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히호프 법칙
본문손전등에 새 건전지와 다 쓴 건전지를 함께 넣으면 손전등이 금방 어두워진다. 캠핑용 전원에 새 배터리와 낡은 배터리를 나란히 이어도 마찬가지이다. 새 배터리의 에너지가 전등이 아니라 낡은 배터리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회로는 직렬이나 병렬로 묶이지 않아, 저항을 합치는 공식만으로는 전류를 구할 수 없다. 전류가 어디로, 얼마나 흐르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2.5.1두 가지 보존 법칙
복잡한 회로도 두 가지 보존 원리로 풀 수 있다. 첫째, 전하는 회로의 접점에서 생기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한 접점으로 들어오는 전류의 합은 나가는 전류의 합과 같다. 둘째, 정전기적인 전위는 위치만으로 정해지므로, 회로의 닫힌 고리를 한 바퀴 돌아 제자리에 오면 전위의 오르내림의 합이 0이다. 전지를 음극에서 양극으로 지나면 전위가 기전력만큼 오르고, 저항을 전류 방향으로 지나면 \(IR\)만큼 내려간다.
접점 법칙은 \(\sum I_{\text{들어옴}} = \sum I_{\text{나감}}\), 고리 법칙은 닫힌 고리를 따라 \(\sum \varepsilon - \sum IR = 0\)이다. 각 갈래의 전류 방향을 마음대로 정해 식을 세우고 연립하여 풀면, 답이 음수로 나온 전류는 실제로 정한 방향과 반대로 흐른다.
그림 1의 회로에서 부하 양 끝의 전위차를 \(V\)라 하면, 갈래마다 \(I_1 = \dfrac{12 - V}{2}\), \(I_2 = \dfrac{E_2 - V}{4}\), \(I_3 = \dfrac{V}{6}\)이고 접점 법칙 \(I_1 + I_2 = I_3\)을 만족해야 한다. E₂를 바꾸어 보자. 두 전지가 모두 12 V이면 \(V \approx 9.8\) V이고, 내부 저항이 작은 전지 1이 1.09 A, 전지 2가 0.55 A를 보낸다. 그런데 E₂를 9 V 아래로 낮추면 \(I_2\)가 음수가 되어, 전지 1의 전류 일부가 부하 대신 전지 2로 거꾸로 흘러 들어간다.1
2.5.2식을 세우는 순서
키르히호프 법칙으로 회로를 풀 때는 먼저 갈래마다 전류에 이름과 방향을 붙인다. 다음으로 접점마다 접점 법칙을 쓰고, 서로 겹치지 않는 고리마다 고리 법칙을 쓴다. 미지수의 수만큼 독립인 식이 모이면 연립 방정식을 푼다. 전류의 방향은 처음에 틀리게 잡아도 괜찮다. 답의 부호가 실제 방향을 알려 주기 때문이다. 다만 고리를 돌 때 전지와 저항의 부호를 정한 방향에 맞게 일관되게 붙여야 한다.
2.5.3예제 풀이
그림 1의 회로에서 전지 2가 많이 닳아 기전력이 6 V로 떨어졌다. 세 갈래의 전류를 구하고, 전지 1이 내는 전력 가운데 부하에 가는 몫과 전지 2를 충전하는 몫을 비교하여라.
접점 법칙에 갈래 전류를 넣으면 \(\dfrac{12 - V}{2} + \dfrac{6 - V}{4} = \dfrac{V}{6}\)이다. 양변에 12를 곱하면 \(72 - 6V + 18 - 3V = 2V\), 곧 \(V = 90/11 \approx 8.18\) V이다. 따라서 \(I_1 \approx 1.91\) A, \(I_2 \approx -0.55\) A, \(I_3 \approx 1.36\) A이다.
전지 1은 \(12 \times 1.91 \approx 22.9\) W를 낸다. 그 가운데 부하는 \(1.36^2 \times 6 \approx 11.2\) W만 받고, 전지 1의 내부 저항이 \(1.91^2 \times 2 \approx 7.3\) W, 전지 2가 충전과 내부 저항으로 \(8.18 \times 0.55 \approx 4.5\) W를 가져간다. 즉 새 전지가 내는 전력의 절반 가까이가 부하가 아닌 곳에서 사라진다. 그래서 전지를 나란히 이을 때는 기전력과 상태가 같은 전지끼리 이어야 한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전류 방향을 거꾸로 가정해도 같은 답이 나오는지 확인하고, 여러 전원이 얽힌 회로를 키르히호프 법칙으로 풀어 보자.
- 키르히호프는 1845년, 스물한 살의 대학생일 때 이 두 법칙을 발표했다. 그는 뒤에 분젠과 함께 원소마다 고유한 스펙트럼 선을 찾아내, 태양 빛을 분석해 그 속의 원소를 알아내는 분광학의 길도 열었다.
키르히호프 법칙은 접점에서 전하가 보존되고 닫힌 고리를 돌면 전위의 합이 0이라는 두 원리로, 직렬과 병렬로 묶이지 않는 회로의 전류를 모두 구하게 해 준다. 전류 방향은 마음대로 정해도 되고, 음수로 나온 전류는 실제로 반대로 흐른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새 배터리는 기전력이 낮은 낡은 배터리 쪽으로 전류를 거꾸로 흘려 보내 충전하는 데 에너지를 써서 금방 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