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곡선과 완충 용액
본문식초의 아세트산 농도를 재려고 수산화 나트륨 용액으로 적정한다. 지시약으로 메틸 오렌지를 쓰면 당량점보다 훨씬 일찍 색이 바뀌어 엉뚱한 농도가 나온다. 그런데 페놀프탈레인을 쓰면 정확한 값이 나온다. 강산인 염산을 적정할 때는 어느 쪽을 써도 괜찮다. 지시약은 왜 산의 종류에 따라 골라야 할까? 적정하는 동안 pH가 어떻게 변하는지 곡선으로 그려 보면 답이 보인다.
4.6.1적정 곡선의 네 구간
약산을 강염기로 적정하면 pH는 네 구간을 지난다. 처음에는 약산만 있어 pH가 약산의 이온화로 정해진다. 염기를 넣기 시작하면 약산 HA와 그 짝염기 A⁻가 함께 있는 완충 구간이 되어 pH가 천천히 오른다. 산과 염기의 몰수가 같아지는 당량점에서는 A⁻만 남아, A⁻의 가수 분해 때문에 pH가 7보다 높다. 당량점을 지나면 넘친 OH⁻가 pH를 정한다. 당량점 근처에서 pH가 몇 단위나 갑자기 뛰는 구간에 지시약의 변색 범위가 들어가야 정확한 종말점을 얻는다.
약산과 그 짝염기가 함께 있는 용액에서 \[\text{pH} = \text{p}K_a + \log\frac{[\text{A}^-]}{[\text{HA}]}\]이다. 반중화점에서는 [A⁻] = [HA]이므로 pH = pKa이다. 이 용액은 산이 들어오면 A⁻가, 염기가 들어오면 HA가 받아 pH 변화를 줄이는 완충 용액이다.
그림 1에서 pKa와 부피를 바꾸어 보자. 아세트산(pKa 4.7)을 적정하면 처음 pH 2.9에서 시작해, 12.5 mL의 반중화점에서 pH 4.7을 지나고, 25 mL의 당량점에서 약 8.7이 된다. 급변 구간은 대략 pH 7.5~10이다. 메틸 오렌지는 pH 3.1~4.4에서 색이 바뀌므로 완충 구간 초반에 이미 변색해 버린다. 페놀프탈레인은 pH 8.2~10에서 변하므로 급변 구간과 맞는다. pKa를 2로 낮추어 강산에 가깝게 하면 급변 구간이 pH 3~10으로 넓어져 두 지시약 모두 쓸 수 있다.1
4.6.2완충 용액
완충 구간의 용액은 산이나 염기를 조금 넣어도 pH가 거의 변하지 않는다. 우리 피는 탄산과 탄산수소 이온이 완충 용액을 이루어 pH를 7.35~7.45로 지킨다. 완충 능력은 약산과 짝염기의 농도가 클수록, 두 농도가 비슷할수록 크다. 그래서 원하는 pH와 pKa가 가까운 약산을 골라 완충 용액을 만든다. pH 4.7 근처에는 아세트산, pH 7 근처에는 인산 이수소 이온, pH 9 근처에는 암모늄 이온을 쓴다.
4.6.3예제 풀이
0.100 M 아세트산(pKa 4.74) 25.0 mL를 0.100 M 수산화 나트륨으로 적정한다. NaOH 10.0 mL를 넣었을 때와 당량점(25.0 mL)에서의 pH를 구하여라. 아세트산 이온의 Kb = 5.6 × 10⁻¹⁰이다.
10.0 mL를 넣으면 OH⁻ 1.00 mmol이 아세트산 2.50 mmol 가운데 1.00 mmol을 중화하여, CH₃COOH 1.50 mmol과 CH₃COO⁻ 1.00 mmol이 남는다. 헨더슨–하셀바흐 식에서 \(\text{pH} = 4.74 + \log\dfrac{1.00}{1.50} \approx 4.74 - 0.18 = 4.56\)이다. 부피는 두 농도에 똑같이 들어가므로 몰수의 비만 쓰면 된다.
당량점에서는 CH₃COO⁻ 2.50 mmol이 50.0 mL에 녹아 0.0500 M이다. 가수 분해로 \([\text{OH}^-] \approx \sqrt{5.6 \times 10^{-10} \times 0.0500} \approx 5.3 \times 10^{-6}\) M이므로 pOH ≈ 5.28, pH ≈ 8.72이다. 즉 약산의 당량점은 염기성 쪽에 있다. 그래서 식초를 적정할 때는 pH 8.2~10에서 변하는 페놀프탈레인을 쓴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적정 곡선을 직접 그려 당량점과 반중화점을 찾고, 완충 용액에 산과 염기를 넣어 pH 변화를 비교해 보자.
- 지시약 자신도 약산이다. 지시약 HIn과 그 짝염기 In⁻의 색이 다르며, 변색은 대략 pH가 지시약의 pKa ± 1인 범위에서 일어난다. 페놀프탈레인의 pKa는 약 9.3이다.
약산을 강염기로 적정하면 pH는 완충 구간을 천천히 오르다가 당량점 근처에서 급하게 뛰며, 반중화점의 pH는 pKa와 같고 당량점의 pH는 짝염기의 가수 분해로 7보다 높다. 약산과 짝염기가 함께 있는 완충 용액은 산과 염기를 넣어도 pH 변화를 줄인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식초는 당량점이 pH 약 8.7이라, 그 근처에서 변색하는 페놀프탈레인을 써야 정확한 종말점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