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 시대와 고생물·고환경
본문야외에서 어떤 지층을 조사하다가 삼엽충 화석을 찾았다. 이 삼엽충 종은 약 1억 2600만 년 동안 살았으므로, 지층의 나이도 그 긴 범위 안의 어딘가라는 것밖에 알 수 없다. 그런데 같은 지층에서 완족류와 산호 화석이 함께 나오자 나이의 범위가 2000만 년 남짓으로 확 줄어들었다. 화석이 늘수록 왜 시대가 좁혀질까? 그리고 화석과 지층의 모양으로 그때 그곳이 바다였는지 호숫가였는지는 어떻게 알까?
1.9.1생존 범위의 겹침
생물의 종은 어느 때 나타나 어느 때 사라진다. 그 사이의 기간을 그 종의 생존 범위라 한다. 어떤 지층에서 한 종의 화석이 나오면, 그 지층은 그 종의 생존 범위 안의 어느 때 쌓였다. 여러 종의 화석이 함께 나오면, 그 지층은 모든 종이 함께 살던 때에 쌓였어야 한다. 따라서 지층의 시대는 각 종의 생존 범위가 모두 겹치는 구간으로 좁혀진다. 생존 범위가 짧고 넓은 지역에 퍼져 살았던 종은 시대를 좁게 정해 주므로, 지층 대비에 쓰는 표준 화석으로 알맞다.
함께 나온 화석 종들의 생존 범위가 \([a_1, b_1], [a_2, b_2], \dots\)(\(a\)가 처음 나타난 때, \(b\)가 사라진 때)이면, 지층의 시대는 가장 늦게 나타난 종의 출현 시기와 가장 먼저 사라진 종의 멸종 시기 사이이다. 화석을 하나 더 찾을 때마다 이 구간은 같거나 좁아진다.
그림 1에서 화석의 수를 바꾸어 보자. 삼엽충 A종만 나오면 4억 8500만~3억 5900만 년 전으로 폭이 1억 2600만 년이다. 완족류 B종이 함께 나오면 B종이 4억 2000만 년 전에 나타났으므로 4억 2000만~3억 5900만 년 전으로 줄어든다. 산호 C종까지 나오면 3억 8000만~3억 5900만 년 전으로 폭이 2100만 년이 된다. 즉 화석 하나하나는 넓은 범위만 주지만, 여러 화석의 겹침은 훨씬 정확한 시계가 된다.1
1.9.2화석과 퇴적 구조로 읽는 옛 환경
화석은 시대뿐 아니라 환경도 알려 준다. 산호는 따뜻하고 얕고 맑은 바다에서만 살므로, 산호 화석이 나오면 그곳이 열대의 얕은 바다였다. 이렇게 환경을 알려 주는 화석을 시상 화석이라 한다. 퇴적 구조도 단서가 된다. 물결이 일렁인 흔적인 물결 자국은 얕은 물을, 진흙이 말라 갈라진 건열은 물이 드나들며 마르던 호숫가나 갯벌을, 빗방울 자국은 공기 중에 드러났던 땅을 말해 준다. 사층리의 기울기 방향은 옛 물이나 바람이 흐른 방향을 알려 준다. 우리나라 경상도의 공룡 발자국 지층에는 건열과 빗방울 자국이 많아, 그곳이 마르고 젖기를 되풀이하던 호숫가였음을 보여 준다.
1.9.3예제 풀이
한 지층에서 생존 범위가 4억 4000만~4억 1000만 년 전인 필석, 4억 3000만~3억 9000만 년 전인 완족류, 4억 5000만~4억 2000만 년 전인 산호가 함께 나왔다. 이 지층의 시대를 구하여라. 아래 지층에서 4억 1500만 년 전으로 측정된 화산재층이 발견되었다면 시대는 어떻게 더 좁혀지는가?
가장 늦게 나타난 것은 완족류(4억 3000만 년 전),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은 산호(4억 2000만 년 전)이다. 따라서 지층의 시대는 4억 3000만~4억 2000만 년 전으로 폭이 1000만 년이다.
그런데 이 지층 아래의 화산재층이 4억 1500만 년 전에 쌓였다면, 위의 지층은 그보다 젊어야 한다. 이는 화석으로 정한 4억 2000만 년 전보다 늦으므로 모순이다. 화석의 생존 범위 자료가 틀렸거나, 화산재층과 이 지층 사이에 단층이나 역전이 있을 수 있다. 즉 화석과 절대 연령을 함께 쓰면 서로를 검증할 수 있다. 그래서 지질학자는 한 가지 증거보다 여러 증거가 맞아떨어지는지를 확인한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화석의 생존 범위를 겹쳐 지층의 시대를 좁히고, 화석과 퇴적 구조로 옛 환경을 복원해 보자.
- 지질 시대의 경계는 대부분 화석의 큰 변화로 정했다. 고생대와 중생대의 경계인 약 2억 5200만 년 전에는 바다 생물 종의 90% 넘게가 사라진 가장 큰 대멸종이 일어났다.
한 화석 종은 그 생존 범위만큼의 넓은 시대만 알려 주지만, 여러 종이 함께 나오면 모든 생존 범위가 겹치는 구간으로 지층의 시대가 좁혀진다. 그리고 시상 화석과 물결 자국, 건열, 사층리 같은 퇴적 구조는 지층이 쌓일 때의 환경을 알려 준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지층은 세 화석의 생존 범위가 겹치는 2000만 년 남짓한 구간으로 시대가 좁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