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빈 회로
본문1950년대 캘빈 연구진은 클로렐라를 키우던 납작한 유리 용기에 방사성 탄소가 든 ¹⁴CO₂를 넣었다. 그리고 몇 초 뒤 용기의 밸브를 열어 조류를 끓는 에탄올에 쏟아 모든 반응을 순식간에 멈추었다. 표지 시간을 2초, 5초, 30초로 바꾸어 가며 방사성이 어느 물질에 들어 있는지 종이 크로마토그래피로 갈랐다. 이 짧은 사진들을 이어 붙여 어떻게 CO₂가 당이 되는 길을 그려 냈을까?
1.3.1추적자로 순서 찾기
방사성 동위 원소는 화학적으로 보통 원자와 똑같이 반응하지만, 내놓는 방사선으로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¹⁴C로 표지한 CO₂를 주면, 그 탄소가 들어간 물질을 차례로 찾아낼 수 있다. 반응 사슬 A → B → C에서는 표지가 A에 먼저 나타나고, 시간이 지나야 B와 C로 옮겨 간다. 따라서 아주 짧은 시간 뒤에 방사성이 가장 많은 물질이 첫 산물이다. 캘빈 연구진은 2초 만에 반응을 멈추었을 때 방사성의 대부분이 탄소 3개짜리 3-포스포글리세르산(3-PGA)에 들어 있음을 확인했다.
탄소 고정 단계에서 루비스코가 CO₂를 RuBP(탄소 5개)에 붙여 3-PGA 두 분자를 만든다. 환원 단계에서 3-PGA는 ATP와 NADPH를 써서 G3P가 된다. 재생 단계에서 G3P 대부분이 ATP를 써서 다시 RuBP가 된다. CO₂ 3개가 들어가면 G3P 1개가 회로 밖으로 나가며, ATP 9개와 NADPH 6개가 쓰인다.
그림 1에서 표지 시간을 바꾸어 보자. 몇 초만 주면 방사성이 거의 3-PGA에 몰려 있다. 시간이 길어지면 3-PGA의 몫은 줄고, 당 인산과 아미노산, 녹말 같은 다른 물질로 퍼져 나간다. 그리고 빛을 끄면 3-PGA가 쌓이고 RuBP가 줄었으며, CO₂를 끊으면 거꾸로 RuBP가 쌓이고 3-PGA가 줄었다. 이 두 실험은 RuBP가 CO₂를 받아 3-PGA가 되고, 3-PGA가 빛에 의존해 다시 RuBP로 돌아가는 회로임을 보여 주었다.1
1.3.2회로의 탄소 장부
회로가 계속 돌려면 RuBP가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 CO₂ 3개가 RuBP 3개(탄소 15개)와 결합하면 3-PGA 6개(탄소 18개)가 되고, 이것이 G3P 6개가 된다. 그 가운데 5개(탄소 15개)는 재배열되어 RuBP 3개로 돌아가고, 남은 1개(탄소 3개)만 회로 밖으로 나가 포도당과 설탕의 재료가 된다. 그래서 들어간 탄소 3개가 나간 탄소 3개와 정확히 같다. 재생 단계는 탄소 3개, 4개, 5개, 6개, 7개짜리 당 인산을 서로 주고받는 복잡한 재배열이다.
1.3.3예제 풀이
캘빈 회로가 포도당 한 분자를 만들 만큼의 G3P를 내보내려면 CO₂ 몇 개를 고정해야 하는가? 이때 쓰이는 ATP와 NADPH는 각각 몇 개이며, 루비스코는 몇 번 반응해야 하는가?
포도당은 탄소 6개이므로 G3P 2개가 필요하다. CO₂ 3개마다 G3P 1개가 나가므로 CO₂ 6개를 고정해야 한다.
CO₂ 3개에 ATP 9개, NADPH 6개가 쓰이므로 6개에는 ATP 18개, NADPH 12개가 든다. 루비스코는 CO₂ 하나를 RuBP 하나에 붙일 때마다 한 번 반응하므로 6번 반응한다. 루비스코는 1초에 CO₂를 몇 개밖에 고정하지 못하는 느린 효소라서, 잎은 이 효소를 아주 많이 만든다. 그래서 루비스코는 엽록체 단백질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며, 지구에서 가장 많은 단백질로 꼽힌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캘빈 연구진의 자료로 회로의 순서를 추론하고, 빛이나 CO₂를 끊었을 때 물질의 양이 어떻게 변하는지 예측해 보자.
- 이 실험 장치는 모양 때문에 '롤리팝(막대 사탕)'이라 불렸다. 캘빈은 이 연구로 1961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고, 함께 연구한 벤슨과 배스햄의 이름을 붙여 캘빈–벤슨–배스햄 회로라고도 한다.
방사성 탄소로 표지한 CO₂를 짧은 시간만 주고 반응을 멈추면, 가장 먼저 만들어지는 물질에 방사성이 몰려 반응의 순서를 알 수 있다. 캘빈 회로는 탄소 고정, 환원, 재생의 세 단계로 CO₂ 3개마다 G3P 1개를 내보내며 ATP 9개와 NADPH 6개를 쓴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조류는 몇 초의 표지에서 3-PGA가 첫 산물임을 보여 주었고, 빛과 CO₂를 끊는 실험과 함께 회로 전체를 그리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