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은하와 활동 은하핵
본문퀘이사는 수십억 광년 떨어져 있는데도 별처럼 또렷하게 보이는 천체이다. 그 밝기는 우리은하 전체의 수백 배에 이른다. 그런데 퀘이사의 밝기는 며칠 만에 눈에 띄게 오르내린다. 은하처럼 수만 광년 크기의 천체라면 이렇게 빨리 밝기가 변할 수 없다. 밝기가 변하는 시간에서 빛을 내는 곳의 크기를 어떻게 알아낼까? 그리고 그 작은 곳에서 그렇게 큰 에너지를 내는 것은 무엇일까?
3.9.1변광 시간이 알려 주는 크기
지름이 \(D\)인 천체가 한꺼번에 밝아져도, 지구에서는 가까운 쪽의 빛이 먼저 오고 먼 쪽의 빛이 \(D/c\)만큼 늦게 온다. 그래서 그 천체의 밝기 변화는 적어도 \(D/c\)의 시간에 걸쳐 흐려져 보인다. 거꾸로 밝기가 \(\Delta t\) 만에 크게 변한다면, 빛을 내는 영역은 \(c\Delta t\)보다 작아야 한다. 퀘이사의 밝기가 하루 만에 변한다면 그 영역은 빛이 하루에 가는 거리, 곧 약 170 AU보다 작다. 태양계 크기 정도의 영역에서 은하 수백 개만큼의 빛이 나오는 셈이다.
밝기가 \(\Delta t\) 만에 변하는 천체의 크기는 \(R \lesssim c\Delta t\)이다. 질량 \(M\)인 천체로 떨어지는 물질이 내는 빛의 압력이 중력을 넘으면 물질이 날려 가므로, 광도에는 상한 \[L_E \approx 1.26 \times 10^{31}\left(\frac{M}{M_\odot}\right)\ \text{W}\]이 있다. 이를 에딩턴 광도라 한다. 질량 \(M\)인 블랙홀의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은 \(R_S = 2GM/c^2\)이다.
그림 1에서 두 값을 바꾸어 보자. 밝기가 약 하루 만에 변하면 영역은 약 170 AU보다 작다. 질량이 태양의 1억 배인 블랙홀의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은 약 2 AU로 그 안에 충분히 들어간다. 그리고 이 블랙홀의 에딩턴 광도는 태양의 약 3조 배로, 우리은하 전체(태양의 약 100억 배)의 수백 배이다. 그래서 퀘이사의 빛은 은하 중심의 거대한 블랙홀로 물질이 소용돌이치며 떨어질 때 나오는 것으로 설명된다. 떨어지는 물질의 정지 에너지 가운데 10%쯤이 빛으로 바뀌어, 핵융합보다 열 배 넘게 효율적이다.1
3.9.2은하의 다양성과 충돌
외부 은하는 모양에 따라 타원 은하, 나선 은하, 막대 나선 은하, 불규칙 은하로 나뉜다. 그런데 모양이 같아도 크기와 질량은 수천 배씩 다르다. 그리고 회전 속력이나 은하단 속 은하들의 움직임으로 잰 질량은 별빛으로 어림한 질량보다 훨씬 커서, 대부분의 은하가 암흑 물질에 둘러싸여 있음을 알려 준다. 은하들은 서로 가까이 지나가며 중력으로 별을 끌어내 긴 꼬리를 남기고, 결국 하나로 합쳐지기도 한다. 합쳐질 때 기체가 중심으로 쏟아져 들어가면 블랙홀이 활발하게 물질을 삼켜 활동 은하핵이 된다. 우리은하도 약 45억 년 뒤 안드로메다은하와 합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3.9.3예제 풀이
어떤 퀘이사의 광도는 태양의 \(10^{12}\)배이다. 이 광도가 에딩턴 광도를 넘지 않으려면 중심 블랙홀의 질량은 적어도 얼마여야 하는가? 이 퀘이사가 광도를 정지 에너지의 10% 효율로 낸다면, 1년에 몇 태양 질량의 물질을 삼켜야 하는가? 태양의 광도는 \(3.8 \times 10^{26}\) W, 질량은 \(2.0 \times 10^{30}\) kg이다.
광도는 \(3.8 \times 10^{38}\) W이다. 에딩턴 광도의 식에서 \(M \ge 3.8 \times 10^{38} \div 1.26 \times 10^{31} \approx 3 \times 10^7\) 태양 질량이다. 적어도 태양의 3000만 배인 블랙홀이 필요하다.
1년 동안 내는 에너지는 \(3.8 \times 10^{38} \times 3.16 \times 10^7 \approx 1.2 \times 10^{46}\) J이다. 효율 10%이면 \(mc^2 = 1.2 \times 10^{47}\) J이어야 하므로 \(m = 1.2 \times 10^{47} \div 9 \times 10^{16} \approx 1.3 \times 10^{30}\) kg, 곧 약 0.7 태양 질량이다. 즉 1년에 태양 하나에 못 미치는 물질만 삼켜도 은하 수백 개만큼 빛날 수 있다. 그래서 거대한 블랙홀로 떨어지는 물질은 우주에서 가장 효율 좋은 발전소이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외부 은하를 모양으로 분류하고, 활동 은하핵과 은하의 충돌이 남긴 흔적을 살펴보자.
- 2019년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은 처녀자리의 은하 M87 중심에서 태양 질량의 약 65억 배인 블랙홀의 그림자를 처음 찍었다. 그 그림자의 지름은 태양계보다 크다.
밝기가 빨리 변하는 천체는 빛이 그 시간 동안 건너는 거리보다 작아야 하므로, 며칠 만에 변하는 퀘이사의 빛은 태양계만 한 영역에서 나온다. 그 작은 영역에서 은하 수백 개만큼의 에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은 물질이 떨어지는 거대한 블랙홀뿐이며, 에딩턴 광도가 그 질량의 하한을 알려 준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밝은 빛은 은하 중심의 거대한 블랙홀로 떨어지는 물질이 태양계만 한 곳에서 내는 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