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평형과 용해 평형
본문염화 은(AgCl)은 물에 아주 조금 녹는 흰 앙금이다. 순수한 물 1 L에는 약 2 mg이 녹는다. 그런데 소금물에 넣으면 그보다 훨씬 덜 녹는다. 바닷물처럼 염화 이온이 많은 물에서는 은 이온이 거의 녹아 있을 수 없다. 이미 염화 이온이 있다는 사실이 왜 염화 은의 용해를 막을까? 녹는 양과 녹아 있는 이온의 농도 사이에는 어떤 규칙이 있을까?
4.3.1상평형과 용해 평형
닫힌 그릇의 물과 수증기, 얼음과 물이 함께 있는 0 °C의 물처럼, 두 상이 서로 바뀌는 빠르기가 같아 겉보기에 변화가 없는 상태를 상평형이라 한다. 녹기 어려운 이온 결정을 물에 넣어 두어도 비슷한 평형이 생긴다. 결정 표면에서 이온이 녹아 나오는 빠르기와, 녹은 이온이 다시 결정에 붙는 빠르기가 같아진다. 이 용해 평형에 평형 상수를 적용할 수 있다. 고체의 농도는 일정하므로 식에 넣지 않는다.
AgCl(s) ⇌ Ag⁺(aq) + Cl⁻(aq)의 평형에서 \(K_{sp} = [\text{Ag}^+][\text{Cl}^-]\)이다. 이온 농도의 곱 \(Q\)가 \(K_{sp}\)보다 작으면 더 녹고, 크면 앙금이 생긴다. 순수한 물에서의 용해도는 \(s = \sqrt{K_{sp}}\)이고, Cl⁻이 \(c\)만큼 미리 있으면 \(s(s + c) = K_{sp}\)를 만족한다.
그림 1에서 넣은 염화 이온의 농도를 바꾸어 보자. 순수한 물에서 염화 은의 용해도는 \(\sqrt{1.8 \times 10^{-10}} \approx 1.34 \times 10^{-5}\) M이다. Cl⁻이 이보다 훨씬 적게 들어 있을 때는 용해도가 거의 그대로이다. 그런데 Cl⁻이 0.01 M 있으면 \([\text{Ag}^+] = K_{sp}/0.01 = 1.8 \times 10^{-8}\) M으로 용해도가 약 750분의 1로 줄어든다. 이미 있는 Cl⁻이 이온 농도의 곱을 키워, 평형이 앙금 쪽으로 옮겨 가기 때문이다. 이를 공통 이온 효과라 한다.1
4.3.2앙금으로 이온을 가르고 없애기
용해도곱 상수를 알면 어떤 이온을 얼마나 남기고 앙금으로 가라앉힐 수 있는지 계산할 수 있다. 사진 현상액의 폐액이나 광산의 폐수에서 은과 납 같은 금속 이온을 거둘 때, 염화 이온이나 황화 이온을 넣어 앙금으로 만든다. 공통 이온을 충분히 넣으면 남는 금속 이온을 아주 낮게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용해도곱이 서로 다른 앙금을 이용하면, 섞인 이온을 차례로 가라앉혀 나눌 수도 있다. 다만 공통 이온이 너무 많으면 착이온이 생겨 다시 녹는 경우도 있다.
4.3.3예제 풀이
순수한 물과 0.010 M 염화 나트륨 수용액 각각 1 L에 녹는 염화 은의 질량을 구하여라. 염화 은의 몰질량은 143.3 g/mol, Ksp = 1.8 × 10⁻¹⁰이다.
순수한 물에서는 \(s = \sqrt{1.8 \times 10^{-10}} \approx 1.34 \times 10^{-5}\) M이므로 1 L에 \(1.34 \times 10^{-5} \times 143.3 \approx 1.9 \times 10^{-3}\) g, 곧 약 1.9 mg이 녹는다.
0.010 M 염화 나트륨에서는 \(s(s + 0.010) = 1.8 \times 10^{-10}\)이다. \(s\)가 0.010보다 훨씬 작으므로 \(s \approx 1.8 \times 10^{-10} \div 0.010 = 1.8 \times 10^{-8}\) M이고, 녹는 질량은 \(1.8 \times 10^{-8} \times 143.3 \approx 2.6 \times 10^{-6}\) g, 곧 약 0.0026 mg이다. 약 750분의 1로 줄었다. 바닷물의 염화 이온은 약 0.55 M이라, 은 이온은 이보다도 50배 넘게 적게 녹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바닷물에는 은이 극히 적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용해도곱 상수로 앙금이 생기는 조건을 판단하고, 공통 이온 효과를 실험으로 확인해 보자.
- 위장을 X선으로 찍을 때 마시는 조영제는 황산 바륨이다. 바륨 이온은 독성이 있지만, 황산 바륨은 용해도곱이 아주 작아 몸속에서 거의 녹지 않으므로 안전하게 쓸 수 있다.
녹기 어려운 이온 결정은 물에서 용해 평형을 이루며, 녹은 이온 농도의 곱은 일정한 온도에서 용해도곱 상수와 같다. 공통 이온이 이미 있으면 이온 농도의 곱이 커져 평형이 앙금 쪽으로 옮겨 가고, 용해도가 크게 줄어든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바닷물은 염화 이온이 아주 많아, 공통 이온 효과로 은 이온이 극히 적게만 녹아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