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와 해일
본문2003년 태풍 매미가 남해안에 닿았을 때, 마산만의 해수면이 평소보다 2 m 넘게 높아져 바닷물이 시내로 밀려들었다. 큰 파도가 친 것과는 다르다. 파도는 몇 초마다 오르내리지만, 이때는 바다 전체가 몇 시간 동안 높아졌다. 이런 폭풍 해일은 무엇이 만들까? 태풍의 낮은 기압과 강한 바람은 각각 해수면을 얼마나 들어 올리고, 어떤 바다에서 해일이 특히 커질까?
2.7.1해파의 속도
바람이 만드는 물결은 파장에 비해 수심이 깊은 먼바다에서 심해파로 나아간다. 심해파의 속도는 파장의 제곱근에 비례하여 \(\sqrt{g\lambda/2\pi}\)이고, 물 입자는 원을 그리며 깊이 반 파장 아래로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파가 해안으로 다가와 수심이 파장의 20분의 1보다 얕아지면 천해파가 되어, 속도가 \(\sqrt{gh}\)로 수심만으로 정해진다. 지진 해일이나 폭풍 해일처럼 파장이 수백 km인 파는 대양에서도 천해파이다. 수심 4000 m에서 \(\sqrt{9.8 \times 4000} \approx 200\) m/s, 곧 제트기만큼 빠르다.
기압이 1 hPa 낮아지면 해수면은 약 1 cm 높아진다(역기압 효과). 바다 쪽에서 해안으로 부는 바람의 응력 \(\tau\)가 폭 \(L\), 수심 \(h\)인 대륙붕에 작용하면, 바닷물이 쌓인 경사가 바람과 균형을 이루어 해안의 해수면이 대략 \[\eta \approx \frac{\tau L}{\rho g h}\]만큼 높아진다. 바람 응력은 바람 속력의 제곱에 비례한다.
그림 1에서 세 값을 바꾸어 보자. 중심 기압이 주변보다 50 hPa 낮은 태풍은 해수면을 약 50 cm 들어 올린다. 바람 35 m/s가 수심 30 m의 대륙붕에 불면 바닷물이 쌓여 1 m 넘게 높아진다. 같은 바람이라도 수심 100 m의 바다에서는 그 3분의 1 남짓으로 줄어든다. 그래서 수심이 얕고 넓은 대륙붕과 깔때기 모양의 만에서 해일이 특히 커진다. 우리나라 남해안과 서해안이 그런 곳이다.1
2.7.2해일이 위험해지는 조건
폭풍 해일의 피해는 해일 자체의 높이와 함께, 그때의 조석과 파도가 겹쳐 정해진다. 해일이 만조와 겹치면 해수면이 가장 높아지고, 그 위에 태풍의 큰 파도가 얹혀 방파제를 넘는다. 2003년 매미는 마산만에 만조 무렵에 닿아 피해가 컸다. 그리고 태풍의 진행 방향 오른쪽은 태풍의 회전 바람과 이동 속도가 더해져 바람이 가장 세므로, 해안의 오른쪽에서 해일이 더 높다. 그래서 해일 예보는 태풍의 기압과 경로, 바람, 해안의 수심, 조석 시각을 함께 계산한다.
2.7.3예제 풀이
중심 기압이 주변보다 50 hPa 낮은 태풍이 폭 100 km, 수심 30 m인 대륙붕에 바다 쪽 바람 30 m/s를 불어 준다. 바람 응력은 \(\tau = 1.2 \times 0.0025 \times U^2\) N/m²로 어림한다. 해일의 높이를 구하여라. 조차가 3 m인 해안에 만조 때 닿으면 해수면은 평균 해수면보다 얼마나 높아지는가?
역기압 효과는 약 50 cm이다. 바람 응력은 \(\tau = 1.2 \times 0.0025 \times 900 = 2.7\) N/m²이므로 바람에 의한 쌓임은 \(\eta \approx \dfrac{2.7 \times 10^5}{1025 \times 9.8 \times 30} \approx 0.90\) m이다. 해일은 모두 약 1.4 m이다.
만조 때는 해수면이 평균보다 조차의 절반인 1.5 m 높으므로, 해일이 더해지면 평균 해수면보다 약 2.9 m 높아진다. 같은 태풍이 간조 때 왔다면 \(1.4 - 1.5 \approx -0.1\) m로 평소 만조보다도 낮았다. 즉 해일의 위험은 태풍의 세기만큼 도착 시각에 달려 있다. 그래서 해일 예보는 조석표와 함께 내고, 저지대 주민은 만조 시각에 맞춰 대피한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심해파와 천해파의 속도를 비교하고, 지진 해일과 폭풍 해일의 높이를 계산해 보자.
-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미국 멕시코만 연안에 약 8 m의 폭풍 해일을 일으켰다. 그 지역은 넓고 얕은 대륙붕이 이어져 있어 바람의 효과가 아주 컸다.
폭풍 해일은 태풍의 낮은 기압이 해수면을 빨아올리는 효과(1 hPa에 약 1 cm)와, 바람이 바닷물을 해안으로 밀어 쌓는 효과가 겹쳐 생기며, 바람의 효과는 수심이 얕고 대륙붕이 넓을수록 크다. 해일은 파장이 아주 길어 천해파로 움직이고, 만조와 큰 파도가 겹치면 피해가 커진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태풍은 낮은 기압과 얕은 바다 위의 강한 바람으로 해수면을 1~2 m 넘게 들어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