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 시대와 생물다양성
본문지구가 생긴 지 약 46억 년이 지났다. 그런데 사람이 기록을 남긴 역사는 고작 5천 년 남짓이다. 아무도 보지 못한 그 긴 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알 수 있고, 그 시간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까?
1.1.1지층과 화석이 남긴 기록
강이나 바다 바닥에 쌓인 퇴적물은 시간이 지나 지층이 된다. 지층이 뒤집히지 않았다면 아래에 있는 층이 먼저 쌓인 것이다. 이것을 지층 누중의 법칙이라 한다. 지층 속에는 그때 살던 생물의 몸이나 흔적이 화석으로 남는다. 따라서 지층을 아래에서 위로 읽으면 생물이 어떤 순서로 나타나고 사라졌는지 알 수 있다.
멀리 떨어진 두 지역의 지층이 같은 시기의 것인지 알아보려면 특별한 화석이 필요하다. 짧은 기간 동안 넓은 지역에 살았던 생물의 화석은 그 시기를 가리키는 표지가 되는데, 이것을 표준 화석이라 한다. 삼엽충은 고생대, 암모나이트는 중생대를 가리키는 대표적인 표준 화석이다. 반면 고사리처럼 특정한 환경에서만 사는 생물의 화석은 당시 환경을 알려 주며, 이것을 시상 화석이라 한다.
1.1.2지질 시대의 구분
지구의 역사를 생물의 큰 변화를 기준으로 나눈 것을 지질 시대라 한다. 화석이 드문 선캄브리아 시대가 전체의 약 88%를 차지하고, 그 뒤로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가 이어진다. 각 시대의 경계는 생물이 크게 바뀐 때, 특히 대멸종이 일어난 때와 겹친다.
| 시대 | 시기(약, 년 전) | 주요 생물 |
|---|---|---|
| 선캄브리아 시대 | 46억~5.4억 | 세균, 남세균(스트로마톨라이트), 말기의 에디아카라 생물군 |
| 고생대 | 5.4억~2.5억 | 삼엽충, 어류, 양서류, 양치식물 |
| 중생대 | 2.5억~6600만 | 공룡, 암모나이트, 겉씨식물 |
| 신생대 | 6600만~현재 | 포유류, 속씨식물, 인류 |
그림 1의 시계에서 사건을 하나씩 골라 보자. 지구가 생긴 시각을 자정으로 두면, 최초의 생명은 새벽 4시 무렵, 산소가 대기에 쌓이기 시작한 것은 오전 11시 무렵이다. 눈에 보이는 큰 생물이 바다에 퍼진 캄브리아기는 밤 9시가 넘어서야 시작되고, 공룡은 밤 10시 48분쯤 나타나 11시 39분쯤 사라진다.
1.1.3대멸종과 생물다양성
고생대 말에는 바다 생물 종의 약 90% 이상이 사라졌고, 중생대 말에는 공룡을 포함한 종의 약 75%가 사라졌다.1 그런데 대멸종은 끝만이 아니라 시작이기도 했다. 공룡이 사라진 뒤 빈자리에서 포유류가 빠르게 다양해졌고, 그 가운데에서 결국 사람이 나왔다. 오늘날의 생물다양성은 이렇게 수없는 멸종과 새 종의 출현이 쌓인 결과이다.
1.1.4예제 풀이
46억 년을 하루 24시간으로 줄일 때, 중생대가 끝난 6600만 년 전은 몇 시 몇 분인가? 현생 인류가 나타난 약 30만 년 전은 자정 몇 초 전인가?
하루는 86 400초이므로 1초는 \(\dfrac{4.6 \times 10^9}{86\,400} \approx 5.3 \times 10^4\)년, 곧 약 5만 3천 년에 해당한다. 6600만 년은 \(\dfrac{6.6 \times 10^7}{5.3 \times 10^4} \approx 1240\)초, 곧 약 21분이다. 따라서 중생대가 끝난 것은 자정 21분 전, 밤 11시 39분쯤이다.
30만 년은 \(\dfrac{3 \times 10^5}{5.3 \times 10^4} \approx 5.6\)초이다. 즉 현생 인류는 하루가 끝나기 약 6초 전에 나타났다. 기록된 역사 5천 년은 0.1초도 되지 않는다.
이 계산은 사람의 시간 감각으로는 지질 시대를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래서 지질학자는 지층과 화석, 그리고 방사성 원소의 붕괴로 잰 암석의 나이를 함께 써서 이 긴 시간을 읽는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표준 화석으로 지층을 맞추어 보고, 대멸종 전후의 변화를 직접 확인해 보자.
- 중생대 말 대멸종은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칙술루브 충돌구를 남긴 소행성 충돌이 주된 원인으로 여겨지며, 같은 시기 인도 데칸 고원의 대규모 화산 활동도 영향을 주었다는 견해가 있다.
지층은 쌓인 순서를, 화석은 그때의 생물과 환경을 기록하므로, 표준 화석과 지층의 순서로 지구의 역사를 읽고 생물의 큰 변화를 기준으로 선캄브리아 시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나눈다. 대멸종은 시대의 경계가 되었고, 그 뒤마다 살아남은 생물이 다시 다양해졌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46억 년은 아무도 보지 못했지만 암석에 남은 기록으로 읽어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