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거대 구조
본문우주 배경 복사는 빅뱅 약 38만 년 뒤의 우주가 어느 방향으로나 거의 똑같은 온도였음을 보여 준다. 온도 차이는 10만 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오늘날의 우주에는 은하, 은하단, 그리고 그것들이 이어진 거대한 거미줄 같은 구조가 있다. 거의 고르던 우주에서 어떻게 이렇게 울퉁불퉁한 구조가 자라났을까? 그리고 암흑 물질은 여기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
3.5.1중력으로 자라는 요동
밀도가 주변보다 조금 높은 곳은 중력이 조금 더 세서 주변 물질을 끌어당기고, 그러면 밀도가 더 높아진다. 반대로 밀도가 낮은 곳은 물질을 빼앗겨 더 비어 간다. 이렇게 처음의 작은 밀도 차이는 중력으로 점점 커진다. 우주가 팽창하는 동안 요동의 크기는 대략 우주의 크기에 비례하여 자란다.
보통 물질은 빅뱅 뒤 약 38만 년까지 빛과 강하게 얽혀 있어 뭉치지 못했다. 빛과 상호 작용하지 않는 암흑 물질은 그보다 일찍 뭉치기 시작해 중력의 우물을 만들었고, 빛에서 풀려난 보통 물질이 그 우물로 빨려 들어가 은하가 되었다.
그림 1에서 우주의 크기를 바꾸어 보자. 우주가 지금의 1100분의 1이던 때 보통 물질의 요동은 약 10만 분의 1이다. 그 뒤 우주가 1100배 커지는 동안 요동도 1100배 커지지만 약 0.01에 그쳐 아직 천체가 될 만큼 뭉치지 못한다. 그런데 암흑 물질은 그때 이미 요동이 1000분의 1 정도로 자라 있어, 지금까지 1을 훌쩍 넘는다. 그래서 암흑 물질이 없으면 지금의 은하와 우리 자신이 존재할 수 없다.1
3.5.2우주 거대 구조
컴퓨터로 수십억 개의 입자를 중력으로 움직여 보는 시뮬레이션을 하면, 처음에 거의 고르던 물질이 시간이 지나며 얇은 판과 실을 따라 모이고, 그 교차점에 은하단이 생기며, 사이사이에 큰 빈 공간이 남는다. 이 모습은 적색 편이 탐사로 그린 실제 우주 지도와 매우 닮았다. 은하들이 거미줄처럼 이어진 이 구조를 우주 거대 구조, 또는 우주 그물이라 한다.
3.5.3예제 풀이
우주 배경 복사가 생긴 때(우주 크기가 지금의 1100분의 1)에 보통 물질의 밀도 요동이 \(1 \times 10^{-5}\)이었다. 요동이 우주 크기에 비례하여 자란다면, 지금 요동은 얼마인가? 천체가 생기려면 요동이 1 정도까지 자라야 한다면, 그때 요동이 얼마였어야 하는가?
우주 크기가 1100배 커지므로 요동도 1100배가 되어 \(1 \times 10^{-5} \times 1100 = 0.011\)이다. 1에 한참 모자란다.
지금 1이 되려면 그때 요동이 \(\dfrac{1}{1100} \approx 9 \times 10^{-4}\), 곧 약 1000분의 1이어야 했다. 그런데 우주 배경 복사의 온도 차는 10만 분의 1에 불과하다. 이 100배의 차이를 메워 준 것이 빛과 상호 작용하지 않아 일찍부터 뭉쳐 있던 암흑 물질이다. 즉 우주 배경 복사와 오늘날의 은하 분포를 함께 보면, 보이지 않는 물질이 구조를 키웠다는 결론에 이른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우주에 중심이 있는지, 우주에 대한 생각이 바뀐 증거, 거미줄 구조가 생긴 과정, 은하 너머의 구조를 살펴보자.
- 실제 계산에서는 우주가 물질보다 복사가 많던 초기와 암흑 에너지가 커진 최근에 요동의 성장이 느려진다. 그림 1은 이를 단순화한 모형이다.
밀도가 조금 높은 곳은 중력으로 주변 물질을 모아 요동이 우주의 크기에 비례하여 자라며, 그 결과 은하단, 필라멘트, 보이드로 된 우주 거대 구조가 생겼다. 보통 물질의 요동만으로는 지금의 구조를 만들기에 모자라, 일찍부터 뭉친 암흑 물질이 중력의 우물을 만들었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거미줄 구조는 초기 우주의 작은 요동이 암흑 물질의 도움으로 중력에 의해 자라난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