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과정·TCA 회로와 조절
본문쉬고 있는 근육 세포에는 ATP가 넉넉하다. 그런데 달리기를 시작하면 몇 초 만에 ATP 소비가 수십 배로 뛴다. 세포는 그때마다 포도당을 분해하는 속도를 맞추어, 쉴 때는 포도당을 아끼고 달릴 때는 빠르게 태운다. 열 개 남짓한 효소가 줄지어 일하는 해당 과정에서, 세포는 어느 효소를 어떻게 조절해 흐름을 바꿀까? 그 신호는 무엇일까?
1.5.1관문 효소와 다른 자리 조절
해당 과정의 효소 반응 대부분은 평형에 가까워, 양쪽으로 쉽게 오간다. 그런데 몇몇 반응은 자유 에너지 감소가 커서 거의 한 방향으로만 일어난다. 이런 반응을 맡은 효소가 흐름의 관문이 된다. 해당 과정에서는 세 번째 단계의 PFK가 가장 중요한 관문이다. PFK에는 기질이 붙는 활성 부위 말고도, ATP, AMP, 시트르산 같은 물질이 붙는 다른 자리 조절 부위가 있다. 조절 물질이 붙으면 효소의 모양이 바뀌어 기질과 결합하는 능력이 달라진다.
ATP와 시트르산은 PFK를 억제하고, AMP와 ADP는 PFK를 활성화한다. 다른 자리 조절을 받는 효소는 기질 농도에 따른 속도 곡선이 S자 모양이라, 조절 물질이 곡선을 옆으로 밀면 같은 기질 농도에서 반응 속도가 크게 바뀐다. 해당 과정의 산물인 ATP가 앞쪽 효소를 억제하는 것을 되먹임 억제라 한다.
그림 1에서 ATP 농도를 바꾸어 보자. 과당 6-인산이 1 mM일 때, ATP가 1 mM이면 PFK는 최대 속도의 약 60%로 일한다. ATP가 3 mM으로 쌓이면 약 14%로 떨어진다. 그래서 세포에 ATP가 넉넉하면 포도당 분해가 저절로 느려지고, 남는 포도당은 글리코젠으로 저장된다. 반대로 ATP가 소비되어 AMP가 늘면 PFK가 활성화되어 해당 과정이 빨라진다.1
1.5.2교차로로서의 대사 경로
해당 과정과 TCA 회로는 에너지만 만드는 길이 아니다. 해당 과정의 중간 산물인 다이하이드록시아세톤 인산은 지방의 글리세롤이 되고, 3-포스포글리세르산은 세린 같은 아미노산이 되며, 포도당 6-인산은 핵산의 리보스가 된다. TCA 회로의 시트르산은 지방산 합성에, α-케토글루타르산과 옥살아세트산은 아미노산 합성에 쓰인다. 그래서 세포는 관문 효소를 조절해 에너지를 얼마나 만들지와 재료를 얼마나 만들지를 함께 정한다. 시트르산이 PFK를 억제하는 것도, TCA 회로가 충분히 돌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1.5.3예제 풀이
근육 세포에서 ATP는 5 mM, AMP는 0.05 mM으로 유지된다. 운동으로 ATP의 10%가 ADP로 바뀌고, 아데닐산 인산화 효소가 2ADP ⇌ ATP + AMP의 평형(평형 상수 약 1)을 유지한다면 AMP는 몇 배가 되는가? ADP는 처음 0.5 mM이었다. 이 계산이 PFK 조절에 주는 뜻을 설명하여라.
ATP 0.5 mM이 ADP로 바뀌면 ATP는 4.5 mM, ADP는 1.0 mM 근처가 된다. 평형 \([\text{ATP}][\text{AMP}] = [\text{ADP}]^2\)에서 \([\text{AMP}] \approx 1.0^2 \div 4.5 \approx 0.22\) mM이다. 처음 \(0.5^2 \div 5 = 0.05\) mM과 견주면 약 4.4배로 늘었다.
ATP는 10%만 줄었지만 AMP는 네 배 넘게 늘었다. 즉 AMP는 에너지가 모자라기 시작했다는 것을 크게 확대해 알리는 민감한 신호이다. 그래서 PFK는 ATP보다 AMP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했다. 세포는 작은 ATP 변화를 AMP의 큰 변화로 바꾸어, 해당 과정의 관문을 빠르고 크게 연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해당 과정과 TCA 회로의 중간 산물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따라가고, 관문 효소의 조절로 대사의 흐름을 예측해 보자.
- 1860년대 파스퇴르는 효모에 산소를 주면 포도당 소비가 크게 준다는 것을 관찰했다. 산소 호흡으로 ATP가 많이 만들어지면 PFK가 억제되기 때문이며, 이를 파스퇴르 효과라 한다.
대사 경로의 흐름은 자유 에너지 감소가 큰 관문 반응의 효소가 정하며, 해당 과정의 관문인 PFK는 ATP와 시트르산에 억제되고 AMP에 활성화되는 다른 자리 조절을 받는다. 그리고 해당 과정과 TCA 회로의 중간 산물은 지방, 아미노산, 핵산 합성으로 이어지는 교차로이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세포는 ATP가 넉넉하면 ATP가 PFK에 붙어 효소를 느리게 만들어, 포도당 분해를 스스로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