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설계와 재료·기기 준비
본문비료의 효과를 알아보려고 화분 두 개를 준비했다. 한 화분에는 비료를 주고 다른 화분에는 주지 않았다. 4주 뒤 비료를 준 화분의 식물이 1.5 cm 더 컸다. 그런데 비료를 준 화분이 창가 쪽에 있었고, 원래 씨앗도 조금 더 컸다. 이 차이는 비료 때문일까, 빛 때문일까, 씨앗 때문일까?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무엇을 정해 두어야 결과를 믿을 수 있을까?
2.3.1대조, 반복, 무작위 배정
좋은 실험 설계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는 대조이다. 처리만 빼고 모든 것이 같은 대조군을 두어야 처리의 효과를 견줄 수 있다. 둘째는 반복이다. 식물마다 타고난 크기가 달라, 화분 하나씩으로는 그 차이가 처리 때문인지 개체의 차이 때문인지 알 수 없다. 여러 화분에 반복해야 개체의 흩어짐을 평균으로 줄이고 그 크기를 잴 수 있다. 셋째는 무작위 배정이다. 어느 화분에 비료를 줄지를 제비뽑기나 난수로 정하면, 창가 자리나 큰 씨앗 같은 다른 요인이 한쪽에 몰리지 않는다.
개체의 표준 편차가 \(s\)이고 두 모둠에 \(n\)개씩 반복하면, 평균 차의 표준 오차는 \(s\sqrt{2/n}\)이고 95% 범위는 대략 \(\pm 2s\sqrt{2/n}\)이다. 반복을 네 배로 늘리면 불확도는 절반으로 준다.
그림 1에서 화분 수를 바꾸어 보자. 화분 하나씩이면 95% 범위가 ±5.7 cm로, 1.5 cm의 차이는 범위 안에 묻혀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10개씩이면 ±1.8 cm로 여전히 0을 포함한다. 15개씩이면 ±1.46 cm로 범위가 0을 넘지 않아,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반복 횟수는 실험을 하고 나서가 아니라 설계 단계에서, 기대하는 효과와 흩어짐을 어림해 미리 정한다.1
2.3.2재료와 기기 준비, 계획서
설계가 정해지면 필요한 재료와 기기를 목록으로 만들고, 측정 방법을 미리 시험한다. 자로 줄기 길이를 잴 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잴지, 몇 번 재서 평균할지 정해 둔다. 저울과 온도계는 표준과 견주어 보정한다. 그리고 예비 실험으로 처리의 세기, 측정 간격, 실험 기간이 알맞은지 확인한다. 이 모든 내용을 실험 계획서에 적는다. 계획서에는 연구 문제, 가설, 변인, 실험군과 대조군, 반복 수, 배정 방법, 측정 방법, 분석 방법, 안전 수칙이 들어간다. 계획을 미리 적어 두면 실험 도중 마음대로 바꾸는 일을 막을 수 있다.
2.3.3예제 풀이
예비 실험에서 식물 키의 표준 편차가 2 cm였다. 비료가 키를 1.5 cm 늘린다고 기대할 때, 95% 범위가 0을 넘지 않으려면 모둠마다 화분이 몇 개 필요한가? 화분을 창가 쪽 줄과 안쪽 줄에 반씩 놓아야 한다면, 배정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2s\sqrt{2/n} < 1.5\)이어야 하므로 \(4\sqrt{2/n} < 1.5\), \(\sqrt{2/n} < 0.375\), \(2/n < 0.141\), \(n > 14.2\)이다. 따라서 모둠마다 15개, 모두 30개가 필요하다.
창가 쪽과 안쪽은 빛이 달라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각 줄 안에서 화분의 절반을 무작위로 골라 비료를 주면, 두 모둠이 창가와 안쪽에 고르게 나뉜다. 이렇게 조건이 비슷한 묶음 안에서 무작위로 배정하는 것을 구획 설계라 한다. 즉 통제하기 어려운 요인은 없앨 수 없어도, 두 모둠에 똑같이 나누어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 그래서 설계 단계에서 반복 수와 배정 방법을 함께 정해 계획서에 적는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비료 실험의 화분을 나누는 방법을 비교하고, 실험 계획서를 직접 써 보자.
- 대조, 반복, 무작위 배정의 원칙은 1920년대 영국 로담스테드 농업 시험장의 통계학자 피셔가 비료와 품종 실험을 하며 정리했다. 그의 책 「실험 설계」는 지금도 실험 과학의 기본서로 읽힌다.
실험 설계는 처리만 다른 대조군을 두고, 개체의 흩어짐을 줄이도록 반복하며, 다른 요인이 한쪽에 몰리지 않도록 무작위로 배정하는 세 원칙을 따른다. 평균 차의 불확도는 반복 수의 제곱근에 반비례하므로, 기대하는 효과를 가려낼 반복 수를 설계 단계에서 정한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화분 두 개는 반복도 무작위 배정도 없어, 1.5 cm의 차이를 비료 탓으로 돌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