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시나리오와 미래 생태계
본문한라산 꼭대기 부근에는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구상나무 숲이 있다. 그런데 최근 수십 년 동안 구상나무가 말라 죽는 모습이 늘고 있다. 기온이 오르면 추운 곳을 좋아하는 생물은 더 높은 곳이나 더 북쪽으로 옮겨 가야 한다. 그런데 산꼭대기에 사는 생물은 더 올라갈 곳이 없다. 기온 상승은 생물의 서식지를 얼마나 옮기고 줄일까? 그리고 2100년의 생태계는 지금의 선택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까?
2.4.1서식지의 이동
대류권에서는 높이 1 km 올라갈 때마다 기온이 약 6.5 °C 내려간다. 그래서 기온이 2 °C 오르면, 같은 온도의 자리는 약 \(\dfrac{2}{6.5} \times 1000 \approx 300\) m 위로 옮겨 간다. 위도로 보면 같은 온도의 자리가 북쪽으로 수백 km 옮겨 간다. 생물은 씨앗이 퍼지거나 동물이 이동하여 알맞은 곳으로 옮겨 가는데, 기후가 바뀌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생물도 많다.
산은 위로 갈수록 좁아지므로, 서식지가 위로 옮겨 가면 넓이가 줄어든다. 원뿔 모양 산에서 높이 \(h\) 위의 넓이는 \(\left(1 - \dfrac{h}{H}\right)^2\)에 비례하여 줄어든다. 서식지가 꼭대기를 넘어서면 그 생물은 더 갈 곳이 없다.
그림 1에서 기온 상승을 바꾸어 보자. 2 °C 오르면 서식지가 약 300 m 위로 옮겨 가고 넓이는 처음의 절반쯤으로 준다. 4 °C 오르면 꼭대기 바로 아래의 좁은 띠만 남는다. 구상나무처럼 산꼭대기에 사는 고산 식물은 이렇게 '갈 곳 없는' 생물의 대표이다.1
2.4.2시나리오와 미래 생태계
미래의 기후는 사람이 앞으로 온실가스를 얼마나 내보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사회·경제 발전 경로에 따른 여러 시나리오(SSP)를 두고 미래를 예측한다. 배출을 빠르게 줄이는 시나리오에서는 2100년의 상승이 약 1.5~2 °C에 머물지만, 지금처럼 많이 배출하는 시나리오에서는 4 °C를 넘을 수 있다. 같은 생물이라도 어느 길을 고르느냐에 따라 살아남을 서식지의 넓이가 크게 달라진다.
2.4.3예제 풀이
높이 2000 m인 원뿔 모양 산의 1400~1800 m에 사는 고산 식물이 있다. 기온이 1.3 °C 오르면 서식지는 몇 m 위로 옮겨 가는가? 옮겨 간 서식지의 넓이는 처음의 몇 배인가? (기온 감률 6.5 °C/km)
옮겨 가는 높이는 \(\dfrac{1.3}{6.5} \times 1000 = 200\) m이므로 새 서식지는 1600~2000 m, 곧 꼭대기까지이다.
원뿔에서 높이 \(h\) 위의 넓이는 \((1 - \frac{h}{2000})^2\)에 비례한다. 처음 넓이는 \(0.3^2 - 0.1^2 = 0.08\), 옮겨 간 뒤는 \(0.2^2 - 0 = 0.04\)이다. 넓이가 절반으로 줄었고, 기온이 조금만 더 오르면 서식지가 꼭대기를 넘어 사라진다. 즉 고산 생물에게는 1~2 °C의 차이가 살아남느냐 사라지느냐를 가른다. 그래서 고산 생태계는 기후 변화의 영향을 가장 먼저 보여 주는 곳으로 꾸준히 감시된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2100년의 지구가 선택에 따라 얼마나 달라지는지, 생물이 갈 곳이 없을 때 무슨 일이 생기는지, 미래 생태계 보고서를 읽는 방법을 살펴보자.
- 실제 산은 원뿔이 아니고, 꼭대기 근처의 바위와 토양, 바람, 눈 덮임도 생물의 분포를 정한다. 그래서 고산 식물의 미래 예측에는 기온 외에도 여러 요인을 함께 넣은 서식지 모형을 쓴다.
기온이 오르면 같은 온도의 자리가 1 °C에 약 150 m씩 위로, 수백 km씩 북쪽으로 옮겨 가고, 생물의 서식지도 따라 움직인다. 산은 위로 갈수록 좁아 서식지가 줄어들며, 꼭대기를 넘으면 갈 곳이 없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생물은 더 높은 곳과 북쪽으로 옮겨 가지만, 고산 생물은 서식지가 줄다가 사라질 수 있으며, 그 정도는 우리가 고르는 배출 시나리오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