증류로 얻을 수 있는 한계이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분별관으로 에탄올 수용액을 증류하여, 모은 액체의 농도와 온도 변화를 기록해 보자.
- 소주의 증류도 같은 원리이다. 전통 소주는 발효시킨 술을 소줏고리라는 증류기로 한 번 내려 40% 안팎의 술을 얻었다. 연료용이나 실험용 무수 에탄올은 공비점을 넘기 위해 물을 흡수하는 분자체를 쓴다.
에탄올과 물의 혼합물이 끓을 때 증기에는 끓는점이 낮은 에탄올이 더 많아, 증발과 응결을 거듭하는 분별 증류로 에탄올을 진하게 모은다. 한 번의 증발과 응결은 기액 평형 곡선의 계단 하나이고, 곡선이 대각선과 만나는 공비점에서는 증기와 액체의 조성이 같아져 더 진해지지 않는다. 처음 질문의 증류가 95.6%에서 멈춘 것은 그 조성이 에탄올과 물의 공비 혼합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