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화수소의 이성질체
본문휘발유 성분 가운데 하나인 C₅H₁₂는 분자식이 하나인데, 실험실에서 순수하게 분리하면 끓는점이 36 °C, 28 °C, 9.5 °C인 세 물질이 나온다. 원자의 종류와 수가 똑같은데 왜 성질이 다를까? 그리고 탄소가 하나씩 늘어날 때 이런 물질의 가짓수는 어떻게 늘어날까? 같은 원자로 서로 다른 분자를 짓는 방법이 얼마나 많은지 세어 보면, 탄소 화합물이 왜 그토록 다양한지 알 수 있다.
1.6.1구조 이성질체
분자식은 같지만 원자가 연결된 순서가 다른 분자를 구조 이성질체라 한다. C₄H₁₀은 탄소 넷이 한 줄로 이어진 뷰테인과, 가운데 탄소에 탄소 하나가 가지로 붙은 2-메틸프로페인 두 가지가 있다. C₅H₁₂는 곧은 사슬의 펜테인, 가지 하나인 2-메틸뷰테인, 가지 둘이 한 탄소에 붙은 2,2-다이메틸프로페인 세 가지이다. 구조 이성질체는 서로 다른 물질이라 끓는점, 녹는점, 반응성이 다르다.
분자 사이의 분산력은 분자끼리 닿는 면이 넓을수록 크다. 곧은 사슬 분자는 길쭉하여 서로 넓게 닿지만, 가지가 많은 분자는 공처럼 둥글어 닿는 면이 좁다. 그래서 같은 분자식의 알케인은 가지가 많을수록 끓는점이 낮다.
그림 1에서 탄소 수를 바꾸어 보자. 탄소가 다섯이면 세 가지, 여섯이면 다섯 가지, 열이면 일흔다섯 가지이다. 탄소가 하나 늘 때마다 가지를 칠 수 있는 자리가 늘어나 가짓수가 거의 두 배씩 불어난다. 탄소 스물이면 36만 가지가 넘는다. 여기에 이중 결합, 고리, 다른 원자까지 더하면 탄소 화합물의 가짓수는 사실상 끝이 없다.1
1.6.2입체 이성질체
원자가 연결된 순서는 같지만 공간에서의 배치가 다른 이성질체도 있다. 이를 입체 이성질체라 한다. 2-뷰텐(CH₃CH=CHCH₃)은 이중 결합이 회전하지 못하므로, 두 메틸기가 같은 쪽에 있는 시스형과 반대쪽에 있는 트랜스형이 따로 존재한다. 시스형은 극성이 조금 있어 끓는점이 4 °C이고, 트랜스형은 1 °C이다. 또 탄소 하나에 서로 다른 원자나 원자단 넷이 붙으면, 왼손과 오른손처럼 거울에 비친 모양끼리 겹쳐지지 않는 광학 이성질체가 생긴다. 생물의 몸은 이 둘을 엄격히 가려, 아미노산은 거의 모두 한쪽 모양만 쓴다.
1.6.3예제 풀이
C₆H₁₄의 구조 이성질체 다섯 가지를 가장 긴 사슬의 탄소 수에 따라 나누어 찾아라. 이 가운데 끓는점이 가장 높은 것과 가장 낮은 것을 예측하여라.
가장 긴 사슬이 탄소 여섯이면 헥세인 하나이다. 다섯이면 남은 탄소 하나를 2번이나 3번 탄소에 붙여 2-메틸펜테인과 3-메틸펜테인 두 가지이다(4번에 붙이면 2번과 같다). 넷이면 남은 탄소 둘을 메틸기 둘로 붙여 2,2-다이메틸뷰테인과 2,3-다이메틸뷰테인 두 가지이다. 에틸기 하나를 붙이면 사슬이 더 길어져 앞의 것과 같아진다. 모두 다섯 가지이다.
곧은 사슬인 헥세인이 가장 길쭉하여 끓는점이 가장 높고(69 °C), 한 탄소에 가지 둘이 몰린 2,2-다이메틸뷰테인이 가장 둥글어 끓는점이 가장 낮다(50 °C). 즉 이성질체를 빠짐없이 찾으려면 가장 긴 사슬부터 줄여 가며 같은 구조를 두 번 세지 않도록 확인한다. 그래서 휘발유를 만들 때도 가지가 많은 이성질체를 일부러 섞어, 엔진 속에서 너무 일찍 터지지 않게 한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분자 모형으로 여러 이성질체를 만들어 보고, 구조에 따라 성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해 보자.
- 알케인의 이성질체 수를 세는 문제는 1875년 수학자 케일리가 '나무' 그래프를 세는 방법으로 처음 풀었다. 화학 구조를 점과 선으로 나타내는 그래프 이론은 지금도 신약 후보 물질을 찾는 데 쓰인다.
분자식이 같아도 원자가 연결된 순서가 다르면 구조 이성질체, 공간 배치가 다르면 입체 이성질체이며, 이성질체는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물질이다. 알케인의 구조 이성질체 수는 탄소가 늘수록 빠르게 늘고, 가지가 많아 둥근 분자일수록 분산력이 약해 끓는점이 낮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C₅H₁₂는 곧은 사슬, 가지 하나, 가지 둘인 세 구조 이성질체라서 끓는점이 세 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