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 운동과 각운동량 보존
본문같은 질량, 같은 반지름의 속이 찬 공과 얇은 고리를 같은 높이의 빗면 꼭대기에서 동시에 놓는다. 둘 다 미끄러지지 않고 구른다. 질량도 반지름도 같으니 함께 도착할 것 같지만, 공이 언제나 먼저 바닥에 닿는다. 마찰이 없는 얼음 위에서 미끄러져 내려가는 상자는 그보다 더 빠르다. 같은 높이에서 출발했는데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까? 그리고 피겨 선수가 팔을 오므리면 왜 빨리 돌까?
1.3.1회전 관성과 회전 운동 에너지
회전하는 물체의 각 부분은 축에서의 거리 \(r\)에 각속도 \(\omega\)를 곱한 속력 \(r\omega\)로 움직인다. 그래서 회전 운동 에너지는 각 부분의 \(\dfrac{1}{2}m_i r_i^2 \omega^2\)을 모두 더한 \(\dfrac{1}{2}I\omega^2\)이다. 여기서 \(I = \sum m_i r_i^2\)을 회전 관성이라 하며, 직선 운동의 질량과 같은 구실을 한다. 같은 질량이라도 축에서 멀리 퍼져 있을수록 회전 관성이 크다. 질량이 \(m\), 반지름이 \(r\)인 물체의 회전 관성을 \(\beta m r^2\)으로 쓰면, 고리는 \(\beta = 1\), 속이 찬 원기둥은 \(\beta = 1/2\), 속이 찬 공은 \(\beta = 2/5\)이다.
미끄러지지 않고 구르면 \(v = r\omega\)이므로 전체 운동 에너지는 \[\frac{1}{2}mv^2 + \frac{1}{2}\beta m r^2 \omega^2 = \frac{1}{2}(1 + \beta)\,mv^2\]이다. 높이 \(h\)를 내려온 뒤의 속력은 \(v = \sqrt{\dfrac{2gh}{1 + \beta}}\)로 질량과 반지름에 관계없다.
그림 1에서 \(\beta\)를 바꾸어 보자. 미끄러지는 상자는 \(\beta = 0\)이라 위치 에너지가 모두 직선 운동으로 가서 4.43 m/s에 이른다. 속이 찬 공은 위치 에너지의 \(0.4 \div 1.4 \approx 29\)%를 회전에 쓰므로 3.74 m/s, 고리는 절반을 회전에 쓰므로 3.13 m/s이다. 그래서 질량과 반지름이 같아도, 질량이 축에서 얼마나 멀리 퍼져 있느냐가 도착 순서를 정한다.1
1.3.2각운동량 보존
직선 운동의 운동량 \(mv\)에 대응하는 회전의 양이 각운동량 \(L = I\omega\)이다. 그리고 힘이 운동량을 바꾸듯 돌림힘이 각운동량을 바꾼다. 따라서 바깥에서 돌림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각운동량은 보존된다. 피겨 선수가 팔을 오므리면 질량이 축에 가까이 모여 회전 관성이 줄고, \(I\omega\)를 일정하게 지키려고 각속도가 커진다. 이때 회전 운동 에너지 \(\dfrac{L^2}{2I}\)은 오히려 늘어나는데, 그 에너지는 선수가 팔을 안으로 당기며 한 일에서 온다.
1.3.3예제 풀이
높이 1 m, 길이 2 m인 빗면에서 속이 찬 공과 속이 빈 공(\(\beta = 2/3\))을 동시에 굴린다. 두 공이 바닥에 닿을 때의 속력과 내려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구하여라.
바닥 속력은 속이 찬 공이 \(\sqrt{2 \times 9.8 \times 1 \div 1.4} \approx 3.74\) m/s, 속이 빈 공이 \(\sqrt{19.6 \div 1.667} \approx 3.43\) m/s이다. 빗면의 기울기는 \(\sin\theta = 1/2\)이므로 빗면 방향의 가속도는 \(\dfrac{g\sin\theta}{1 + \beta}\)로, 각각 \(4.9 \div 1.4 = 3.5\) m/s²와 \(4.9 \div 1.667 \approx 2.94\) m/s²이다.
내려오는 시간은 \(t = \sqrt{2L/a}\)이므로 속이 찬 공이 \(\sqrt{4 \div 3.5} \approx 1.07\) s, 속이 빈 공이 \(\sqrt{4 \div 2.94} \approx 1.17\) s이다. 0.1 s 차이는 눈으로도 충분히 보인다. 그래서 겉모양과 무게가 같은 두 공이라도 굴려 보면 속이 찼는지 비었는지 가릴 수 있다. 날달걀과 삶은 달걀을 돌려 구별하는 것도 회전 관성의 차이를 이용한 방법이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여러 물체를 빗면에서 굴려 도착 순서를 예측해 보고, 회전의자에서 팔을 오므리며 각운동량 보존을 확인해 보자.
- 구르는 물체가 미끄러지지 않으려면 바닥과의 마찰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바닥과 닿은 점은 순간적으로 멈춰 있으므로 이 마찰력은 일을 하지 않아, 역학적 에너지는 보존된다.
구르는 물체는 위치 에너지를 직선 운동과 회전 운동에 나누어 쓰며, 회전에 쓰는 몫은 회전 관성 계수 \(\beta\)가 정한다. 그래서 바닥 속력 \(\sqrt{2gh/(1+\beta)}\)은 질량과 반지름이 아니라 질량이 축에서 퍼진 모양에 따라 달라진다. 처음 질문의 공과 고리는 고리가 위치 에너지의 절반을 회전에 써서 더 느리게 내려오고, 공은 29%만 회전에 써서 먼저 바닥에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