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극선의 성질
본문진공관 속에서 음극에서 나와 형광 화면을 빛나게 하는 음극선은, 한때 빛 같은 파동인지 전하를 띤 알갱이인지가 큰 논쟁거리였다. 관 속에 십자 모양 금속판을 두면 화면에 선명한 그림자가 생기고, 작은 바람개비를 두면 바람개비가 돈다. 두 금속판 사이를 지나게 하고 판에 전압을 걸면 음극선이 + 판 쪽으로 휜다. 이 관찰들은 각각 무엇을 말해 줄까? 그리고 휘는 정도를 재면 알갱이의 질량까지 알 수 있을까?
5.2.1관찰이 말해 주는 것
십자 판의 그림자가 선명하게 생긴다는 것은 음극선이 곧게 나아간다는 뜻이다. 빛도 곧게 나아가므로 이것만으로는 정체를 가릴 수 없다. 바람개비가 돈다는 것은 음극선이 부딪히며 운동량을 전한다는 뜻이어서, 질량을 가진 알갱이라는 쪽에 힘을 싣는다. 결정적인 것은 전기장과 자기장에서 휜다는 사실이다. 빛은 전기장에서 휘지 않지만, 음극선은 + 판 쪽으로 휘므로 음전하를 띤 알갱이이다. 자석을 가까이 대어도 전류가 받는 힘의 방향으로 휜다.
전압 \(V_a\)로 가속된 전하 \(q\), 질량 \(m\)인 알갱이가 간격 \(d\), 길이 \(L\)인 두 판 사이를 지날 때 판에 \(V_d\)를 걸면, 판을 나올 때 옆으로 휜 거리는 \[y = \frac{V_d L^2}{4 d V_a}\]이다. 이 식에는 \(q\)와 \(m\)이 들어 있지 않다.
가속 전압으로 얻은 운동 에너지는 \(\tfrac{1}{2}mv^2 = qV_a\)이고, 판 사이의 전기장 \(V_d/d\)가 주는 가속도는 \(qV_d/(md)\)이다. 알갱이가 판을 지나는 시간 \(L/v\) 동안 옆으로 \(\tfrac{1}{2}at^2\)만큼 움직이는데, 이것을 정리하면 \(q/m\)이 지워진다. 무거운 알갱이는 천천히 날아 오래 힘을 받고, 가벼운 알갱이는 빨리 날아 짧게 힘을 받아 그 효과가 정확히 상쇄되기 때문이다. 그림 1에서 편향 전압을 바꾸면 휘는 정도가 전압에 비례하는 것을 볼 수 있다.1
5.2.2전기장만으로는 부족하다
전기장의 휘어짐이 \(q/m\)과 상관없으므로, 전기장만으로는 알갱이의 질량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자기장에서의 휘어짐은 다르다. 자기력 \(qvB\)는 속력에 비례하므로, 같은 운동 에너지라도 가벼운 알갱이는 빨라서 반지름이 다르게 휜다. 그래서 톰슨은 전기장과 자기장을 함께 걸어 두 힘이 상쇄되는 조건에서 속력을 구하고, 그 속력으로 \(q/m\)을 계산했다. 다음 절에서 이 방법을 다룬다.
5.2.3예제 풀이
2000 V로 가속된 음극선이 길이 5.0 cm, 간격 1.0 cm인 두 판 사이를 지난다. 편향 전압이 100 V이면 판을 나올 때 얼마나 휘는가? 판 끝에서 20 cm 떨어진 화면에서는 가운데에서 몇 mm 떨어진 곳에 닿는가? 편향 전압이 얼마를 넘으면 음극선이 판에 부딪히는가?
\(y = \dfrac{100 \times 0.05^2}{4 \times 0.01 \times 2000} = \dfrac{0.25}{80} \approx 3.1 \times 10^{-3}\) m, 곧 3.1 mm이다. 판을 나올 때의 기울기는 포물선의 성질에 따라 \(2y/L = 2 \times 3.1/50 = 0.125\)이므로, 20 cm를 더 가는 동안 \(200 \times 0.125 = 25\) mm를 더 휜다. 화면에서는 가운데에서 약 28 mm 떨어진 곳에 닿는다.
판 사이 간격이 1.0 cm이므로 판 가운데로 들어온 음극선은 5 mm 넘게 휘면 판에 부딪힌다. \(y = 5\) mm가 되는 편향 전압은 \(V_d = 4dV_a y/L^2 = 4 \times 0.01 \times 2000 \times 0.005/0.0025 = 160\) V이다. 이 계산에는 전자의 전하와 질량이 한 번도 쓰이지 않았다. 그러므로 휘는 정도로 음극선이 음전하를 띤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질량을 알려면 자기장의 휘어짐을 함께 재야 한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음극선관으로 그림자, 바람개비, 전기장과 자석의 휘어짐을 차례로 관찰하고 음극선의 정체를 가려 보자.
- 1883년 독일의 헤르츠는 음극선이 전기장에서 휘지 않는 것을 보고 음극선이 파동이라고 생각했다. 관 속의 진공이 충분하지 않아 남은 기체가 전기장을 가렸기 때문이었고, 1897년 톰슨이 더 좋은 진공에서 휘어짐을 확인하며 논쟁이 끝났다.
음극선의 선명한 그림자는 곧게 나아감을, 바람개비의 회전은 운동량을, 전기장에서 + 판 쪽으로 휘는 것은 음전하를 띤 알갱이임을 보여 준다. 전기장에서 휘는 거리 \(y = V_d L^2/(4dV_a)\)에는 전하와 질량이 지워져 들어 있지 않으므로, 질량에 관한 정보는 자기장의 휘어짐을 함께 재야 얻는다. 처음 질문에 답하면, 전기장의 휘어짐만으로는 음극선이 음전하를 띤 알갱이라는 것까지만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