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렘마와 행성의 겉보기 운동
본문천체 관측 프로그램으로 화성의 위치를 1주일마다 별자리 지도에 찍었다. 화성은 몇 달 동안 별들 사이를 동쪽으로 옮겨 가다가 점점 느려져 멈춘 뒤, 약 70일 동안 서쪽으로 되돌아갔다가 다시 동쪽으로 나아갔다. 되돌아가는 동안 화성은 한밤중에 남쪽 하늘에 떠 가장 밝았다. 같은 프로그램으로 1년 동안 매일 정오에 태양의 위치를 찍었더니 이번에는 하늘에 8자 모양이 그려졌다. 두 모양은 어디서 생길까?
3.2.1앞지를 때 생기는 역행
지구와 화성은 모두 태양 둘레를 같은 방향으로 돌지만, 안쪽의 지구가 더 빨리 돈다. 평소에는 화성이 태양 둘레를 도는 만큼 별들 사이에서 동쪽으로 옮겨 가는 순행을 한다. 그런데 태양, 지구, 화성이 일직선에 놓이는 충 무렵에는 지구가 화성을 옆에서 앞지른다. 달리는 차가 옆 차선의 느린 차를 앞지르면 느린 차가 뒤로 가는 것처럼 보이듯, 지구에서 본 화성이 먼 별들에 대해 서쪽으로 움직이는 역행을 한다. 그래서 역행은 화성이 가장 가깝고 밝은 충 무렵에 일어난다.
지구와 외행성의 공전 주기가 \(1\)년과 \(P\)년이면 충이 되풀이되는 회합 주기 \(S\)는 \[\frac1S = 1 - \frac1P\]이다. 충에서 지구와 행성의 공전 속력이 \(v_E\), \(v_P\), 둘 사이 거리가 \(d\)이면 행성은 하늘에서 \((v_E - v_P)/d\)의 각속도로 서쪽으로 움직인다.
코페르니쿠스는 이 설명으로, 지구를 중심에 둔 모형이 행성마다 작은 원을 덧붙여야 했던 역행을 자연스럽게 풀었다. 금성과 수성 같은 내행성은 지구를 앞질러 가며 내합 무렵에 역행한다. 행성이 역행하는 동안 그리는 고리나 S자 모양은 행성의 궤도면이 황도면과 조금 기울어 있어서 생긴다.1
3.2.2정오의 태양이 그리는 8자
매일 같은 시계 시각에 태양을 찍으면, 태양의 고도는 적위를 따라 하지에 가장 높고 동지에 가장 낮아 위아래로 약 47° 오르내린다. 그런데 태양이 정남쪽에 오는 시각도 날마다 조금씩 달라져, 같은 시계 시각의 태양은 동서로도 몇 도씩 흔들린다. 이것은 지구 궤도가 타원이어서 공전 속도가 바뀌고, 자전축이 기울어 태양이 황도를 따라 비스듬히 움직이기 때문이다. 위아래의 흔들림과 동서의 흔들림이 서로 다른 박자로 겹쳐 8자 모양의 아날렘마가 된다.
3.2.3예제 풀이
화성의 공전 주기 1.88년으로 회합 주기를 구하여라. 충에서 지구는 29.8 km/s, 화성은 24.1 km/s로 돌고 둘 사이 거리는 0.52 AU(\(7.8\times10^7\) km)이다. 충 무렵 화성은 하루에 몇 도씩 서쪽으로 움직이는가?
\(1/S = 1 - 1/1.88 = 0.468\)이므로 \(S \approx 2.14\)년, 곧 약 780일이다. 그래서 화성의 역행은 2년 2개월쯤마다 되풀이된다.
충에서 지구가 화성을 앞지르는 상대 속력은 \(29.8 - 24.1 = 5.7\) km/s이다. 각속도는 \(5.7/(7.8\times10^7) \approx 7.3\times10^{-8}\) rad/s이고, 하루 86400초를 곱하면 \(6.3\times10^{-3}\) rad, 곧 약 0.36°이다. 화성은 충 무렵 하루에 달 지름의 3분의 2쯤씩 서쪽으로 물러나는 셈이다. 충에서 멀어지면 지구의 운동 방향이 화성 쪽으로 기울어 이 겉보기 속도가 줄고, 결국 멈추었다가 다시 순행한다. 즉 화성의 역행은 화성이 실제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더 빠른 지구가 화성을 앞지르는 동안 바라보는 방향이 거꾸로 도는 것이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관측 프로그램으로 화성의 위치를 1주일마다 찍어 역행을 재현하고, 1년 동안 정오의 태양을 찍어 아날렘마를 그려 보자.
- 고대 그리스의 프톨레마이오스는 지구를 중심에 두고 행성이 큰 원 위의 작은 원을 돈다고 하여 역행을 설명했다. 이 모형은 1400년 가까이 쓰였으며, 1543년 코페르니쿠스가 태양 중심설을 내놓은 뒤에도 한동안 예보 정확도는 비슷했다.
외행성의 역행은 안쪽 궤도의 지구가 충 무렵 행성을 앞지를 때 바라보는 방향이 거꾸로 돌아 생기며, 회합 주기 \(1/S = 1 - 1/P\)마다 되풀이된다. 정오의 태양이 그리는 아날렘마는 적위의 연중 변화와 공전 속도, 자전축 기울기가 만든 남중 시각의 변화가 겹친 모양이다. 처음 질문의 화성은 약 780일마다 충을 맞고, 그 무렵 하루에 약 0.36°씩 서쪽으로 물러나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