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기 유도와 유전 분극
본문플라스틱 빨대를 휴지로 문지른 뒤 작은 종잇조각에 가까이 대면 종잇조각이 달라붙는다. 종이는 전하를 띠지 않았으므로 쿨롱 법칙대로라면 힘을 받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도 끌려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 현상은 축전기와 터치스크린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1.2.1정전기 유도와 유전 분극
금속 같은 도체에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자유 전자가 있다. 대전체를 가까이 하면 자유 전자가 끌려가거나 밀려나, 도체의 가까운 쪽에는 대전체와 반대 부호의 전하가, 먼 쪽에는 같은 부호의 전하가 모인다. 이를 정전기 유도라 한다.
그런데 종이나 플라스틱 같은 절연체에는 자유 전자가 거의 없다. 대신 원자나 분자 안에서 전자구름이 핵에 대해 조금 치우치거나, 물 분자처럼 원래 한쪽이 음전하를 띤 분자들이 전기장 방향으로 돌아 정렬한다. 이를 유전 분극이라 한다. 전하가 원자 크기만큼만 움직이지만, 표면에 반대 부호의 전하가 드러나는 것은 정전기 유도와 같다.
분극된 물체에서 대전체와 반대 부호의 전하가 더 가까이 있다. 쿨롱 힘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므로 가까운 쪽의 끌림이 먼 쪽의 밀림보다 크다. 따라서 대전체가 양전하이든 음전하이든 중성 물체는 늘 끌려온다.
그림 1에서 거리를 바꾸어 보자. 분극된 두 전하 사이가 0.2 cm일 때, 1 cm 거리에서는 끌림이 밀림의 약 1.4배이다. 5 cm로 멀어지면 두 힘의 차이가 거의 없어 알짜힘은 매우 약해진다. 그래서 대전된 빨대는 아주 가까이 대야 종이를 들어 올린다.
1.2.2유전체와 축전기
축전기는 두 금속판 사이에 전하를 모아 전기 에너지를 저장한다. 판 사이에 유전체를 넣으면 유전체가 분극되어 판의 전하가 만드는 전기장을 일부 상쇄한다. 그러면 같은 전압에서 판에 더 많은 전하를 모을 수 있다. 즉 전기 용량이 유전율 \(\kappa\)배로 커진다. 평행판 축전기의 전기 용량은 \(C = \kappa\varepsilon_0\dfrac{A}{d}\)이다.1
1.2.3예제 풀이
넓이 0.01 m², 간격 1 mm인 평행판 축전기의 전기 용량을 구하여라(\(\varepsilon_0 = 8.85 \times 10^{-12}\) F/m). 판 사이를 유전율 5인 유전체로 채우고 10 V를 걸면 저장되는 전하와 에너지는 얼마인가?
공기일 때 \(C = 8.85 \times 10^{-12} \times \dfrac{0.01}{0.001} = 8.85 \times 10^{-11}\) F, 곧 약 88.5 pF이다. 유전체를 채우면 5배인 약 443 pF이 된다.
저장되는 전하는 \(Q = CV = 4.43 \times 10^{-10} \times 10 = 4.4 \times 10^{-9}\) C이고, 에너지는 \(\dfrac{1}{2}CV^2 = \dfrac{1}{2} \times 4.43 \times 10^{-10} \times 100 \approx 2.2 \times 10^{-8}\) J이다. 유전체 덕분에 같은 크기의 축전기에 5배의 전하와 에너지를 담는다. 그래서 스마트폰 속 작은 축전기들은 유전율이 매우 큰 세라믹을 판 사이에 넣는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중성 물체가 끌려오는 원리와 축전기, 터치스크린이 손가락을 알아채는 방식을 직접 살펴보자.
- 정전식 터치스크린은 화면 아래 촘촘한 전극들이 작은 축전기를 이룬다. 전도체인 손가락이 다가오면 전극 둘레의 전기장이 바뀌어 전기 용량이 달라지고, 그 변화로 손가락의 위치를 찾는다. 장갑을 끼면 반응하지 않는 까닭이다.
도체에서는 자유 전자가 움직이는 정전기 유도가, 절연체에서는 원자와 분자 안의 전하가 치우치는 유전 분극이 일어난다. 어느 쪽이든 대전체 가까이에 반대 부호의 전하가 나타나므로 알짜힘은 끌림이며, 유전체는 축전기의 전기 용량을 키운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종잇조각은 분극되어 가까운 쪽 전하의 끌림이 더 커서 빨대에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