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력과 충돌
본문원자로에서 우라늄 핵이 쪼개질 때 나오는 중성자는 너무 빨라서 다음 우라늄 핵에 잘 붙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중성자를 늦추는 물질(감속재)이 필요하다. 많은 원자로가 보통의 물을 감속재로 쓴다. 그런데 무거운 납 덩어리에 부딪치게 하면 더 잘 멈출 것 같지 않은가? 왜 가벼운 수소가 들어 있는 물이 더 좋을까? 두 물체가 부딪칠 때 무엇이 보존되고, 에너지는 어떻게 나뉠까?
1.2.1보존력과 탄성 충돌
물체를 한 점에서 다른 점으로 옮길 때 한 일이 경로에 상관없이 처음과 끝의 위치만으로 정해지는 힘을 보존력이라 한다. 중력, 용수철의 탄성력, 전기력이 보존력이며, 보존력에는 위치 에너지를 정할 수 있다. 두 공이 부딪치는 동안 서로 미는 힘이 보존력처럼 작용하여 열이나 소리로 에너지가 새지 않으면, 충돌 전후의 운동 에너지 합이 같다. 이런 충돌을 탄성 충돌이라 한다. 충돌에서는 외력이 없으므로 운동량은 언제나 보존된다.
속도 \(v\)인 \(m_1\)이 정지한 \(m_2\)에 정면 탄성 충돌하면, 운동량 보존과 운동 에너지 보존에서 \[v_1' = \frac{m_1 - m_2}{m_1 + m_2}\,v,\qquad v_2' = \frac{2m_1}{m_1 + m_2}\,v\]이다. \(m_1\)이 넘겨준 운동 에너지의 비율은 \(\dfrac{4m_1 m_2}{(m_1 + m_2)^2}\)이다.
그림 1에서 질량비를 바꾸어 보자. 두 질량이 같으면 부딪친 공은 그 자리에 멈추고, 맞은 공이 같은 속도로 나아가 에너지를 100% 넘겨받는다. 가벼운 공이 무거운 공에 부딪치면 거의 같은 빠르기로 튕겨 돌아오고, 넘겨주는 에너지는 아주 적다. 무거운 공이 가벼운 공에 부딪치면 자신은 거의 그대로 가고, 가벼운 공은 두 배 가까운 빠르기로 튕겨 나간다.1
1.2.2질량 중심에서 본 충돌
두 물체의 질량 중심은 충돌 전후로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 외력이 없으면 전체 운동량이 보존되기 때문이다. 질량 중심과 함께 움직이는 관찰자가 보면, 두 물체는 서로를 향해 다가와 부딪친 뒤 같은 빠르기로 되돌아갈 뿐이다. 그래서 탄성 충돌은 질량 중심 좌표계에서 가장 간단해진다. 평면에서 같은 질량의 공이 정지한 공에 비스듬히 부딪치면, 두 공은 언제나 서로 직각으로 갈라진다. 운동량 벡터의 삼각형과 운동 에너지 보존이 피타고라스 정리와 같은 꼴이 되기 때문이다.
1.2.3예제 풀이
운동 에너지 2 MeV인 중성자가 정지한 탄소 원자핵(질량이 중성자의 12배)에 정면 탄성 충돌한다. 충돌 뒤 중성자의 속도와 운동 에너지를 구하여라. 같은 중성자가 납 원자핵(207배)에 부딪치면 어떻게 되는가?
탄소일 때 \(v_1' = \dfrac{1 - 12}{1 + 12}v = -\dfrac{11}{13}v\)이므로, 중성자는 처음 속력의 약 85%로 튕겨 돌아온다. 운동 에너지는 속력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left(\dfrac{11}{13}\right)^2 \approx 0.72\)배, 곧 약 1.43 MeV가 남는다.
납일 때는 \(v_1' = -\dfrac{206}{208}v\)로 거의 같은 속력으로 튕겨 나와, 운동 에너지가 \(\left(\dfrac{206}{208}\right)^2 \approx 0.98\)배, 곧 약 1.96 MeV가 남는다. 즉 무거운 핵은 벽처럼 중성자를 되튕길 뿐 늦추지 못한다. 그래서 질량이 중성자와 거의 같은 수소가 많은 물이나, 비교적 가벼운 탄소로 된 흑연이 감속재로 쓰인다. 수소와 정면 충돌하면 중성자는 한 번에 에너지를 모두 잃을 수 있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힘의 그래프로 위치 에너지를 구해 보고, 평면에서 당구공이 직각으로 갈라지는 까닭을 확인해 보자.
- 1932년 채드윅은 정체를 모르던 방사선이 파라핀(수소가 많은 물질)과 질소에 부딪쳐 튀어나온 핵의 속력을 비교했다. 그 비에 이 충돌 공식을 적용해, 방사선이 양성자와 질량이 거의 같은 중성 입자, 곧 중성자임을 밝혔다.
탄성 충돌에서는 운동량과 운동 에너지가 함께 보존되어, 충돌 뒤의 속도가 두 질량의 비만으로 정해진다. 질량이 같으면 에너지를 모두 넘겨주고, 질량 차이가 클수록 넘겨주는 에너지는 줄어든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원자로는 중성자와 질량이 거의 같은 수소가 든 물을 감속재로 써서, 몇 번의 충돌만으로 중성자를 늦춘다.